이해관계 얽힐 수 있는 기관 지정 않는 게 원칙

베이비박스 ⓒ홍수형 기자
베이비박스 ⓒ여성신문

위기임신부에게 익명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가 내년 7월 시행을 앞둔 가운데, 복지부가 베이비박스·입양기관 등 위기임신부의 친권 포기로 이익을 볼 수 있는 기관들을 상담기관에 포함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강민정·강은미·박용진·용혜인 의원 및 아동·청소년 인권단체 주최로 21일 서울 영등포 국회에서 열린 ‘아동권리주간 기념 토론회’에서 복지부 관계자는 “입양기관은 보호출산 상담기관으로 절대 지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호출산제는 사회적·경제적·정서적 위기에 놓인 임신부가 익명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임신부는 보호출산 선택 전 반드시 지역상담기관과 상담을 받아야 한다.

지역상담기관은 위기임신부에게 양육을 설득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연계해준다. 이후에도 임신부가 여전히 보호출산을 희망하면, 신청방법과 절차를 안내받고 의료기관에서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다.

보호출산제를 다루는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 제6조(상담기관의 지정·운영)’에 따르면, 지역상담기관은 보건소, 지방의료원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격을 갖춘 단체 또는 기관이 될 수 있다. 전문성이나 이해충돌 등에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다.

한편,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지난 6월 복지위 법안심사소위 회의에서 “베이비박스 (운영)기관들이 상담기관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밝혀 입양단체의 상담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복지부는 “의료와 복지 제도에 전문성을 가진 기관들을 보호출산 상담기관으로 지정하겠다”고 해명했으나, 이후로도 하위법령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않아왔다.

이를 두고 토론회 발제를 맡은 권재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호출산은 최후의 수단이고 상담기관은 양육 설득을 원칙으로 하는데, 종교단체나 입양단체가 상담에 개입해 양육 포기를 부추길 수 있다”며 위기임신부와 아동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동·여성인권 전문가들이 이 같은 지적에 공감을 표하자, 자리에 참석한 복지부 관계자는 “베이비박스 운영기관이나 입양기관은 절대 지역상담기관으로 지정할 생각이 없다. 그 부분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이어 “입양기관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이해관계가 우려되는 기관들을 상담기관으로 지정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아동의 알 권리 제한과 임신부 재생산권 지원 등 보호출산제와 관련해 우려하는 점들이 많은 것을 잘 알고 있다. 향후 하위법령 제정을 통해 많은 부분 개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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