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 아시아연대회의 31회 심포지엄
각국 일본군 '위안부' 활동가 참가…피해사실·활동내용 공유

세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모습. 세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은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국내외에 알리고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매년 8월 14일로 지정된 국가기념일이다. ⓒ뉴시스·여성신문
세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8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모습. 세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은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국내외에 알리고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매년 8월 14일로 지정된 국가기념일이다. ⓒ뉴시스·여성신문

“구출 직후 저를 보는 한 여자가 ‘그저 아이일 뿐인데’…라며 안타까워했어요. 아버지는 이제 어떡하냐‘며 괴로워하시다 피를 잔뜩 토하시고 말았어요.”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던 당시 중국 작은 마을에 살던 9살 아이 펑주잉씨는 일본의 폭격으로 더 이상 앞을 볼 수 없게 됐다. 10대가 되자 마을에 일본군이 쳐들어왔는데, 이웃들은 전부 집으로 숨었지만 펑씨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일본군에 붙잡히고 말았다.

펑씨가 저항하자 일본군은 그의 오른발을 부러뜨린 후 산으로 끌고 갔다. 중국 혁명군이 일본군을 물리칠 때까지 일본군 기지에 갇혀 있던 펑씨는 한 중국인 여성에 의해 구출돼 겨우 아버지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펑씨는 집에 돌아오고 나서도 한동안 출혈이 멈추지 않았다. 부러진 오른쪽 발가락은 아흔이 넘은 지금까지도 회복되지 않았다. 펑씨가 갇혀 있는 동안 남동생은 굶어죽은 탓에 두 번 다시 볼 수 없게 됐다. 돌아온 펑씨를 본 아버지는 차마 울지 못하고 한숨만 쉬시다 피를 잔뜩 토했다.

이처럼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필리핀 등 일제에 침략당한 국가에서는 펑주잉씨와 같이 일본군에 의해 성착취를 당한 여성들이 존재한다. 전세계 피해생존자들이 당시 상황을 고발하며 90세가 넘은 지금까지도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하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사과와 배상을 회피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아시아연대회의 31주년을 맞아 한국, 중국, 일본, 필리핀, 독일 등 전세계의 일본군 ‘위안부’ 활동가들이 모여 각국의 피해 사실과 활동 성과를 공유했다. ⓒ아시아연대회의 31주년 심포지엄 캡처
일본군 ‘위안부’ 문제 아시아연대회의 31주년을 맞아 한국, 중국, 일본, 필리핀, 독일 등 전세계의 일본군 ‘위안부’ 활동가들이 모여 각국의 피해 사실과 활동 성과를 공유했다. ⓒ아시아연대회의 31주년 심포지엄 캡처

일본군 ‘위안부’ 문제 아시아연대회의 31주년을 맞아 한국, 중국, 일본, 필리핀, 독일 등 전세계의 일본군 ‘위안부’ 활동가들이 모여 각국의 피해 사실과 활동 성과를 공유했다. '일본군성노예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가 주최한 국제 심포지엄 웨비나에서 활동가들은 “일본이 위안부 제도의 운영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와 배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로 참석한 쑤즈량 중국 ‘위안부’ 문제 연구센터 주임은 “현재까지 확인된 일본군의 중국 위안소만 2000곳을 넘는다”며 “지금도 중국 대륙에는 10여명의 생존자가 계시며, 평균 연령이 94세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본군이 남긴 기록들에서도 중국 여성들을 위안부로 강제 징발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며. “일본 정부는 위안소 제도가 국제법에 위반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법률상 책임을 승인해야 한다”고 했다.

로잔나 카부사오 릴라필리피나 활동가는 “1992년 마리아 로사 헨슨 할머니가 필리핀에서의 일본군 성노예제 이야기를 세상에 처음 알렸다. 그후 2~3년간 수백명의 여성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우리 사무실을 찾았다”며 필리핀에서도 다수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첫 폭로 후 31년이 지난 지금도, 필리핀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을 위한 정의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피해자들의 유산과 투쟁을 기리는 것 뿐만 아니라 평화를 위해 모든 침략 전쟁에 맞서는 것이다”라며 “무력 분쟁 상황과 외국의 침략 또는 점령 상황에서 여성을 보호할 수 있는 국내법과 국제기구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웨비나에는 일본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힘쓰고 있는 시바 요코 일본군‘위안부’문제해결전국행동 공동대표가 참석해 자국 상황을 알렸다.

시바 요코 공동대표는 “일본 정부는 적극적으로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며 ‘국민기금’과 2015년 ‘한일합의’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며 “위안부 문제 해결을 내세우는 국회의원은 모두 없어졌지만, 우리는 의원실에 전단지를 배포하고 외무성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일본 정부를 설득해 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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