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당 ‘국제여성폭력추방의 날’ 집회

국제여성폭력추방의 날인 지난 25일 여성의당은 시위를 열고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규정하고 있는 ‘여성폭력’의 정의에 ‘여성증오범죄’를 포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사진=여성의당 제공)
국제여성폭력추방의 날인 지난 25일 여성의당은 시위를 열고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규정하고 있는 ‘여성폭력’의 정의에 ‘여성증오범죄’를 포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사진=여성의당 제공)

영하의 추위에도 국제여성폭력추방의 날을 맞아 길거리에 모인 여성들이 “여성폭력방지법에 ‘여성증오범죄’를 신설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최초 여성의제 정당인 여성의당은 국제여성폭력추방 주간(11월25일~12월1일)을 맞아 지난 25일 시위를 열고 이같이 요구했다.

이번 집회는 지난 4일 경남 진주시 한 편의점에서 발생한 ‘숏컷 여성 폭행 사건’을 비롯해, 올해 여러 차례 발생한 여성 대상 범죄를 규탄하고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여성의당은 “여성증오범죄가 이토록 심각해진 배경에는 혐오 정치를 일삼은 정치인들이 있다”며 “이들은 2021년부터 반페미니즘 정서를 부추기며 포퓰리즘 정치로 온라인 인셀 커뮤니티를 현실로 소환하는데 앞장섰으며, 민생을 살피고 우리 사회에서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페미니즘을 악마화하고 국민들 간의 갈등을 부추겨 혼란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에 일조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여성의 삶 전반 걸쳐 인권이 후퇴했으나 안전과 관련된 부분에서 제도의 공백이 큰 상황이다. 이미 여성증오범죄는 지하철역, 공중화장실, 길거리 등 우리의 모든 일상에서 자행되고 있다”며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규정하고 있는 ‘여성폭력’의 정의에 ‘여성증오범죄’를 포함할 것을 촉구한다. 여성의당은 증오범죄에 대한 책임과 처벌이 강화될 수 있도록 여성폭력방지기본법 개정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시위 참여자들은 쏟아지는 여성 대상 폭력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예산 삭감 등으로 여성 관련 정책을 후퇴시키고 있는 현 정부를 규탄했다.

발언에 나선 A씨는 “윤석열 정부가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앞에서는 피해자 지원 강화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하면서 ‘5대 폭력 피해자 지원 강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우더니, 결국은 대대적인 예산 삭감으로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며 “이것은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다. 현 정부는 국제적으로 부끄러운 짓을 한시라도 빨리 그만두라”고 외쳤다.

국제여성폭력추방의 날인 지난 25일 여성의당이 주최한 '맞아도 되는 여자는 없다. 여성증오범죄 법안 신설하라'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보라색 리본을 묶어 들어올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여성의당 제공)
국제여성폭력추방의 날인 지난 25일 여성의당이 주최한 '맞아도 되는 여자는 없다. 여성증오범죄 법안 신설하라'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보라색 리본을 묶어 들어올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여성의당 제공)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여성에 폭력을 가하고, 채용에 불이익을 주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사회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자신을 ‘사회에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는 숏컷 여성’으로 소개한 B씨는 “최근 여성이 숏컷이라는 이유로 취업에 차별을 겪고 있다는 뉴스 영상을 봤다. 분명 뉴스에서 성별이나 외모로 차별을 하면 안된다는 조항을 읊어주는데도 ‘그래도 면접인데 꾸미고 가야지’하며 숏컷 여성들이 머리길이로 차별 받은 것은 당연하다는 성차별주의자들이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머리길이로 일합니까. 머리길이로 여성을 차별하지 마십시오. 머리길이로 여성을 때리지 마십시오. 머리길이로 여성을 죽이지 마십시오”라며 “이 당연한 말을 몇 년째 반복해야 하는 사회가 아주 답답하다. 이 사회가 변할 때까지 숏컷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생들은 학내에 만연한 반페미니즘 정서로 인해, 모임을 만들고 운영하기조차 어려운 현실을 토로하기도 했다.

호서대학교 여성주의 소모임 포워드 이정은 씨는 “처음 학내에 여성주의 소모임 모집 글을 올렸을 때, ‘꼭 회원 목록 공개해라’ ‘학교에서 얼굴까고 활동해라’라는 위협 댓글이 수십개가 달렸고, 이 위협으로 인해 모집도 쉽지 않았다”며 “여성폭력추방의날 시위 모집 글을 올렸을 때에도 ‘여성폭력 마렵다’ ‘맞을래?’라는 여러 위협 댓글이 달렸다. 이 위협 댓글은 공학에서 페미니즘에 관한 언급을 꺼리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모임원들은 한 번도 페미니즘에 관해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는 여성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얼굴을 까고, 대학명을 밝히고 여기서 발언함으로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누군가 이렇게 외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계속 그들의 손에 죽어가야 한다. 여기서 외치는 발언이 두려움 속에 있는 여성들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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