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들과 1박 2일 양평 펜션 여행
관계자 다수 “정치인 접촉” 증언
지지자 커뮤니티엔 피해자 겨냥한 2차 가해 게시물도
“사과·재발방지 없는 행보는 2차 가해 방조”

6일 페이스북 그룹 '38선까지 안희정!'에 게시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팬클럽 회원 사진 ⓒ페이스북 캡처
6일 페이스북 그룹 '38선까지 안희정!'에 게시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팬클럽 회원 사진 ⓒ페이스북 캡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정치권으로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안희정 팬클럽의 1박 2일 펜션 모임에 함께한 사진이 공개된 동시에 정치인들과 교류를 시작했다는 다수의 증언이 나왔다.

안희정 지지자들의 페이스북 그룹 ‘38선까지 안희정!’에 공개된 게시물에 따르면, 지난 2일 팬클럽 구성원 일부는 경기 양평군에 위치한 한 펜션에 모인 뒤 용문사를 산책하고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는 등의 일정을 보냈다.

3일 페이스북 그룹 '38선까지 안희정!'에 게시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팬클럽 회원 사진 ⓒ페이스북 캡처
3일 페이스북 그룹 '38선까지 안희정!'에 게시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팬클럽 회원 사진 ⓒ페이스북 캡처

공개 일정이 끝난 3일 오후 5시 47분, 안 전 지사와 함께 ‘잘 지내셨나요. 저는 잘 있습니다’라는 글귀가 담긴 봉투 사진이 게시됐다. 해당 게시물에는 “어제 너무 즐거운 시간 잘 보냈다. 지사님과 함께라서 부자 같은 주말이었다”며 안 전 지사가 모임에 참석했다는 댓글이 달렸다. 또한 6일에는 19명의 지지자들과 안 전 지사가 한 자리에 모인 사진이 게시되며 내년 5월에 다시 만날 것을 예고했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시절 창설된 팬클럽 ‘38선까지 안희정!’은 대한민국 최후의 보루인 38선을 빗대 ‘최후의 순간까지 안희정을 지지하겠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비공개 모임으로 전환한 안희정 팬클럽 ‘아나요’와 달리 현재까지도 공개 모임을 유지하며 1400여명의 구성원이 소통하고 있다.

해당 팬클럽에는 안희정계로 분류되는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친노계 이순희 강북구청장, 참여정부 비서관 출신의 김택수 전 대전광역시 정무부시장 등 안희정과 연이 닿았던 정치인들이 가입해 있다.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발언으로 공개 사과한 전 충남도청 수행비서 어모씨 또한 해당 팬클럽 소속이다.

페이스북 그룹 '38선까지 안희정!' 게시물에 달린 댓글. ⓒ페이스북 캡처
페이스북 그룹 '38선까지 안희정!' 게시물에 달린 댓글. ⓒ페이스북 캡처

팬클럽 회원들은 성범죄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에도 수년에 걸쳐 피해자를 겨냥한 2차 가해를 반복했다. 그림, 게시물, 댓글 등을 통해 “가정파괴범”, “나쁜 X", “미친개는 몽둥이로 다스려야”, “미친 구렁이는 집구석에서 꽈리 틀고 있다가 시궁창에서 살라”, “밖으로 기어 나오면 사람이 아니라 똥개”등 인신공격성 발언을 공개 게시했다.

3일 페이스북 그룹 '38선까지 안희정!'에 올라온 게시물 ⓒ페이스북 캡처
3일 페이스북 그룹 '38선까지 안희정!'에 올라온 게시물 ⓒ페이스북 캡처

또한 팬클럽 관리자는 안 전 지사와 피해자 간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임에도 3일 “모든 죗값을 치른 분을 더 이상 죄인 취급하면 안 된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당당하게 다시 소통하며 살자” 등 활동 재개를 예고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2차 가해 외면하고 팬덤·정치인 교류하는 안희정…“정치인으로서 책임지는 자세 보여야”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항소심에서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 받은 2019년 2월 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여성신문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항소심에서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 받은 2019년 2월 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여성신문

한편,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들은 여성신문에 “최근 안 전 지사가 정치인들과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총선을 앞두고 지지자 및 정치인들과의 접촉을 재개한 안 전 지사의 행보를 두고 “정치인이자 가해자로서 책임을 지고 2차 가해를 막아야 함에도 정치적 행보를 이어나가며 2차 가해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전 안희정 측근은 “팬클럽에 피해자의 신변을 위협하는 글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으며, 2차 가해를 한 사람들도 버젓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안 전 지사가 지지자 간 공개 모임을 이어가는 건 이들의 가해를 방조하고 독려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도 “안희정 사건은 선출직 지자체장으로서 가진 위치를 이용해 수차례 성범죄를 저질렀고, 안희정 측근과 팬덤이 피해자에게 가한 2차 가해는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며 “안희정이 보여야 할 태도는 사과와 반성, 재발방지대책과 2차 가해 제지인데 어떠한 정치적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은 2차 가해를 증폭시키는 행위다”고 지적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수행비서를 상대로 지위를 이용해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저지른 혐의로 2019년 9월 9일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월형을 선고 받았다. 지난해 8월 4일 형기를 채우고 출소한 안 전 지사는 현재 피해자와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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