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2023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 인권회의’ 기조연설
게임업계 ‘페미니즘 마녀사냥’ 직격
“억지 공격에 정치권이 공적 권위 부여
민주주의·인권·노동권 위기”

전장연 시위 진압 ‘인권침해’ 비판
“정치 양극화 속 장애 활동가 공격하는 정치인들 승승장구…
공권력, 활동가 보호 대신 억압·공격”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오펠리스에서 열린 ‘2023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 인권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KEN) 제공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오펠리스에서 열린 ‘2023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 인권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KEN) 제공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7일 “게임업계 ‘페미니즘 마녀사냥’을 방관·두둔하고 문제를 키운 정치인들이 침묵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거듭 자성을 촉구했다.

장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오펠리스에서 열린 ‘2023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 인권회의’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치권이 나서서 페미니즘에 대한 억지스러운 공격을 공개적으로 두둔, 공적인 권위를 부여함으로써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앞서 남성들이 넥슨 게임 ‘메이플스토리’ 홍보영상에서 ‘남성혐오의 상징’인 ‘집게손’을 찾았다며 항의하자 넥슨은 지난달 이 영상을 비공개하고 사과했고, 하청업체도 사과했다.

일부 국회의원들도 동조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월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문제의 악질적인 점은,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이라는 데 있다. 이들은 그들만의 혐오 표현을 숨겨 넣는데 희열을 느낀다”고 썼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일을 하러 왔으면 일을 해야지, 왜 업장에서 사회 운동을 합니까”라고 적었다. 게임회사에서 근무했고 민주노총 산하 화섬노조에서 활동했던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의도를 가지고 어떤 창작물에, 납품을 하는 어떤 영상물에 그런 손 모양을 넣었으면 명백한 조롱”이라고 했다.

그러나 해당 장면은 정해진 콘티에 따라 남성 작업자가 그렸고, 원청업체 넥슨이 수차례 검수한 사실이 언론 보도로 드러났다. 세 의원은 발언을 정정하지 않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오펠리스에서 열린 ‘2023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 인권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오펠리스에서 열린 ‘2023 한-EU 시민사회 네트워크 인권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장 의원은 게임업계 ‘페미니즘 마녀사냥’에 대해 “대한민국 민주주의·인권·노동권의 위기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면서 “대체 ‘집게손’ 제스처가 한국사회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기에 특별한 의미가 있기는 한 건지 전혀 확인하지 않은 상태로 이 모든 일이 너무나 빠르게 일어났다. 지금껏 대한민국이 지켜 온 민주주의와 노동·인권 가치에 부합하는지 따져 볼 틈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여성 노동자가 목소리를 내고 하청업체가 목소리를 바꿔서 연대하고, 여러 시민사회와 언론이 이 모든 일이 억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드러내면서 사태가 달라지고 있다. 관망하던 정부는 뒤늦게 특별근로감독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1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위에 동참,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1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위에 동참,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장 의원은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의 장애인 시위 진압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벌어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4호선 혜화역에서 열린 전장연의 장애인 이동권 예산 확보 요구 침묵 시위에 참여했던 그는 “현장은 참혹했다. 경찰과 서교공 직원들이 개찰구 앞에서 침묵시위를 하는 활동가 10여 명을 포위해 ‘소란을 피웠다’며 거칠게 퇴거를 요구했다. 그러나 채증 카메라를 들고 역사를 가득 메워 시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소란을 피운 건 경찰과 직원들이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극화된 정치 상황 속 장애인권 활동가들을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정치인들은 시민들의 비난 여론을 업고 승승장구하나,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온갖 위협과 언어적 물리적 폭력에 노출돼 있다. 공권력은 오히려 이들을 억압하고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성과 포용은 선택이 아닌 속도와 방법의 문제”라고도 했다. 장 의원은 “매일 수많은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 자체가 다양성”이라며 “차별받지 않고 각자의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할 수 있는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어간다면 다양성은 우리가 가진 그 무엇보다 강력한 사회 원동력일 것이다. 우리 안에서 커지는 이 다양성을 애써 부정한다면 눈앞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이해할 기회조차 못 갖고 긴 쇠퇴에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장 의원은 “정치인으로서 제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책임의 하나는 현장에 가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똑똑히 보며 상황 악화를 막는 것”이라며 “한 사람의 여성, 장애인 가족, 대한민국 시민, 그 시민들을 대표하는 시민이자 세계시민으로서 언제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싸움에 함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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