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게임업계·이용자 실태조사에 관련 항목 논의 예정
전문가 논의 후 최종 확정

손가락 모양으로 ‘남혐 캐릭터’ 논란이 불거진 메이플스토리 엔젤릭 버스터 리마스터 영상 일부.
손가락 모양으로 ‘남혐 캐릭터’ 논란이 불거진 메이플스토리 엔젤릭 버스터 리마스터 영상 일부.

게임업계 여성 이용자와 종사자들을 향한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의 집단린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내년에 실시할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 게임 이용자 성인지감수성 항목을,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는 사상검증 등의 항목을 추가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콘진원은 7일 여성신문에 “내년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 내 관련 문항 포함 여부에 대해 연구진 및 외부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통해서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0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 성인지 감수성 항목 캡처.
2020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 성인지 감수성 항목 캡처.

콘진원은 게임 산업 육성과 건강한 게임 이용환경 조성을 위해 매년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와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게임 산업 내 여성혐오 및 차별을 지적하자, 콘진원은 2020년 이용자 실태조사에 ‘성인지감수성’을, 종사자 실태조사에 ‘사상검증 피해’ 문항을 추가해 현황 확인에 나서기도 했다.

2020년 조사된 성인지감수성 항목을 보면, ‘팀을 구성해서 게임을 할 때 팀 내에 여성 플레이어가 있으면 패배할 확률이 높다’, ‘게임 내 여성 캐릭터의 외모와 몸매는 매력적이어야 한다’, ’여성 캐릭터가 강할수록 의상의 노출도가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등 7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인식 수준을 확인했다.

사상검증 문항의 경우, 게임 이용자들에 의한 종사자 사상검증 이슈(페미니즘 등)에 대해 게임업계 전반의 인식 현황을 업계 종사자들에 물었다.

한편, 성인지감수성은 조사 1년, 사상검증은 2년 만에 항목에서 사라졌다. 콘진원은 당시 사회적 관심사를 반영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조사한 항목들이며, 문항 개수 조절 등을 이유로 관련 조사를 중단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게임 '림버스 컴퍼니' 제작사 '프로젝트 문'의 입장문 일부. ⓒ프로젝트 문 계정
게임 '림버스 컴퍼니' 제작사 '프로젝트 문'의 입장문 일부. ⓒ프로젝트 문 계정

조사가 중단된 동안, 지난 7월 모바일 게임 ‘림버스 컴퍼니’의 여성 일러스트레이터는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페미니즘 관련 게시물을 공유했다는 이유로 계약이 종료됐고, 11월 넥슨 코리아의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에서 남성을 조롱하기 위한 ‘집게손가락’이 발견됐다며 제작에 참여한 여성 애니메이터에게 집단린치가 가해졌다.

이를 두고 게임 이용자에 의한 페미니즘 사상검증 실태조사가 시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콘진원은 추후 조사 항목과 방식을 논의하는 연구진 및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통해 관련 항목이 추가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보다 면밀한 조사를 위해 게임업계 종사자들과의 심층 인터뷰도 추진한다. 이는 지난 9월 문체부와 콘진원이 “이달부터 종사자나 전문가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준비하겠다”고 언론이 보도한 것에 대해 콘진원은 “내년도 연구설계 과정에서 조사문항 확정 등을 위한 자문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게임 내 양성평등 문화 조성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찾아가는 게임문화교실 양성평등 교육’ 프로그램 일부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게임 내 양성평등 문화 조성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찾아가는 게임문화교실 양성평등 교육’ 프로그램 일부 ⓒ한국콘텐츠진흥원

콘진원은 “매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게임 내 양성평등 문화 조성을 위한 ‘찾아가는 게임문화교실 양성평등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업에 쓰이는 교재는 게임 속 편견 사례(여성 게이머), 부모님과의 갈등 해결, 타인과 게임을 할 때 발생하는 범죄 대처법 등을 교육한다. 2020년 7000여명의 학생이 수강한 해당 프로그램은 매년 규모를 키워 올해 1만3500여명이 참여했다.

김민성 한국게임소비자협회 대표는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악성 이용자들에 대해서 대중이 참고할 수 있는 자료는 게임문화 전반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건전한 문화로 발돋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게임업계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콘진원의 노력을 소비자들은 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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