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264표, 반대 18표, 기권 10표로 가결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여성단체 반대 속에서 조희대(66·사법연수원 13기)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법원장 자리가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퇴임 이후 공석이 된 지 2달여만의 일이다. 

국회가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무기명 표결에 부친 결과 조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재적 298표 가운데 찬성 264표, 반대 18표, 기권 10표로 가결됐다. 임명동의안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국회 본회의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대거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본회의 직전 의총에서 '자율 투표'로 방침을 정했다. 

국회 인사청문특위 야당 간사인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이날 "성인지 감수성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 보이며 대법원장 임기를 마치기 전에 퇴직을 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후보자가 대법원장으로서 역할할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는 걸 우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재판 지연, 영장 남발 등의 문제와 같은 사법부의 주요 현안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압수수색 영장에 임의적 대면심리제도,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 도입 등의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의사를 밝혔다"고도 강조했다.

진 의원은 "고위공직 후보자에게 흔히 이는 개인신상과 관련한 도덕성 등의 문제제기가 거의 없었고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대법원장으로서 직무를 무난히 수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국회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조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성범죄 사건에서 관대한 판결을 내려 성인지적 관점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2017년 대법관 재직 시절 15세 중학생에게 “연예인 시켜주겠다”며 접근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연예기획사 대표 조모씨의 재상고심에서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성폭력으로 인해 임신한 피해자는 양육자에게 임신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가해자 조씨의 집에서 기거하며 출산해야 했다. 양육자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신고해, 가해자는 2012년 9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 위반(강간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12년형, 2심에서 9년형을 선고 받았다. 그런데 3심에서 무죄취지로 파기환송됐고,  이에 불복한 검사는 “피해자는 당시 가해자의 수차례의 폭력에 의해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무력한 상태였으며, 이에 부동의 의사를 적극 표현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심리검사전문가 소견 등과 함께 재상고 했다. 지난한 법정 다툼 끝에 지난 2017년 11월 주심 조희대 대법관(대법원 2부)에 의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  

이 사건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길들여 심리적으로 지배하면서 성적으로 착취하는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낸 판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비판이 쏟아지자 조 후보자는 “파기환송심(대법원의 파기환송 후에 진행되는 네 번째 재판)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지 않고 올라와 무죄로 판결할 수밖에 없었다”며 “사건 자체의 맞고 틀림을 판단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기환송사건의 재상고심은 결정적인 추가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하급심 판결을 따르지 않으면 위법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민우회 등 104개 여성단체는 8일 오전 성명을 내고 조 후보자 임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것과 사법시스템을 유지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라며 반문하며, “아동‧청소년이 폭력과 성착취, 성학대 없이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우리 사회, 우리 국가의 당연한 책임이다. 국회는 이 책임을 법으로 실현할 수 있는 대법원장을 임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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