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청와대 국민청원에 성폭력 피해 공개

대구경북여성단체가 11일 경산시 영남대학교 정문에서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를 두 번이나 해임하려고 하는 영남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샤)대구여성회
대구경북여성단체가 11일 경산시 영남대학교 정문에서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를 두 번이나 해임하려고 하는 영남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샤)대구여성회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론화한 교수에 대해 영남대가 명예훼손을 이유로 해임 징계위원회를 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여성단체가 해임 시도를 멈추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상임대표 남은주, 이하 대경여연), (사)대구여성회(회장 김예민)를 비롯해 37개 단체는 11일 경산시 영남대학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보호조치 실시와 2차 피해에 대해 조사, 가해자를 징계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영남대 성폭력 사건은 세 가지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첫째,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고소하여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해서 피해 사실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며 피해자가 허위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 둘째, 성폭력과 성희롱의 판단 기준과 처리 내용은 다르며 사법적으로 무죄라 하더라도 조직 내에서 기관장은 피해자 보호 등 주어진 책무를 다해야 한다. 셋째, 법적으로 성폭력 피해를 인정받지 못하면 피해를 호소한 사람을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로 보지 않고 해임까지 해도 되는가 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과「성폭력방지법」은 피해자와 신고인에 대해 불이익조치를 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단체는 “이번 해임 시도는 법적으로 금지된 행위"라며 "더구나 최근 피해자는 행위자에 대한 민사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심 300만원 배상 판결, 2심 1000만원 배상 판결로 일부 승소해 심각한 직장 내 성희롱 피해가 있었음을 법적으로 인정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행 법제도의 내용에 근거해서도 사법적 판단으로도 영남대 성희롱 피해자는 피해자임이 분명함으로 영남대가 직장내성희롱·성폭력 피해자를 해임하는 것은 법률 위반이며 만약 해임한다면 영남대가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021년 5월 영남대 B교수는 자신의 실명을 밝히며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영남대가 강간을 덮으려 한다’는 내용의 고발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영남대는 지난해 B교수가 허위 사실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려 외부에 알린 것과 이로 인한 교원품위 유지 의무 위반 및 대학 관리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해임하려 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이때도 대구경북여성단체가 해임 촉구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에는 가해자로 지목된 A교수가 피해자 B교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건에 대해 대법원이 A 교수의 손을 들어주자, 영남대가 다시 B교수 해임징계위원회를 오는 13일 개최하면서 상황이 알려졌다. 

대경여연은 “영남대가 해임의 근거로 들고 있는 판결은 ‘직장내 성폭력 사건 피해 호소’라는 내용은 보지 않고 형법 307조 명예훼손 여부만 따진 판결이다. 이런 결과가 바로 성폭력 피해자들을 더욱 고통 속에 몰아넣는 ‘성폭력 역고소’”라며 “지금이라도 영남대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법제도를 다시 검토하여 기본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미 수없이 발생한 2차 피해에 대한 조사와 2차 피해 가해자를 징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학내의 성폭력과 성희롱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학교측은 그 책임을 다하기는커녕 대법원 판결이 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앙상한 사법적 판단을 근거로 피해자를 해임하려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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