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
“부산 연제구서 다시 일어나겠다”
“여성 정치 대표성? 인재 풀 모으기부터”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내년 총선에서 부산 연제구에 출마를 선언한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다시 연제구 땅을 굳건히 딛고 용기 내서 일어서겠다”고 다짐했다. 

김 전 장관은 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여성신문과 만나 “17·19대 국회 때부터 부산 연제구에서 국회의원을 하며 정치를 시작했고 현재도 주민”이라며 “사람이 땅에서 넘어지면 일어설 방법은 그 땅을 짚고 일어서야 한다. 저를 키워준 곳도 연제구지만 정치적으로 실패했던 곳도 이곳이기 때문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지역 현안으론 ‘교육 환경’을 꼽았다. 그는 “도심 중심에 있고 교육열이 높은 연제구를 아이 키우기 좋은 대표 도시로 만들고 싶다”며 “저출생 시대에서 결국엔 교육 환경이 좋아야 아이도 낳고 사람이 몰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대 국회에서도 여당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를 지내면서 구립도서관·체육관 등 학교 시설 개선에 집중했다”며 “학교만으로는 안 되고 방과 후 활동이라든지 포괄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고 했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비지팅 펠로우(방문학자)로 공부하고 돌아온 김 전 장관은 “독일은 마을 커뮤니티가 학교와 잘 연계돼 있었다. 학교끼리도 연합이 돼 있어서 마을 단위로 아이를 함께 키우는 느낌을 받았다”며 “전편 일률적인 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엿봤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만큼 학원이 발달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마을이 아이들을 교육하는지를 보니 문화·체육 활동이 마을 안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며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선 악기 레슨을 받으려면 악기 마련부터 돈이 들기 때문에 악기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독일은 장인 대여 시스템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악기를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 공약에 대해선 여성과 남성이 대결하는 구조가 아닌 함께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부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은 “여가부 장관을 하기 전에도 여성발전기본법의 법제명을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법령을 바꿨다”며 “여가부도 더 이상 여가부란 명칭으론 이 부처를 규정짓기가 힘들다. ‘양성평등청소년가족부’ 등 틀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예전엔 모성보호라는 단어만 있었다면 제가 양성평등기본법에 ‘부성 보호’라는 말을 넣었다”며 “부성도 함께 보호돼야 함께 존중받는 사회이며 일가정 양립도 여성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남성에게도 요구돼야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여성 단수 공천에 대해선 여성 스스로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은 “현재 여성은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면서도 “정치 영역은 여성이 강세한 공무원 시험처럼 성적이 좋아서 잘 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정치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평가절하 받는 부분도 있지만 여성에 유리한 지역구 스킨십처럼 오히려 역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또 “비례대표 50% 제도도 유용하지만 재선, 삼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초선, 비례만 반복하고 있다”며 “더 나아가서 공동대변인제처럼 당의 주요 직책에 여성과 남성을 함께 기용하는 정치 풍토부터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 정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선 여성 인재 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당시 지도부가 ‘쓸 만한 여성이 없다’고 그래서 시민단체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에서 각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을 모아 102명의 명단을 발표했다”며 “각 당이 그 명단을 참고해 심상정 의원, 나경원·진수희 전 의원 등 17대 때 좋은 결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의 능력만 닦는다고 누가 알아줄까 할 때가 있다”며 “여성을 발굴해서 인력 풀로 밀어주는 것은 상당히 도움 된다”고 했다. 또 “이런 전략을 어느 당 한쪽에서만 밀고 나간 적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민주당에서 여성을 배려하는 키워드를 가지고 가면 다른 당도 ‘우리도 해야지’라는 구도가 있다”며 “인재를 발굴하는 역할은 당 안팎에서 함께 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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