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드라큘라’ 10주년 공연 주연
“팬들 사랑 당연하지 않아...매 순간 감사
난 월급도 법인카드도 없는 기획사 대표
뮤지컬 대중화 힘쓸 것”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연예기획사 팜트리아일랜드 대표로 활동하는 김준수. ⓒ오디컴퍼니(주) 제공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연예기획사 팜트리아일랜드 대표로 활동하는 김준수. ⓒ오디컴퍼니(주) 제공

2세대 아이돌 ‘동방신기’ 보컬에서 뮤지컬 대표 배우 중 하나가 됐다. 연예기획사를 설립했고, 김소현·정선아 등 내로라하는 뮤지컬 배우들과 함께 시장을 키워 가는 중이다.

데뷔 20년 차 김준수(36)가 뮤지컬 무대에 오른 지 어느덧 14년째다. 아이돌 출신이란 편견을 깨고 실력파 배우, 흥행 보증 수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그간 받은 사랑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안다. 매 순간 감사하는 마음, 이 기적이 올해까지라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2010년 ‘모차르트!’로 뮤지컬 데뷔를 치른 김준수는 ‘엘리자벳’, ‘디셈버’, ‘데스노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 다채로운 장르와 스타일을 모두 소화하는 배우로 인정받았다.

순탄한 길은 아니었다. “제게 뮤지컬은 하나뿐인 동아줄이었어요. 심적으로 큰 변화를 겪고 은둔하듯 살다가, 다시 세상에 나와 노래하고 박수를 받고 시상식 레드카펫·무대에도 설 수 있었죠. 아이돌 가수 출신이라 더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어요. 제가 실수하면 ‘이럴 줄 알았어’라는 반응이 나올 테니 틀리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어요. 군 생활을 빼고 20년간 공연을 쉰 적 없어요. 일 년 열두 달 꽉 채워 뮤지컬 공연을 했고, 콘서트도 매년 열었죠. 저도 열심히 했지만, 와 주시는 관객분들이 놀랍고 감사합니다.”

“관객들이 저를 보고 뮤지컬을 사랑하게 되기를, 제가 뮤지컬계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2016년 이지나 연출의 ‘도리안 그레이’, 2019년 EMK뮤지컬컴퍼니 ‘엑스칼리버’ 등 초연 창작극에 도전해 온 배경이다. “(관객층이 확보된) 작품을 두고 왜 그 길을 가느냐며 만류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저를 사랑해 주시는 팬들이 있을 때 좋은 작품을 널리 알리고 싶었어요. 제 마음대로 버무릴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주인공 드라큘라를 연기하는 김준수. ⓒ오디컴퍼니(주) 제공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주인공 드라큘라를 연기하는 김준수. ⓒ오디컴퍼니(주) 제공

요즘은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드라큘라’ 10주년 공연 무대에 선다. 400여 년간 한 여인을 사랑한 드라큘라의 이야기다. 김준수는 2014년 초연부터 빠짐없이 주인공 드라큘라 역을 맡았다. ‘샤큘’(시아준수 드라큘라)의 매력에 푹 빠진 ‘회전문 관객’이 많다. 김준수가 출연하는 회차는 이미 매진됐다.

김준수는 “‘드라큘라’는 한국 뮤지컬 중 열 손가락에 꼽는 수작”, “라이선스 뮤지컬이지만 한국 창작진의 노력 덕에 음악부터 무대 세트까지 외국 공연과 차원이 다른 매력을 지닌 작품”이라고 했다. “몸을 쓰는 데 자신이 있어서 다른 ‘드라큘라’ 역 배우들보다 더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엔 드라큘라의 다정한 면모를 표현하려 노력한다”고도 했다. 단 ‘샤큘’의 상징인 빨간 머리는 이번 공연까지만 볼 수 있다. 색을 유지하기 위해 5∼7일마다 염색해야 하는 어려움 탓이다.

“아직도 플레이어로서 하고 싶은 게 많다”고 했다. “‘위키드’의 엘파바와 글린다, ‘킹키부츠’의 ‘롤라’도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어요. 서경수, 강홍석 배우의 ‘롤라’를 보고 누구보다도 남성적인 육체를 지닌 배우가 진가를 발휘하는 역이구나, 저는 마음만 먹어야겠구나 생각했지만요. 하하하.”

팜트리아일랜드 소속 배우들은 지난 9월(세종문화회관 대극장)과 10월(도쿄국제포럼 A홀)에서 두 번째 뮤지컬 갈라 콘서트를 열었다. ⓒ팜트리아일랜드 제공
팜트리아일랜드 소속 배우들은 지난 9월(세종문화회관 대극장)과 10월(도쿄국제포럼 A홀)에서 두 번째 뮤지컬 갈라 콘서트를 열었다. ⓒ팜트리아일랜드 제공

김준수의 이름 앞에는 이제 ‘대표’가 붙는다. 2021년 1인 기획사 팜트리아일랜드를 설립했다. 김소현, 정선아, 손준호, 서경수 등 잘 나가는 뮤지컬 배우들과 한솥밥을 먹는다. 소속 배우 전원이 참가한 뮤지컬 갈라 콘서트를 올해로 2년 연속 개최했다. 지난 10월 일본 갈라 콘서트도 열었다. 업계 최초로 배우들이 출연하는 자체제작 컨텐츠도 선보였다. 유명 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하고 소속 배우들이 녹음한 크리스마스 캐럴도 오는 13일 공개한다.

“대표로서 월급도 안 받고 법인카드도 없다”는 그는 “수익은 회사에, 뮤지컬 대중화에 쓸 계획”이라고 했다. 2023년은 “구상한 것들을 다 이뤄 본 해”였고, 2024년은 더 바삐 달릴 예정이다. “팜트리 배우들 다들 좋은 소식이 많이 있을 것 같아요. 갈라 콘서트 일정을 도저히 맞출 수 없을 정도예요.”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