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차 WIN 문화포럼
유정우 음악칼럼니스트
‘세계로 가는 K-클래식’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지난해 6월 18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열린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연주하고 있다. 임윤찬은 세계적인 권위의 이 대회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 [포트워스=AP/뉴시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지난해 6월 18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열린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연주하고 있다. 임윤찬은 세계적인 권위의 이 대회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 [포트워스=AP/뉴시스]

피아니스트 임윤찬(19)의 실황연주가 담긴 음반이 뉴욕타임스(NYT)이 12월 21일(현지시간) 발표한 ‘올해의 클래식 음반’ 명단에 올랐다. 지난해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당시 18세)로 우승을 차지한 임윤찬은 올해 ‘K 클래식’ 인기의 중심에 섰다. 올해도 한국 연주가들이 국제 콩쿠르 무대를 휩쓸며 ‘K 클래식’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 등 빅3 오케스트라는 동시에 내한해 한국 관객을 찾았다. 클래식 음악 평론가 유정우씨 올해 유례없는 ‘K 클래식’의 호황은 갑자기 이뤄진 게 아니라고 말했다. 지난 50년간 한국 연주가들이 켜켜이 쌓아올린 성과의 토대 위에 현재의 ‘K 클래식’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클래식 음악 평론가 유정우씨가 지난 12월 21일 서울 서초구 더 리버사이드호텔 5층 루비홀에서 열린 ‘제70차 윈(WIN)문화포럼’에서 ‘세계로 가는 K-클래식’을 주제로 강연했다. ⓒ여성신문
클래식 음악 평론가 유정우씨가 지난 12월 21일 서울 서초구 더 리버사이드호텔 5층 루비홀에서 열린 ‘제70차 윈(WIN)문화포럼’에서 ‘세계로 가는 K-클래식’을 주제로 강연했다. ⓒ여성신문

유 평론가는 지난 12월 21일 서울 서초구 더 리버사이드호텔 5층 루비홀에서 열린 ‘제70차 윈(WIN)문화포럼’에서 강연자로 섰다. 윈문화포럼(대표 서은경‧김효선)은 여성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모임으로 (사)여성·문화네트워크가 주최하며, 격월로 명사를 초청해 포럼을 열고 있다.

흉부외과 전문의이자 음악 칼럼니스트인 유 평론가는 이날 ‘세계로 가는 K-클래식’을 주제로 지난 50년간 ‘K클래식’의 결정적 장면 10개를 꼽아 영상과 함께 소개했다.

맨 윗줄에 이름을 올린 이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다. 그는 22살의 나이에 1970년 영국 유명 음반사 데카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아시아는 물론, 여성 바이올리니스트도 찾아보기 힘들던 당시 혜성같이 등장하며 50년간 꾸준히 활약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가로 섰다. 

두 번째 장면은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1974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2위 입상 직후 한국에 입국해 도심 카퍼레이드를 하는 모습이다. 정명훈은 1984년 독일 자르브뤼켄 방송교향악단 상임 지휘자를 맡으며 마에스트로의 길을 걷게 된다. 첼리스트 정명화와 정경화 그리고 정명훈까지 삼남매는 ‘정트리오’로서 실내악 그룹으로 활동했다.

1971년 정경화가 BBC 방송에 출연해 앙드레 프레빈 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는 모습. 사진=BBC 캡쳐
1971년 정경화가 BBC 방송에 출연해 앙드레 프레빈 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는 모습. 사진=BBC 캡쳐

세 번째는 1987년 거장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에게 발탁된 소프라노 조수미의 오디션 장면이다. 서울대 성악과에 재학 중 이탈리아로 유학간 ‘국내파’ 조수미는 당시 클래식의 황제로 불리던 카라얀에게 발탁된다. 카라얀은 1989년 베르디의 ‘가면무도회’를 녹음하며 조수미를 오스카 역에 캐스팅한다. 

1988년 베이스 강병운(필립 강)의 활약은 꼭 기억해야 할 ‘사건’이다. 강병운은 아시아인 최초로 ‘바그너의 성지’인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입성했다. 1992년까지 바이로이트에서 ‘니벨룽의 반지’에 출연, 파프너, 훈딩, 하겐역을 노래했다. 

이듬해인 1989년 지휘자 정명훈은 36살의 나이에 정명훈은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극장(현 파리국립오페라극장) 상임 지휘자에 취임한다. 한국인이 세계 주요 오페라단의 음악감독을 맡은 것은 처음이었다.

1991년과 1995년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사라 장), 첼리스트 장한나 등 ‘K 분더킨트(신동)’들의 시대가 열린다. 

세계 최고의 현대음악 작곡가로 손꼽히는 진은숙의 활약도 눈부시다. 2011년 영국 런던 바비칸에서는 진은숙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토털 이머전: 진은숙(Total Immersion: Unsuk Chin)’이 열렸다. 토털 이머전은 바비칸 센터가 하루종일 한 작곡가의 음악회와 강연 등을 여는 현대음악 페스티벌이다. 이날 바비칸은 12시간 동안 ‘말의 유희’, ‘구갈론’,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그의 작품을 연주하고 상영했다.

작곡가 진은숙. ⓒ서울시향
작곡가 진은숙. ⓒ서울시향

2013년 베이스 연광철은 바이로이트 바그너 탄생 200주년의 독창자로 발탁됐다. 1996~2015년 페스티벌 최장기 주연 가수로 활약했다.

2015년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우승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인 최초로 콩쿠르 우승을 거머쥐었던 그는 2024년 한국인으로는 처음 베를린 필하모닉 상주 음악가로 선정됐다.

2018년 비올리스트 박경민은 베를린 필하모닉 첫 한국인 종신단원으로 입단해 활동하고 있다.

2022년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18세) 우승을 차지했다. 콩쿠르 결선에서 그가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영상은 유튜브에서 약 133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임윤찬 신드롬’은 2024년 봄 데카에서 데뷔 앨범이 발매될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오직 음악만을 위해서 살아갈 것이며, 음악을 위해서라면 다른 모든 것들을 포기하리라 다짐했다”는 그에게 클래식계가 거는 기대가 더 커지고 있다.

유 평론가는 ‘K 클래식’이라는 표현에 대해 “예술에 국적은 존재하지 않지만, 예술가 개성의 뿌리를 형성하며 성취의 동기 부여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라며 “속된 말로 ‘국뽕’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다. 지나친 부분은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으나 근거를 충분히 가졌고, 같은 국가 시민으로서 응원하는 것은 긍정적이며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했다.

한편, 윈 문화포럼은 연말을 맞아 복지시설 등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윈 문화포럼은 △탈북민학교 여명학교에 500만원 △장애인 기관 거제도 애광원에 500만원 △제주도 장애인 거주시설 성자현에 300만원의 기부금을 전달했다. 

특히 윈 문화포럼 회원들은 여성 문화예술인을 위한 창작지원금을 신설해 후원했다. 올해 창작지원금은 시인 조은 작가와 튀르키예 출신 시인 아파세덴 파덴 작가에게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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