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 일부 요람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 일부 요람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수직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그 중요한 원인이 되는 여성의 출산 및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2021년 발표된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육아휴직 사용 가능기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위권이고, 휴직 기간 동안 받을 수 있는 급여도 평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육아휴직의 사용비율은 가장 적었다.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문화가 자리잡지 못한 것이 그 이유다. 2023년 발표된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보고서에 따르면 경력단절 당시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육아휴직 및 출산휴가를 쓰는 것이 눈치가 보였다’는 응답이 무려 2/3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눈치를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남녀고용평등법에 규정되어 있는 육아휴직을 선택이 아닌 의무로 개정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눈치보게 만드는 ‘신청’ 제도

현행 육아휴직 규정은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육아휴직) ① 사업주는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가 모성을 보호하거나 근로자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입양한 자녀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를 양육하기 위하여 휴직을 신청하는 경우에 이를 허용하여야 한다.” 그러나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게만 하는 현행 방식은 현재 문화에서는 필연적으로 근로자로 하여금 눈치를 보게 만든다. 반면 일반 연차유급휴가 규정은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근로기준법 제60조(연차 유급휴가) ①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즉 연차휴가가 주어지는 것은 선택이 아니므로 모두에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특이한 사람이 된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1항을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과 마찬가지로 “근로자에게 최소 몇 개월의 육아휴직을 주어야 한다”는 등으로 개정한다면, 여성 근로자는 물론이고 남성 근로자들도 ‘이미 부여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시 여겨질 것이며 근로자들은 눈치를 보지 않고 각자의 필요에 따라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의무화했더니 사용률 100% 육박

실제로 롯데는 2012년부터 여성 자동육아휴직제를 도입하고 2017년부터 자체적으로 남성에게도 출산 후 1년 이내 최소 1개월 이상의 육아휴직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그 해 통계에 따르면 남성육아휴직 사용자 중 무려 1/10이 해당 기업 재직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최근 3년 내 기업 내 육아휴직 사용률은 여성 100%, 남성 90%에 달하는데 이는 2021년 기준 300명 이상 기업체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여성 76.6%, 남성 6.0%인 점을 볼 때 육아휴직 의무화의 분명한 효과를 보여주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 수반되는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는 위태로운데 중소기업들에게는 노동력 없이 임금을 주어야 하는 현실이 가혹할 수 있다. 그러나 인구절벽은 이미 우리나라의 구성원 모두에게 현실로 닥쳐온 위기이며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없이는 도저히 풀 수 없다. 법 개정에 따른 문제점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토론을 통하여 사업의 규모와 종류, 특성에 따라 사용 일수의 차이와 예외 규정을 두는 등 세분화된 정책의 제시가 필요할 것이다.

다소 급진적인 제도의 정비를 통하여 선진문화를 만든 선례가 있다.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익숙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이 법의 제정을 통하여 우리 사회의 불필요한 낭비와 악습이 상당히 해소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육아휴직 규정에도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한 번쯤 문제의식을 가지고, 피부로 느꼈던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작은 변화만으로 큰 물결이 일기도 한다. 육아휴직 규정의 강제성을 높이는 개정을 통해 이미 많이 늦어버린 인구절벽에 대한 적극적 대비를 지금이라도 시작해 나갈 수 있길 바란다. 

유영훈 변호사(법무법인 세창)
유영훈 변호사(법무법인 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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