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엡스타인 ⓒAP/연합뉴스
제프리 엡스타인 ⓒAP/연합뉴스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체포된 뒤 구치소에서 숨진 미국의 억만장자 금융가 제프리 엡스타인의 명단에 클린턴, 트럼프, 영국 앤드류 왕자 정치권 뿐만 아니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루스 윌리스 등 유명 연예인들이 등장한다.

미국 언론들은 4일(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이 공개한  엡스타인 사건 기록과 재판 관련 문건을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이 문건은 성착취 피해 여성 중 한 명인 버지니아 주프레가 엡스타인의 범죄 행각을 도운 길레인 맥스웰을 상대로 2015년 낸 명예훼손 소송 관련 자료다. 총 934쪽 분량으로, 피해자 녹취록과 이메일, 증언 등이 포함돼 있다.

뉴욕 연방법원은 지난해 말 이 문건에 익명 처리돼 있던 인물 150여명의 실명을 밝히라고 명령했다. 

엡스타인은 미국의 억만장자 금융인이었다. 연예인과 정치인, 억만장자, 학계의 유명인사들과 교류했다. 자신 소유의 버진 아일랜드 섬에 미성년자를 데려와 성착취 및 권력자들을 대상으로 성상납을 했다.

섬 곳곳에 감시카메라(CCTV)를 설치하고 성상납을 받은 권력자 등 인사들을 녹화해 협박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사법거래 의혹 및 당시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2017년 구속 수감됐다.

마이애미 헤럴드의 보도로 성착취에 대한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고, 뉴욕 연방 검찰은 2019년 엡스타인을 성매매 혐의로 기소했다.

미성년자 수십명이 성적학대에 대해 진술했지만 검찰은  2008년 피해자 한 명과 관련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기소했다.

교도소에서 13개월간 복역하던 엡스타인은 2019년 법원에서 연루자 명단 일부를 공개한 바로 다음 날 감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자살로 위장된 타살을 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미국 언론은 엡스타인이 살아 있었다면 종신형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슬레인 맥스웰

기슬레인 맥스웰은 엡스타인의 연인으로 성착취를 도운 혐의로 기소됐다. 맥스웰은 엡스타인의 성적 학대를 위해 10대 여성 4명을 유인한 혐의로 20년 형을 선고받았다.

맥스웰의 범행은 1994년에서 2004년까지 10년에 걸쳐 이뤄졌다.

맥스웰은 2020년 7월 체포된 이후 브루클린의 메트로폴리탄 구치소에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버지니아 주프레

버지니아 주프레는 엡스타인과 맥스웰의 성착취 피해자다. 엡스타인 명단을 공개하라는 소송을 한 장본인이다.

주프레는 엡스타인의 플로리다, 뉴욕,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 뉴멕시코 자택에서 학대한 혐의로 고소한 수십 명의 여성 중 한 명이다. 소송은 엡스타인의 전 여자친구였던 맥스웰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주프레의 소송은 2017년에 끝났지만 법원은 엡스타인의 피해자들과 법적 싸움 중에 이름이 나온 다른 사람들의 사생활 권리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일부 문서 봉인했다. 

주프레는 영국 앤드류 왕자와 성관계를 갖도록 맥스웰이 주선했다고 증언했다.

마이애미 헤럴드는 주프레가 맥스웰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2017년에 종결됐지만 변호사들이 잠재적 증인들과 한 인터뷰 녹취록을 포함하여 처음에 봉인된 상태로 제출된 법원 서류에 접근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디카프리오·윌리스·루카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AP/연합뉴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AP/연합뉴스

엡스타인의 명단에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유명인사 다수가 등장한다.

폭스뉴스는 'A-리스트'에 연예인 다수가 등장한다고 보도했다. 물론 이들은 고발당하거나 기소되지 않았다.

등장 인물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루스 윌리스, 마이클 잭슨, 케이트 블란쳇, 나오미 캠벨, 조지 루카스 감독, 케빈 스페이시 등이다.

명단에는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도 등장한다. 

소조버그는 카퍼필드가 엡스타인의 성범죄와 관련된 얘기를 했다고 증언했다. 카퍼필드는 마술을 보여준 뒤 “여자아이들이 다른 여자아이들을 찾는 데 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또 주프레의 증언에는 미국 억만장자 사업가 톰 프리츠커와 헤지펀드 거물인 글렌 더빈,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 등과의 관계도 적혀있다.

빌 클린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빌 클린턴은 엡스타인 명단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한명이다.

엡스타인의 피해자 중 한 명인 요한나 스조버그는 "나는 (엡스타인)이 빌 클린턴과 거래를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클린턴이 젊은 여자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빌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만장자 투자자이자 컨설턴트인 엡스타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엡스타인 관련 사건으로 기소되지는 않았다.

클린턴의 대변인은 2019년 전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전용기를 탔다고 확인했지만 클린턴은 금융가의 "끔찍한 범죄"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전에 공개된 법정 문서에서 주프레는 엡스타인의 캐리비안 섬에서 클린턴을 만났지만 그가 잘못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인디펜던트는 문서에 클린턴의 이름이 73번 등장한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엡스타인의 문서에 도널드 트럼프의 이름은 4번 등장한다.

소조버그의 증언에서 엡스타인이 전 대통령(트럼프)을 부른적이 있으며 전용기가 뉴저지의 애틀랜틱 시티로 우회한 후 그의 카지노 중 한 곳을 방문했다고 주장했다.

스조버그는 불명예스러운 금융인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조종사들이 계획대로 뉴욕에 착륙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말했습니다.

"제프리는 '좋아요, 우리는 트럼프를 부를 것이고 -- 카지노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 카지노에 갈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라고 증언이 나왔습니다.

트럼프와 엡스타인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훨씬 전부터 오랜 친구였다.

트럼프는 2002년 뉴욕의 한 잡지와 인터뷰에서 "나는 제프를 15년 동안 알고 지냈다. 끔찍한 남자다. 그는 함께하는 것이 아주 즐겁다. 그는 나만큼 아름다운 여자를 좋아하고 그들 중 대부분은 젊은 여자다"라고 말했다.

2020년 맥스웰은 엡스타인이 10대 여성들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것을 도운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솔직히 말해 그녀가 잘 되기를 바랄 뿐이다. 팜비치에 살았던 때부터 그녀를 여러 해 동안 수없이 만났다"라고 트럼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말했다.

앤드류 영국 왕자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앤드류 영국 왕자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앤드류 왕자

앤드류 왕자는 엡스타인 명단에 67번 등장한다.

영국의 앤드류 왕자는 지난 2022년  버지니아 로버츠로 알려진 주프레와 공개되지 않은 합의를 이뤘으며 주프레는 자신이 미성년일 때 성행위를 하도록 강요했다고 비난했다. 앤드류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요크 공작 칭호를 박탈당했다.

엡스타인의 피해자 요한나 스조버그는 앤드류 왕자가 2001년 미국 억만장자의 맨해튼 아파트 안 소파에 앉아 자신의 가슴을 만졌다고 증언했다.

스조버그는 주프레가 엡스타인과 함께 그의 전용기로 뉴욕으로 비행하면서 앤드류 왕자를 만났다고 말했다.

버킹엄 궁은 공작에 대한 모든 비난이 "분명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으며 , 앤드류 왕자는 자신에 대한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해 왔다.

빌 게이츠

러시아 출신 브릿지게임 선수인 밀라 안토노바가 2010년 7월 한 강연에서 빌 게이츠와 함께 찍은 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gniteNYC 유튜브 갈무리
러시아 출신 브릿지게임 선수인 밀라 안토노바가 2010년 7월 한 강연에서 빌 게이츠와 함께 찍은 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gniteNYC 유튜브 갈무리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2011년부터 엡스타인과 여러 차례 만났다. 게이츠는 인터뷰에서 자선 활동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엡스타인과 저녁을 먹은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게이츠의 행동은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빌 게이츠는 과거 20대 러시아 여성과 바람을 피웠다가 10대 성착취범 제프리 앱스타인으로부터 협박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게이츠는 2010년 20대였던 러시아의 브릿지게임 선수인 밀라 안토노바와 불륜을 저질렀다. 브릿지는 카드 게임의 일종이다.

두 사람은 한 브릿지 토너먼트에서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 당시 55세였던 게이츠는 멜린다 게이츠와 결혼 생활 중이었다. 이들은 27년 결혼 생활 끝에 2021년 이혼했다.

빌 리처드슨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 ⓒAP/연합뉴스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 ⓒAP/연합뉴스

명단에는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도 등장한다. 빌 리처드슨은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리처드슨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한을 여러차례 방문했다.

지난 1994년 12월 주한미군 헬기가 휴전선 근처에서 북한에 격추됐을 때 13일 만에 사망 조종사의 유해와 함께 생존 조종사를 판문점을 통해 데리고 나왔다.

2년 뒤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 특사로 북한을 방문해 밀입국 혐의로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에번 헌지커의 석방을 끌어냈다.

또 2009년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다 국경을 넘어가 붙잡힌 중국계 미국인 로라 링 기자나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 케네스 배, 대학생 오터 웜비어 등의 석방 문제에도 관여했다.

2003년 북한의 NPT 탈퇴선언 때는 북한 측과 이 문제를 논의하고 2007년에는 미군 유해 6구의 송환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7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엡스타인 명단에 나온 인사들 중 아직까지 기소된 인물은 없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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