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2024 서울시향 신년 음악회’서 협연

지난 5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2024 서울시향 신년 음악회’ 현장. 세계적 지휘자 성시연이 이끄는 서울시향과 파가니니·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에 빛나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만났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지난 5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2024 서울시향 신년 음악회’ 현장. 세계적 지휘자 성시연이 이끄는 서울시향과 파가니니·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에 빛나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만났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군더더기 없이 우아했다. 피날레는 경쾌하고 사랑스러웠다. 마지막까지 객석에서 즐거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축제 같은 음악회였다.

지난 5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2024 서울시향 신년 음악회’는 일찍부터 음악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세계적인 지휘자 성시연(48)이 이끄는 서울시향과 파가니니·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에 빛나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8)의 만남이다. 3000여 석 규모의 공연장은 꽉 찼다. 어린이부터 외국인까지 다양한 관객들로 북적였다.

‘남성 일변도’ 클래식 음악계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했다. 성시연은 ‘여성 최초’ 미국 보스턴심포니 부지휘자, 뉴질랜드 오클랜드필하모니아오케스트라 수석 객원지휘자에 오르는 등 역사를 써 온 우리 시대의 거장이다. 여성이 포디움에 서는 순간은 여전히 귀하다. 또 여성 단원 비중이 더 크고, 각 악기 파트를 이끄는 수석들 중에도 여성이 많은 서울시향과의 무대였다. 남성이 지휘하는 남성 위주의 오케스트라에만 익숙했던 관객들에게 이날 무대는 그 자체로 파격이었을 것이다.

성시연이 지난 5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2024 서울시향 신년 음악회’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성시연이 지난 5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2024 서울시향 신년 음악회’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신년 음악회다운 힘찬 트럼펫 팡파르와 함께 막이 올랐다. 차이콥스키의 ‘이탈리아 기상곡’(1880). 평생 이탈리아를 사랑했다는 거장은 이탈리아의 정취를 닮은 따스하고 자유분방하고 리드미컬한 곡을 남겼다. 성시연은 단원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팔을 크게 휘둘렀다. 여유로우면서도 절도 있는 지휘로 생동감 넘치는 소리를 빚었다. 장엄한 금관에 탬버린, 글로켄슈필 등 화사한 울림을 주는 타악기들이 가세해 찬란하면서도 우아한 음색을 뽐냈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지난 5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2024 서울시향 신년 음악회’에서 협연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지난 5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2024 서울시향 신년 음악회’에서 협연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양인모의 협연 무대는 이날의 백미였다. 집시풍의 격정적이고 애수에 찬 선율과 까다로운 기교로 유명한 사라사테 ‘치고이너바이젠’과 라벨 ‘치간’을 선보였다. 강렬하면서도 기품 있는 연주에 객석은 열광했다. 2022년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 부상으로 임대한 1772년산 과다니니 바이올린의 음색도 빛났지만, 양인모 특유의 우아하고 절묘한 균형이 익숙한 명곡에 새로운 느낌을 불어넣었다. 앙코르로는 자신의 특기인 파가니니 ‘카프리스 제7번 A단조’를 연주해 ‘인모니니’(양인모+파가니니)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2부는 낭만적인 보헤미아의 선율을 담은 드보르자크 교향곡 제8번이었다. 1악장부터 풍성한 소리로 관객을 몰입시킨 성시연은 우아한 왈츠의 3악장부터 그야말로 춤추듯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지난 5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2024 서울시향 신년 음악회’ 현장.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지난 5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2024 서울시향 신년 음악회’ 현장.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유려하고 유쾌한 지휘는 앙코르곡 슈트라우스 ‘라데츠키 행진곡’에서 정점에 달했다. 연주가 시작되자 몇몇 관객이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보통은 그냥 넘길 일을 성시연은 놓치지 않았다. 객석을 향해 지휘하듯 손을 흔들며 리듬에 맞춰 박수를 유도했다. 그렇게 오케스트라는 밝고 힘찬 선율을 연주하고, 관객은 손뼉 쳐 리듬을 더했다. 모두가 즐거워하는 파티 같은 피날레였다. ‘클래식 음악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고 싶다’, ‘음악 자체에 집중해 즐기는 마음으로 무대에 선다’던 성시연다운 순간이었다. 그 사랑스러운 순간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고질적인 음향 부족에 대한 안타까움을 덜어주었다. 긴 박수와 환호 속 성시연은 몇 차례나 단원들을 일으켜 세워 감사와 기쁨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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