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꽃 달아 주는 업무 주로 젊은 여성이 맡아
‘차별적 성별분업’ 인식…내부선 코사지 준비 안 해
이원석 총장 “양성평등 가치,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평온한 일상 누리려면 법률가 역할 중요” 강조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한국여성변호사회 신년회에서 축사를 하며 코사지(가슴에 다는 꽃 장식)를 달기 싫은 이유가 차별적인 성별 분업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한국여성변호사회 신년회에서 축사를 하며 코사지(가슴에 다는 꽃 장식)를 달기 싫은 이유가 차별적인 성별 분업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한국여성변호사회 신년회 축사에서 코사지(가슴에 다는 꽃 장식)를 달기 싫은 이유가 차별적인 성별 분업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총장은 검찰 내부행사에서는 가급적 가슴에 다는 코사지를 준비하지 않도록 당부한다며 “제 경험으로는 지금껏 남성이 참석자에게 꽃장식을 달아주는 경우를 본 적이 없고, 긴장하고 기다리며 꽃장식을 매달아주는 일은 늘 젊은 여성의 몫인 점이 차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흔히 행사 주최 측은 내빈의 가슴에 꽃을 달며 환대의 뜻을 전하게 된다. 이 일은 행사를 돕는 직원이나 외부 인력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고, 흔히 ‘도우미’로 불리는 인력은 주로 젊은 미여성들이 맡는다. 아름답게 장식하는 일은 여성의 일이고, 젊은 여성의 환대가 더 즐겁다는 성별 분업의 관행이다.

사소한 코사지 관행에서 성차별적 고정관념의 실마리를 끄집어낸 이 총장의 축사는 참석자들에게 인상 깊게 다가갔다. 김학자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이 총장이 임신한 여성 피의자의 사정을 살피게 하는 등 세심하게 여성을 위한 실천을 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취임 후 첫 방문지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원장 신보라)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로 정하는 등 여성인권 보호에 관심이 컸다고 한다.

이 총장은 이날 축사에서 “우리 사회는 양성평등의 방향으로 발전해가고 있지만 차별적 시선과 인식이 아직 사회곳곳에 스며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혐오와 차별을 없애고, 여성‧아동‧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안심하고 일상을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공동체 구성원들의 약속인 ’법‘이 그들을 든든히 지켜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성평등 가치가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여성이 안심하고 집과 일터와 길거리에서 평온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하려면 법률가인 우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한국여성변호사회를 ‘같은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고 동행하는 길동무(道伴)’라고 표현하며 지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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