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옵티칼 구미 해고자들, 고공농성
일본 기업 공장철거에 고용승계 요구

경북 구미에 위치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공농성장에서 투쟁을 외치는 두 사람(왼-소현숙 오른-박정혜) ⓒ소현숙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조직부장
경북 구미에 위치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공농성장에서 투쟁을 외치는 두 사람(왼-소현숙 오른-박정혜) ⓒ소현숙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조직부장

불을 우리가 낸 것도 아니고

2024년 1월 8일, 두 여성이 공장 옥상에 올랐다. 구미에 위치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이하 ‘옵티칼’) 공장이다. 2년 전 공장이 불에 타고 한 달 만에 청산이 결정됐다. 구미 공장의 물량은 평택의 쌍둥이 회사로 보내졌다. 회사는 그 물량을 생산하던 노동자에겐 함께 가자고 하지 않았다. 노동자 전원에게 희망퇴직서를 내밀었다.

이를 거부한 11명의 노동자는 ‘고용승계’를 외치며 불탄 공장에서 살고 있다. 회사는 이들을 정리해고했고 전국금속노동조합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사무실에서 나갈 것을 요구했다. 사무실을 부수겠다며 굴착기를 끌고 왔고 물도 끊었다. 조합원들이 노조 사무실을 이용하는 게 공장 철거에 방해된다며 조합원들 집(혹은 전세보증금)에 가압류를 각각 4000만원 걸었다.

구미시청은 회사가 불탄 공장을 철거하도록 승인해주려 했다. 고공농성을 시작한 건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이하 수석)과 소현숙 조직2부장(이하 조직부장)이다. 두 여성 노동자는 고공농성 돌입 직후 “억울해서 올라왔어요. 억울해서”라고 호소했다.

죽기 살기로 일했다

두 사람은 각각 12년, 16년을 옵티칼에서 일했다. 하루에 12시간씩, 일주일에 6일을 일했다. 잔업, 특근은 기본이었고 명절에도 쉬지 못했다. 그렇게 일하면서도 정혜씨는 회사가 더 잘되어야 한다고 자주 말했다. 더 열심히 할 수 있다고. 부사장님은 물량 더 많이 받아오시라고.

현숙씨는 12년 일했을 무렵, 각막이 손상됐다. 툭하면 각막이 찢어져서 며칠씩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암실에서 형광등 하나 두고 1시간에 900장씩 불량 검사를 한 결과였다. 그래도 현숙씨는 산재 신청도 하지 않고 ‘이 직장이 내 마지막 직장’이란 생각으로 열심히 다녔다.

고공농성 텐트에서 밥을 먹는 소현숙 조직부장과 박정혜 수석 ⓒ소현숙 조직부장
고공농성 텐트에서 밥을 먹는 소현숙 조직부장과 박정혜 수석 ⓒ소현숙 조직부장

9m 고공의 일상

아침 8시에 약식집회를 한다. 10분 전, 조합원들은 아래에서 옥상만 올려다본다. 두 사람이 텐트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내면 위에선 아래를 보며, 아래에선 위를 보며 서로 괜찮음에 안도한다. 하루 세 번 두레박을 올린다. 식사다. 두 사람은 고공에 화장실이 불편하니 밥도 조금만 올려달라고 한다. 

조합원들은 일회용 도시락통에 밥과 반찬은 조금씩 담되, 몸을 녹이라고 따뜻한 국은 잔뜩 담는다. 올릴 때마다 생수를 한 병씩 같이 올린다.

“언니 생수 안 모자라?” 
“어 괜찮아. 생수 한 병만 올리면 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공농성자는 “물이 모자라긴 해요. 근데 생수는 무거워요. 아래에서 줄을 당겨서 두레박이 올라가는 구조인데, 생수를 많이 올려달라고 하면 조합원들 힘들잖아요. 그러기 싫어요”라고 답했다. 이어서 “씻는 건 물티슈로 해요. 찝찝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조합원들을 힘들게 하거나 내려갈 수는 없잖아요”라고 덧붙였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앞에서 대화 중인 법원 집행관과 노동조합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앞에서 대화 중인 법원 집행관과 노동조합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하루에 한 번은 사측이 찾아온다. 청산인, 노무사, 직원 몇 명이 와서 캠코더와 휴대 전화로 조합원 영상과 사진을 찍는다. 공장 철거를 하러 왔다면서 법원의 가처분 결정문을 확성기에 대고 읽는다.

“사측은 매일 찾아오지만 대화할 생각은 없다고 합니다. 양아치도 이런 짓은 하지 않습니다.” 소현숙 조직부장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전화 연결 후, 휴대 전화에 마이크를 대서 발언한다. 그 옆에 선 박정혜 수석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동의를 표시한다.

최현환 지회장이 청산인에게 교섭 요청 공문을 매번 내민다. 사측은 ‘교섭은 절대 없습니다’라고 반복해서 답한다. 소현숙 조직부장은 “만약 정말로 고용승계를 해줄 수 없고 진심으로 노조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그 또한 교섭 자리에서 말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대화를 아예 거부하는 게 화나요”라고 한다.

고공농성장에서 청소 중인 소현숙 조직부장 ⓒ소현숙 조직부장
고공농성장에서 청소 중인 소현숙 조직부장 ⓒ소현숙 조직부장

밤에 자기 전, 두 사람은 핫팩을 흔들어서 침낭에 넣고 양말을 두 겹으로 신는다. 누워선 둘이 짧은 대화를 나눈다. 

“오늘 우리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언니! 오늘 잘했어요. 욕심 부리지 마요.”

소현숙 조직부장은 가끔 고공에 올라온 후로 자신이 좀 예민해졌다고 느낀다. 며칠 전, 새벽에 자동차 ‘삐용삐용’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은 경찰이 온 줄 알고 놀라서 얼른 텐트 밖으로 나왔다. 새벽에 다니는 청소차였다. 서로 다행이라고 말하며 다시 누웠다. 박정혜 수석은 누우며 “얼른 투쟁이 이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공농성을 하는 노조에 가처분 내용을 설명하는 법원 집행관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고공농성을 하는 노조에 가처분 내용을 설명하는 법원 집행관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이제 어떡하지

지난 26일 오전 9시경, 법원 집행관이 찾아왔다. 공장철거방해금지가처분 중 일부를 집행하겠다고 했다. 노동조합 사무실에 있는 집기, 물건을 전부 가져가겠다고 했다. 회사 소유인지 노동조합 소유인지 개인 소유인지는 상관없다고 했다.

오전 9시 40분경, 법원 집행관은 노동조합과 협의 끝에 노동조합에게 약 3주의 시간을 주었다. 다음달 16일 오전 10시에 법원, 경찰, 사측은 노동조합 사무실로 찾아올 것이다. 그때까지 노동조합이 스스로 노조 사무실을 나가지 않으면, 찾아와서 집기를 가져가고 노조 사무실에서 모두 물리적으로 끌어낼 것이다.

고공농성자를 강제로 끌어내릴 가능성도 있다. 소현숙 조직부장은 ‘우리가 바라는 건 고용승계뿐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박정혜 수석은 “그날 많은 시민께서 와주셔서 노동조합에게 힘을 보태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며 간절함을 전했다.

이훈 민주노조를깨우는소리 호각 활동가​
이훈 민주노조를깨우는소리 호각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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