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지운 변호사‧이주민 지원 공익센터 ‘감사와 동행’ 대표
감동 센터 창립 10주년
2024 미지상 법조 분야 수상
국내 이주노동자 12만명 시대
이주여성부터 이주아동 두루 지원
“지속가능한 공익전담변호 환경 만들 것”

고지운 변호사‧이주민 지원 공익센터 ‘감사와 동행’ 대표.
고지운 변호사‧이주민 지원 공익센터 ‘감사와 동행’ 대표.

2024년은 고지운 변호사‧이주민 지원 공익센터 ‘감사와 동행’(이하 감동) 대표에게 뜻깊은 해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는 감동은 고 변호사가 2014년 3월 직접 설립한 센터다. 이주노동자·가정폭력 이주여성 등을 위한 무료소송 법률지원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고 변호사는 2012년 변호사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이주노동자·가정폭력 결혼이주여성·한부모·학대피해 이주아동·난민을 위해 무료소송 법률 지원 중이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월 25일 ‘2024 제21회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 지도자상’(이하 미지상) 시상식에서 법조 분야를 수상했다. 이날 미지상 시상식에서 만난 고 변호사는 “이렇게 오래 활동할지 몰랐지만 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기 때문”이라며 “특히 공익 전담 변호사는 이탈률이 높은데 지속 가능한 업무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감동 센터를 설립하기 전 다른 센터에서 근무하다가 퇴사했는데 피해자분들께서 저를 계속 찾아오셨다. 그래서 이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며 “어려웠던 행정소송이 잘 해결됐을 때 그동안 희망이 없었던 이주민분들이 너무나 좋아하시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뭔가를 해보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센터를 만들게 됐다”고 센터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혼자 공익센터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데에는 비용 문제가 크다. 고 변호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공익 전담 변호사를 지원해 주는 것”이라며 “그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사명감으로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지운 변호사‧이주민 지원 공익센터 ‘감사와 동행’ 대표. ⓒ여성신문·성혜련 사진작가
​고지운 변호사‧이주민 지원 공익센터 ‘감사와 동행’ 대표. ⓒ여성신문·성혜련 사진작가

공익 전담 변호사는 다른 일을 겸임할 수 없다. 고 변호사는 “말 그대로 공익을 전담으로 하는 변호사이기 때문에 겸임은 불가능하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공간 지원을 받는 전제 조건으로 수임하지 않는 것이 들어가 있다”이라며 “수임하게 되면 개인적으로 돈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익 변호사는 풀이 넓은데 본인 일을 하면서 공익 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사도 있고, 저희처럼 아예 전담으로 하는 변호사도 있다”고 덧붙였다.

고 변호사가 이주민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법률 상담 봉사’였다. 그는 “법률 상담 봉사를 하다 보니 이주민은 특히 언어 소통 문제가 크게 겪고 있고, 소송을 해야 하는데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분들이 많기 때문에 여기에서 멈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일하며 가장 보람된 순간은 본국으로 돌아간 이주민이 안부 연락을 할 때다. 고 변호사는 “결혼 이주여성은 한국에 계시지만 이주 노동자들은 본국에 돌아간다”며 “산재로 인해 상처는 남았지만 이를 극복하고 가정도 꾸리고 잘 지내고 있다는 안부 연락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국내 이주노동자는 점차 늘고 있다. 정부는 국내 산업현장에서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부터 국내에 16만5천명의 이주노동자를 투입한다. 2022년 6만9천명에서 지난해 12만명으로 늘었는데 이는 2년 만에 2.4배 늘어났다. 고 변호사는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를 어느 정도 갖추고 나서 이주노동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가야 갈등 문제를 막을 수 있다”며 “‘필요한 수요가 있으니까 무조건 받아들이자’고 하면 이주 여성이든 이주 노동자든 권리 구제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2021년 2월 9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주노동자기숙사산재사망사건대책위 주최로 열린 이주노동자 기숙사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사망한 이주노동자가 살던 비닐하우스 사진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2월 9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주노동자기숙사산재사망사건대책위 주최로 열린 이주노동자 기숙사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사망한 이주노동자가 살던 비닐하우스 사진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의 상황도 심각하다. 2020년 12월 캄보디아 국적의 여성 이주노동자 누온 속헹(NUON Sokkheng)씨는 경기도 포천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자다 영하 18℃의 추위를 견디다 못해 사망했다. 또 속헹씨는 5년 가까이 일하면서 직장 건강검진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변호사는 이를 방지하고자 일명 ‘비닐하우스 주거방지법’ 개정 법률안 마련에 참여했다. 그는 “개정안이 통과됐는데 고용노동부의 지침은 조정되지 않았다. 속헹씨가 돌아가시면서 사업주가 비닐하우스 안에 가설건축물을 놓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이를 어길 시 고용허가를 금지하겠다고 했다”며 “일이 생겨야지 부랴부랴 바뀌는 것이 문제이고 관리 인력이 부족한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농장주한테 바꾸라고 해도 ‘돈이 없다’고 하면 아무 조치하지 못한다. 또 ‘가설 건축물 축소 신고 필증’이라는 것을 제출하면 불법이어도 인정해 준다”며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원금을 일부 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매우 한정적이다. 적극적인 행정을 하거나 정부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변호사는 특히 이주여성노동자를 향한 성추행 문제도 심각하다고 했다. 그는 “일터로 갈 때 트럭과 같은 운송 수단을 타는데 그 안에서도 성추행이 일어나고 심지어 야외에서 밭일하다가도 신체적 접촉이 이뤄진다”며 “‘그러지 말라’고 거부하지만 성추행을 막기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법적으로 성추행 사실이 확인되면 농장, 즉 근무지를 바꿔줘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은 성추행으로 벌금형 등이 확정돼야 조치가 되는 것”이라며 “사실 성추행 사실이 인정되는 것부터 힘든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 변호사는 학대피해 이주아동에 대한 법제도 연구도 하고 있다. 그는 “일반 아동학대 문제와 비교했을 때 특수하다”며 “우선 전수조사 자체가 힘들다. 만약 부모 모두 다 이주민인 경우 아동학대 피해가 있다고 해도 신고 자체를 꺼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법 체류 문제일 수도 있고 적법한 체류여도 아동학대로 신고하면 범칙금이나 벌금 등이 부과되는데 나중에 체류 자격 연장에도 문제가 생기고 심하면 추방까지 될 수 있다”며 “원가정이 흔들리면서 아이도 더욱 불안해진다. 이주아동 같은 경우는 보호시설에서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학대피해 이주아동을 위한 정부 지원금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대피해 이주아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원가정이 제대로 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대안으로 꼽는다”며 “현재로선 정부나 학교에서 모니터링을 자주 해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가장 실효성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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