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넷, 1일 임신중지 경험 결과보고서 발표
임신중지 공식 정보 없고 병원 찾기 어려워
시술 난이도 상관 없이 모두 고액 수술비 지불해야

2022년 4월 10일 낙태죄 폐지 1년 4.10 공동행동 기획단이 서울 종로구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에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성재생산 건강 및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이세아 기자
2022년 4월 10일 낙태죄 폐지 1년 4.10 공동행동 기획단이 서울 종로구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에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성재생산 건강 및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이세아 기자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발표된 지 5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임신중지 관련 정보제공과 의료수가 체계화 등 보건의료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모임넷)은 지난해 12월 임신중지를 경험한 20~30대 여성 6명과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임신중지 경험 결과보고서’를 1일 발표하며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응답자들은 모두 임신 초기에 안전한 임신중지 방법을 찾아다녔으나, 대부분 병원에서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는 등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구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또한 임신중지에 대한 공식 정보가 없어 상담과 시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어려웠으며,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 병원이 없어 임신중지 시술을 받거나 회복이 필요한 시간을 위해 병원 근처에서 숙박했다는 답변도 있었다.

일부 응답자는 보호자 동반이 필수적이지 않음에도 병원에서 보호자 동반과 동의서 작성을 요구해 지인을 설득해서 동행해야 하는 등의 불필요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유산유도제인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온라인으로 구매해 복용한 응답자의 경우 약의 후유증, 복용 후의 신체 증상에 대한 판단과 대처 등에 관해 도움을 구하거나 문의할 곳이 없었고, 병원에 가기에는 비용이 부담됐다고 답했다.

임신 4주차인 응답자와 9주차인 응답자는 모두 80~100만원의 수술비를 지불했다. 모임넷은 “임신 주수에 따라 임신중지의 위험성과 난이도가 다른데도 모두 고액의 수술비를 지불해야 한다. 수술비용에 대한 기준이나 통계가 없어 의사가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모임넷은 이 같은 임신중지 현황과 주요 문제점들을 정리한 결과보고서를 2024년 1월 16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모임넷은 “임신중지를 건강권의 영역으로 공식화하고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인권과 건강권 보장을 위한 중요한 영역”이라며 “정부는 임신중지에 관한 포괄적 정보와 안전한 의료기관 정보를 제공하고, 유산유도제 공식화 및 임신중지시술 의료 수가 정상화 등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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