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방화 추정"...한국 대사관 "방문 삼갈 것" 당부

(킬푸에 AP=연합뉴스) 헬기가 칠레 발파라이소주에서 발생한 산불 진압에 나서고 있다.
(킬푸에 AP=연합뉴스) 4일(현지시각) 헬기가 칠레 발파라이소주에서 발생한 산불 진압에 나서고 있다.

남미 칠레 중부를 삽시간에 집어삼킨 산불로 지금까지 최소한 99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실종됐다.

4일(현지시각) BBC에 따르면 발파라이소주 당국은 산불로 최소 99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주민도 100명을 넘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이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보리치 대통령 "모든 필요한 자원을 지원해 대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산불은 칠레에서 가장 치명적인 산불로 기록될 전망이다.

칠레 대통령실 소셜미디어와 국가재난예방대응청(세나프레드·Senafred)에서 제공하는 재난정보에 따르면 중부 발파라이소주에서 지난 2일 오후 페뉴엘라 호수 보호구역 인근에서 산불 신고가 접수됐다.

불의 기세는 강풍과 건조한 날씨 등 영향으로 거세졌다.

불길은 강풍을 타고 민가쪽으로 삽시간에 번졌다고 당국은 밝혔다. 특히 토요일이었던 3일에는 최대 풍속 시속 60㎞까지 기록될 정도로 바람이 셌던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는 칠레 대표적 휴양지인 비냐델마르를 비롯해 킬푸에, 비야알레마나, 리마셰 등에 집중됐다.

공단 지역인 엘살토에서는 페인트 공장이 화염에 휩싸였고, 내부에서 인화성 물질로 인한 폭발도 발생했다.

국가에서 관리한 지 73년 넘은 역사 깊은 식물원은 90% 이상 소실됐고, 안에서는 근로자 가족 4명이 숨졌다.

이 세 곳에서 불에 탄 면적은 이날 현재 110㎢에 달한다. 경기 수원시 전체 면적(약 121㎢)에 맞먹는 규모다.

아직 정확한 집계는 나오지 않았으나, 주택 3천∼6천채가 피해를 본 것으로 당국은 추산했다.

(킬푸에 AFP=연합뉴스) 4일(현지시각) 칠레 킬푸에 지역 한 마을에서 주민이 불에 타버린 승용차 옆 도로를 지나가고 있다.
(킬푸에 AFP=연합뉴스) 4일(현지시각) 칠레 킬푸에 지역 한 마을에서 주민이 불에 타버린 승용차 옆 도로를 지나가고 있다.

가브리엘 보리치 정부는 가용할 수 있는 소방관과 군 장병을 동원해 진화와 실종자 수색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지난주 남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 대응으로 총력 대응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매체인 라테르세라는 전했다.

보리치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메시지에서 525명의 사망자를 낸 2010년 2월의 규모 8.8 대지진과 쓰나미를 언급하며 "의심할 여지 없이 2010년 참사 이후 가장 큰 비극"이라고 말했다.

세나프레드는 화염에 휩싸일 위험이 있는 30여개 도시 주민을 대상으로 전날 내내 대피 알람을 보냈다고 강조했다. 비냐델마르 등 4개 도시에는 통행금지령도 내려졌다.

당국은 여러 곳의 화재 가운데 비냐델마르의 라스타블라스 지역은 방화에 의한 재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보리치 대통령은 전날 오후 대통령궁에서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에서 "누군가 의도적으로 불을 냈을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당국이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보리치 대통령은 또 희생자 추모를 위해 5∼6일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한다고 덧붙였다.

주칠레 한국대사관은 긴급 공지를 통해 진화 때까지 발파라이소 및 비냐델마르 지역 방문을 삼갈 것을 교민과 관광객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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