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걸 크러시』임치균 등 지음, 민음사 펴냄

조선의 걸크러쉬 ⓒ민음사
조선의 걸크러쉬 ⓒ민음사

“저는 20세에 혼인했습니다. 남편은 25세였습니다. 남자가 25세가 되었다면 남녀 성관계에 익숙하고 잘 알 것입니다. 이 남자와 함께 밤을 맞이한 지 이제 6년에서 7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단 한 번도 이 남자와 성관계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 했습니다”

한 이혼 신청 사연 중 일부다. 이는 어느 시대일까? 2024년? 1990년? 모두 아니다. 조선 후기 금성(전라남도 나주 지역)에 살았던 한 여성의 사연이다.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도 자신의 성적 욕망을 윤리적 이유로 억누르지 않은 여성이 있었다. 심지에 자신에게 성적 만족을 주지 못한다며 남편과 이혼을 요구하는 등 성적 자기결정권을 매우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처럼 조선에서 현모양처라는 틀을 거부한 여성들이 있다. 이들은 당시 요구됐던 여성의 기본적 직무인 침선방직, 봉제사, 접빈객 등에 머물지 않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갔다.

『조선의 걸 크러시』는 실존 인물, 야사의 등장인물, 소설의 주인공 등 40명의 여성에 대한 내용을 담아 조선 여성들에 대한 오해를 깨부순다.

조선 여성들이 가녀리고 연약했으리라는 선입견을 바로잡는 1부 ‘복수자들’로 시작하는 이 책은 ‘영웅의 기상’, ‘쓰고 노래하다’, ‘사랑을 찾아서’, ‘뛰어난 기개와 재주’까지 총 5부로 구성된다.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군대를 지휘해 잔 다르크처럼 나라를 구하기도 하고, 당시 제일 긴 소설을 쓰기도 하며, 사랑을 위해 모든 손해를 감수하기도 한다.

기록의 나라 조선에서 국가의 공식 기록부터 민간의 야담집, 소설까지 여성들이 차지하는 자리는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이는 역사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다. 이 책은 ‘남성’말고 ‘여성’의 이야기로 조선시대의 문학과 역사를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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