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비혼주의자 마리아’는 기독교와 성경 내에서의 여성의 위치와 한국 교회에서의 권력관계로 인한 그루밍 성범죄 등을 다뤘다. ⓒ에끌툰
웹툰 ‘비혼주의자 마리아’는 기독교와 성경 내에서의 여성의 위치와 한국 교회에서의 권력관계로 인한 그루밍 성범죄 등을 다뤘다. ⓒ에끌툰

작년 교회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 가해자의 68%는 목사·전도사 등 교회 지도자 격 인물들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교단이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지원하고 가해자를 징계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지난 20일 발표한 '2023년 상담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센터에 접수된 성폭력 피해 신고는 총 44건이었으며 피해자 수는 69명이었다.

가해자의 교회 내 직분은 담임 목회를 하는 목사·전도사가 18명(41%), 부목회자로서 목사·강도사·전도사가 12명(27%)이었다. 전체 가해자 44명 중 교회 지도자 격 인물이 30명(68%)에 달했다.

박신원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실장은 “신자가 목회자를 영적인 아버지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폭력과 같은 위력이 행사되기보다는 친절, 신뢰관계를 기반 한 그루밍 성폭력의 특징이 강하다”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성별은 96%가 여성으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유형별로는 성추행(38%), 강간(28%), 성희롱(13%) 순이었다.

올해 피해자가 교회와 교단에 징계를 요청한 사건 수는 11건으로 작년에(20건) 비해 감소했다.

박 실장은 “피해자가 교회에서 제대로 된 감수성을 갖고 사건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사라진 것”이라며 “교회는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 경각심을 갖고 고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더불어 그는 “피해자 보호 규정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가해자가 목사와 같이 이미 교회법을 잘 아는 이들이다. 이들을 견제하고 관리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들은 훨씬 많을 것”이라며 “교회는 친밀한 공동체다. 문제를 공론화했을 때 공동체를 상실할 수 있다는 공포감 때문에 말하지 못하는 분도 있을 거다”라고 설명했다.

교단 내에서 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은 더딘 편이다. 2018년 이전까지 한국 주요교단 헌법에 성범죄 징계가 포함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작년에서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이 교회 내 성폭력에 대한 윤리 강령 및 대응 지침을 제정했다. 하지만 ‘성폭력’이라는 단어를 ‘성 윤리’로 바꾸며 비판받은 바 있다.

한편,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기독교 관련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사건의 피해와 상담과 지원을 위해 출범한 단체로,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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