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인사혁신처 순직심사 진행
유족 측 “피해자 어머니 여전히 힘들어해…사람 못 마주쳐
사건 발생한 등산로, 출퇴근길로 보고 순직 인정 됐으면“

신림동 등산로 살인 사건' 피의자 최윤종이 지난해 8월 25일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신림동 등산로 살인 사건' 피의자 최윤종이 지난해 8월 25일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로 출근하던 중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 의해 사망한 초등교사의 순직 인정 심사가 21일 이뤄졌다. 유족 측은 "사건이 발생한 등산로를 통상적인 출근길로 보고 피해자의 순직을 인정해달라"고 호소했다.

인사혁신처는 이날 ‘신림 성폭행 살인’ 사건 피해자인 초등교사 공모씨에 대한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 순직 심의회를 열었다. 순직 인정 결과는 다음 주 안으로 유족에 알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자 최윤종(31)은 지난해 8월 17일 서울 관악구 신림 공원 산책로에서 방학 중 연수 준비를 위해 학교로 출근하던 초등교사 공씨를 성폭행할 목적으로 너클로 때리고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최윤종은 4개월 전 너클을 구매하고 CCTV가 없는 곳을 찾아다니는 등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발생 6개월이 지난 지금도 공씨의 유족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에 잠겨 있다. 공씨의 친오빠인 공재현(37)씨는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어머니가 전화는 물론이고 분리수거도 못하고 계신다”며 “친척 분들과 전화하면 계속 우신다. 자신을 아는 사람들이 위로해준다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건네는 것조차 힘들어 하신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또한 “어머니가 혼자서는 집밖을 못 나가신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두 번 나와 함께 사람 없는 곳을 잠깐 산책하는 정도다”라며 “지난 설날 제삿장을 보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시장을 다녀왔는데, 장을 보는 내내 부들부들 떠시며 괴로워하셨다”고 말했다.

'신림 성폭행 살인' 사건이 발생한 생태공원 중심부로 가는 길에 설치된 산불감시용 CCTV ⓒ박상혁 기자
'신림 성폭행 살인' 사건이 발생한 생태공원 중심부로 가는 길에 설치된 산불감시용 CCTV ⓒ박상혁 기자

서울시는 '신림 성폭행 살인' 재발방지 대책으로 인공지능 CCTV 설치 및 CCTV 확대를 발표했다. 공씨는는 “CCTV 확대가 근본적 대책은 아니라고 본다. 범죄자들은 사각지대를 찾아 또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며 “성범죄 형량 자체를 올려 잠재적 성범죄자들이 무서워서 범행을 생각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순직 인정 여부는 인사혁신처가 사건이 발생한 등산로가 통상적인 출퇴근 경로로 판단하는지에 따라 정해질 전망이다. 공씨는 “방학 동안 연수 준비로 학교를 출근하는 내용이 공문으로도 남아 있다. 피해자가 평소에도 등산로를 이용해 출퇴근했다는 사실을 학부모와 동료 교사 분들도 알고 계시고 사실확인서도 작성해 제출해주셨다”며 “인사혁신처가 해당 등산로를 출퇴근 경로로 보고 순직인정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편, 공씨는 피해자의 순직 심사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그는 “사건 이후 전재수 의원이 전화를 통해 꾸준히 위로의 말을 건네주셨다. 순직 인정과 관련한 공문 및 탄원서 제출에 많은 도움을 주시고, 최근까지도 연락을 주시고 있다”며 “여러 민주당 의원들이 도움을 주시고 계신다. 유족 입장에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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