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진흥원, 2023 게임업계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발표
정치·종교·성평등 등 다양한 이유로 종사자 대상 사이버불링 벌어져
이용자 인식개선 시급…건전한 커뮤니티 문화 조성에 정부도 나서야“

손가락 모양으로 ‘남혐 캐릭터’ 논란이 불거진 메이플스토리 엔젤릭 버스터 리마스터 영상 일부.
손가락 모양으로 ‘남혐 캐릭터’ 논란이 불거진 메이플스토리 엔젤릭 버스터 리마스터 영상 일부.

페미니즘·정치·종교 등 다양한 이유로 게임업계 종사자에게 가해지는 사이버불링(온라인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이용자 인식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종사자들의 의견이 나왔다.

콘텐츠진흥원이 21일 발표한 ‘2023 게임업계 노동환경 종사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5일에서 11월 8일 서면 인터뷰에 참여한 20~30대 게임업계 종사자 18명은 “개인에 의한 집단 괴롭힘, 성차별적 발언, 온라인 스토킹 등 다양한 형태로 사이버불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현장에서 목격하고 파악한 사이버불링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커뮤니티 이용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욕설과 비난, 집단 괴롭힘이나 성차별적 발언, 온라인 스토킹 등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SNS 및 커뮤니티 이용자들 사이에서, 혹은 이용자가 게임산업 종사자에게 행하는 것으로 보았다. 또한 종사자 커뮤니티 내에서 종사자들 간의 사이버불링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 내 익명성은 상대방에 대해 공격적인 언어나 욕설, 극단적인 혐오와 차별 발언 등으로 특정 이용자를 고립시키거나 비방하는 행위를 쉽게 표출하게 만든다고 봤다.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사이버불링이 발생하는 이유로 게임과 관련 없는 정치적 갈등, 종교적 문제, 반일‧반중 정서 등 역사관의 차이, 성평등(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상반된 의견 등을 꼽았다. 게임 제작 시 콘텐츠에 직원 개인의 사상을 표출하는 경우도 종종 문제가 된다는 일부 의견도 있었다.

MBC 메이플스토리 집게손가락 억지 논란 보도 캡처. ⓒMBC
MBC 메이플스토리 집게손가락 억지 논란 보도 캡처. ⓒMBC

종사자들은 사이버불링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이버불링에 대한 인식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이버불링에 대한 교육 및 캠페인을 통해 사이버불링이 심각한 폭력행위가 될 수 있음을 널리 알리고,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하도록 인식 변화를 유도해 건전한 소통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사이버불링을 감소시키는 기본적이며 확실한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정부는 개발자의 개인 신상정보를 파헤쳐 인터넷에 게시하는 사이버테러가 심각한 범죄임을 알리고, 이를 비롯한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 역시 인식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 밖에도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강화, 효과적인 모니터링 및 신고 시스템, 사이버불링에 대한 기술적 차단 등 다양한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번 실태조사를 담당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올해 진행할 게임업계 종사자 실태조사에서 사이버불링에 대한 세부 조사를 진행하고, 게임 및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여러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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