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 의대 증원 반발하며 ‘성폭행' ’매 맞는 아내‘ 비유
여성단체 “의사, 필요하면 피해자 지위도 점유하는 끝없는 탐욕 보여”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이 자신들을 폭력에 노출된 여성에 빗댔다. 여성단체는 이 같은 막말에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일말의 성찰도 없이 필요하면 피해자의 지위도 점유한다”고 비판했다.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는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의대 정원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에게 "야, 우리가 언제 의대 정원 늘리자고 동의했냐"며 "네 말대로라면 데이트 몇 번 했다고 성폭력 해도 된다는 말과 똑같지 않냐"고 언성을 높였다.

또 "국민이 원해서 의대 정원을 늘렸다는데 여론조사에서 국회의원 수 100명으로 하자면 하겠냐", "공무원 반으로 줄이자면 줄이겠냐. 대통령 하야하라는 여론이 50% 넘으면 물러날 거냐" 등 발언을 이어갔다.

같은 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정례 브리핑에서도 막말이 이어졌다. 주수호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이 "매 맞는 아내가 자식 때문에 가출 못 할 거라고, 자식을 볼모로 폭력 행사하는 남편과 무엇이 다릅니까"라며 의사를 '매 맞는 아내'로, 정부를 '폭력 남편', 환자를 '자식'에 빗댔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행동이 나흘째 이어지는 23일 경남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내 대형모니터에 '정상 진료 차질'이라는 안내문이 보인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행동이 나흘째 이어지는 23일 경남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내 대형모니터에 '정상 진료 차질'이라는 안내문이 보인다. ⓒ연합뉴스

피해를 호소하기 위해 자신들을 폭력에 노출된 여성에 비유하는 의사들의 발언에 즉각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갑자기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와 동급이 된 매 맞는 아내와 성폭력 피해자들은 기가 막힌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잘못된 이 비유들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일말의 성찰도 없이 필요하면 피해자의 지위도 점유하겠다는 끝도 없는 탐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성평등 정책을 제대로 총괄할 수 있는 여성가족부 장관을 조속히 임명하고 첫 번째 임무로 전 국민 성평등 여성 폭력 인식 개선 사업을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21일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의 74.4%인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서울 시내 주요 대형 병원은 전공의들의 대규모 이탈에 따라 전체 수술을 최소 30%에서 50%까지 줄였다.

이에 복지부는 23일 '보건의료 재난 위기관리 표준지침'에 따라 보건의료재난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높였다. 이는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사상 최초의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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