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
693명 설문조사·21명 면접조사
“젊은 여성들 더 이상 과거처럼 결혼·임신 하지 않을 것”

4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열린 ‘여성노동실태조사 보고회’에서 김금영 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 상담사가 발언하고 있다. 
4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열린 ‘여성노동실태조사 보고회’에서 김금영 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 상담사가 발언하고 있다. 

여성노동자 10명 중 7명이 가사노동까지 포함해 주 54시간 이상 노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4일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여성노동실태조사 보고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따다. 

실태조사단은 지난해 12월부터 2월 7일까지 693명의 설문조사와 21명의 면접조사를 토대로 실태조사보고서를 작성했다. 

조사 결과, 주 40시간 노동하는 여성노동자(390명) 중에서 집에서 가사노동 시간까지 합치면 주 54시간 이상 노동하는 경우가 69.9%(269명)에 달했다. 주 68시간 노동하는 경우는 12.6%(42명)에 달했다.

임금노동을 주 52시간 초과해서 하는 노동자(42명) 중에서 가사노동시간을 합치면 73시간 이상 노동하는 경우도 28.5%(12명)였다.

정은희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활동가는 “여성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노동을 평가 절하당하는데 무급 가사와 돌봄 노동마저 짊어진다”며 “이로 인해 여성 노동자는 다시금 불안정한 노동 조건으로 내몰린다”고 말했다. 

여성노동자들은 돌봄 개선 방안으로 ‘돌봄 제공 기관의 공공화’(31%)를 가장 많이 뽑았다.

조한진희 다른몸들 활동가는 “돌봄 관련 사회 복지 제도의 증가와 돌봄 사업이 돈이 된다는 자본의 인식 안에서, 돌봄 관련 기관들이 민간에 난립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정민(가명)씨는 정부의 늘봄학교를 비판하며 “아이와 부모에게 필요한 유대감을 키우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공공성의 방향과 정책을 바로 잡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여성노동자의 70%가 넘는 사람들이 세전 250만원 이내의 월급을 받고 있었다. 또 여성노동자들의 48.5%가 임금 인상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국가의 최저임금 인상’이라고 답했다. 

조건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비정규직이기에 회사와 협상력이 낮고, 또 최저임금을 받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여성노동자 절반의 임금을 인상하는 집단적인 효과가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별 성별 임금격차. 한국(그래프 제일 오른쪽)이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크다. ⓒOECD
국가별 성별 임금격차. 한국(그래프 제일 오른쪽)이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크다. ⓒOECD

토론회 이후 여성노동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김춘심 전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요양보호사는 “요양보호사는 똥 기저귀 치우며 반찬값 버는 노동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해 그는 계약만료라는 종이 한 장을 받고,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퇴사해야 했다. 서울시가 서사원 예산을 100억원 넘게 삭감했기 때문이다.

김 보호사는 “우리 모두는 결국 요양보호사 손에서 늙고 아픈 몸을 의지하며 노년을 보내게 될 것”이라며 “안전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요양보호사를 정당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복지사를 했던 20대 여성노동자인 김혜빈 씨는 사회복지학과를 졸업 후 사회복지사, 상담원, 활동가 등 6년간 여러 직장을 옮겨 다녔다. 많으면 198만원, 적을 때는 60만원을 월급으로 받으며 생활해야 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2024년 서울시 생활임금은 239만원이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그에 준하는 월급을 받아보지 못했다. 앞으로도 제가 그 월급을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돌봄과 복지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며 “확실한 건 이런 상황에서 젊은 여성들은 과거처럼 결혼과 출산을 택하지 않을 것이다”이라고 했다.

김금영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는 “건강보험고객센터는 현재 1600여명의 여성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하지만 20년을 다녀도 임금은 오르지 않는다. 경력인정도 가정의 안정도 그 어느 것도 바랄 수 없는 저임금 여성노동자들이다”라고 호소했다.

한편, 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3.8을 맞아 여성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제안은 △성별임금 격차 해소 △돌봄 공공성 강화 △일하는 모두의 노동권 보장 △임신중지에 건강보험 적용과 유산유도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 등 5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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