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압수 카페·금욕상자 등으로
도파민 중독 극복하는 이들 늘어
“이 카페는 핸드폰과 타자 소리가 없는 공간입니다. 입장하실 때, 반드시 핸드폰을 반납해야 합니다. 노트북은 야외에서만 짧게 사용해 주세요. E-BOOK, 메모를 위한 태블릿 사용은 가능합니다. 디지털 디톡스로 힐링을 경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도파민 중독’이라는 키워드가 유행하는 동시에 ‘도파민 디톡스(해독)’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꼽은 올해 키워드는 ‘도파밍’(도파민·Dopamine+파밍·Farming)이다. 도파밍은 도파민과 수집한다는 뜻의 파밍을 합한 신조어다. 김 교수의 저서 『2024 트렌드 코리아』는 ‘즐거움을 위해 도파민이 나오는 행동이라면 무엇이든 시도하고 찾으려는 노력’을 올해 트렌드로 전망했다.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도파민’은 성취감과 보상감, 쾌락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운동할 때 나오는 도파민은 좋지만 장시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숏폼(1분 이내 짧은 영상) 콘텐츠 등으로 얻는 도파민은 중독을 불러일으킨다. 고강도 자극에 익숙해진 뇌는 점점 쾌락을 느끼기 어려워져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된다. 책 『도파민네이션』의 저자 애나 렘키 스탠퍼드대학 정신의학과 교수는 “중독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은 고통과 직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도파민 디톡스는 자극적인 콘텐츠에서 벗어나 도파민 분비를 줄이는 것을 뜻한다.
도파민 디톡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시장도 등장했다. 서울 강남의 한 북카페는 마치 학창시절처럼 휴대폰을 걷는다. 해당 카페는 지난해 5월부터 휴대폰 전면 금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휴대폰을 무음 모드로 설정한 뒤 보관함에 넣으면 퇴장할 때까지 사용할 수 없다. 노트북·태블릿PC 또한 사용 금지다.
금욕상자도 인기다. 금욕상자는 휴대폰·게임기·담배 등 상자에 넣으면 미리 설정한 잠금 시간이 끝날 때까지 절대 열리지 않는다. 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망치로 상자를 부수는 것이다. 4일 네이버 쇼핑에 ‘금욕상자’를 검색하면 1만9900여개의 상품이 나온다. 가장 인기가 많은 가격대는 1만원 ~ 4만원대다.
‘디지털 디톡스’를 키워드를 앞세워 홍보하는 숙박 업체도 늘고 있다. 자연 속에서 휴대폰 없이 명상 수련 등 체험 활동을 하는 숙소들이다. 한 숙박 업체는 통신과 인터넷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먹통이 된다. 업체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 곳에 오면 휴대폰, 인터넷이 되지 않고 전자기기도 없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정예린(29)씨는 “집에서 밥을 먹거나 샤워할 때 항상 유튜브로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놓는다”며 “퇴근하고 나서 조금이라도 놀거나 즐겨야 한다는 보상 심리 때문인지 온전히 한 가지만 하는 것을 못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멀티태스커(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어떤 일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디지털 디톡스에 관심이 많아졌다”며 “친구에게 금욕상자를 선물 받아서 사용했는데 나도 모르게 다리를 떨거나 불안함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운동하는 시간을 늘리면서 휴대폰을 볼 겨를 없이 곯아떨어지도록 하는 등 휴대폰과 멀어지는 생활을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