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압수 카페·금욕상자 등으로
도파민 중독 극복하는 이들 늘어

지난해 8월 11일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작곡가 겸 프로듀서 코드 쿤스트가 잠긴 금욕 상자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캡처
지난해 8월 11일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작곡가 겸 프로듀서 코드 쿤스트가 잠긴 금욕 상자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캡처
지난해 8월 11일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작곡가 겸 프로듀서 코드 쿤스트가 잠긴 금욕 상자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캡처
지난해 8월 11일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작곡가 겸 프로듀서 코드 쿤스트가 잠긴 금욕 상자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캡처

“이 카페는 핸드폰과 타자 소리가 없는 공간입니다. 입장하실 때, 반드시 핸드폰을 반납해야 합니다. 노트북은 야외에서만 짧게 사용해 주세요. E-BOOK, 메모를 위한 태블릿 사용은 가능합니다. 디지털 디톡스로 힐링을 경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도파민 중독’이라는 키워드가 유행하는 동시에 ‘도파민 디톡스(해독)’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꼽은 올해 키워드는 ‘도파밍’(도파민·Dopamine+파밍·Farming)이다. 도파밍은 도파민과 수집한다는 뜻의 파밍을 합한 신조어다. 김 교수의 저서 『2024 트렌드 코리아』는 ‘즐거움을 위해 도파민이 나오는 행동이라면 무엇이든 시도하고 찾으려는 노력’을 올해 트렌드로 전망했다.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도파민’은 성취감과 보상감, 쾌락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운동할 때 나오는 도파민은 좋지만 장시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숏폼(1분 이내 짧은 영상) 콘텐츠 등으로 얻는 도파민은 중독을 불러일으킨다. 고강도 자극에 익숙해진 뇌는 점점 쾌락을 느끼기 어려워져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된다. 책 『도파민네이션』의 저자 애나 렘키 스탠퍼드대학 정신의학과 교수는 “중독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은 고통과 직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도파민 디톡스는 자극적인 콘텐츠에서 벗어나 도파민 분비를 줄이는 것을 뜻한다.

ⓒ욕망의 북카페
ⓒ욕망의 북카페

도파민 디톡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시장도 등장했다. 서울 강남의 한 북카페는 마치 학창시절처럼 휴대폰을 걷는다. 해당 카페는 지난해 5월부터 휴대폰 전면 금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휴대폰을 무음 모드로 설정한 뒤 보관함에 넣으면 퇴장할 때까지 사용할 수 없다. 노트북·태블릿PC 또한 사용 금지다.

4일 네이버 쇼핑에 ‘금욕상자’를 검색하면 1만9900여개의 상품이 나온다. 가장 인기가 많은 가격대는 1만원 ~ 4만원대다. 사진 = 네이버쇼핑 화면 중 일부
4일 네이버 쇼핑에 ‘금욕상자’를 검색하면 1만9900여개의 상품이 나온다. 가장 인기가 많은 가격대는 1만원 ~ 4만원대다. 사진 = 네이버쇼핑 화면 중 일부

금욕상자도 인기다. 금욕상자는 휴대폰·게임기·담배 등 상자에 넣으면 미리 설정한 잠금 시간이 끝날 때까지 절대 열리지 않는다. 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망치로 상자를 부수는 것이다. 4일 네이버 쇼핑에 ‘금욕상자’를 검색하면 1만9900여개의 상품이 나온다. 가장 인기가 많은 가격대는 1만원 ~ 4만원대다.

한 숙박 업체는 통신과 인터넷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먹통이 된다. 업체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 곳에 오면 휴대폰, 인터넷이 되지 않고 전자기기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진 = 힐리언스 선마을 홈페이지 화면 중 일부
한 숙박 업체는 통신과 인터넷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먹통이 된다. 업체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 곳에 오면 휴대폰, 인터넷이 되지 않고 전자기기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진 = 힐리언스 선마을 홈페이지 화면 중 일부

‘디지털 디톡스’를 키워드를 앞세워 홍보하는 숙박 업체도 늘고 있다. 자연 속에서 휴대폰 없이 명상 수련 등 체험 활동을 하는 숙소들이다. 한 숙박 업체는 통신과 인터넷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먹통이 된다. 업체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 곳에 오면 휴대폰, 인터넷이 되지 않고 전자기기도 없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정예린(29)씨는 “집에서 밥을 먹거나 샤워할 때 항상 유튜브로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놓는다”며 “퇴근하고 나서 조금이라도 놀거나 즐겨야 한다는 보상 심리 때문인지 온전히 한 가지만 하는 것을 못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멀티태스커(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어떤 일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디지털 디톡스에 관심이 많아졌다”며 “친구에게 금욕상자를 선물 받아서 사용했는데 나도 모르게 다리를 떨거나 불안함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운동하는 시간을 늘리면서 휴대폰을 볼 겨를 없이 곯아떨어지도록 하는 등 휴대폰과 멀어지는 생활을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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