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강사·전담교관 병행→전담교관 통일
국방부 “군 특수성·병사 친밀감, 전담교관이 강점”
군 성범죄 가해자 중 병사 64% ‘최다’
성인지교육 질적 저하·군 폐쇄성 강화 우려

군대 내 성희롱 예방 애니메이션 ‘한 발씩 내딛는 평등의 시간’의 한 장면. ⓒ국가인권위원회
군대 내 성희롱 예방 애니메이션 ‘한 발씩 내딛는 평등의 시간’의 한 장면. ⓒ국가인권위원회

올해부터 병사들을 대상으로 한 성인지교육에서 민간 전문강사가 빠진다. 전문강사가 맡던 교육은 전담교관이 대신한다. 군 특수성 이해와 병사들과의 소통에서 전담교관이 강점을 가졌다는 게 국방부 판단이다. 성인지교육의 질적 수준이 낮아지고 폐쇄성이 강화돼 군의 성인지감수성이 퇴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성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부는 올해 군 성인지교육 중 전문강사교육 대상에서 병사를 제외하고 장교·부사관·군무원·공무직 근로자에게만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전문강사교육은 민간 성교육 전문가가 위력에 의한 성희롱 성폭력 예방, 2차피해 예방, 주변인의 역할, 사건처리절차 등을 설명하는 교육이다. 군 장병이 반드시 받아야 하는 의무교육 중 하나인 성인지교육(4시간)이다. 

교육은 크게 토의 방식과 강의 방식으로 나뉘며, 특히 소수 인원으로 진행하는 토의식 교육은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금까지 병사 대상 성인지교육은 부대 상황에 따라 전문강사와 전담교관이 병행해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전문강사 없이 전담교관이 모든 교육을 맡게 됐다. 전담교관은 일정시간 이상 성인지교육을 수강해 전문성을 갖춘 군 간부를 뜻한다.

병사들에게 보다 효과적인 교육을 진행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국방부는 5일 여성신문에 “민간 전문강사는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갖췄지만, 전담교관이 전문강사에 비해 군 이해도 및 병사들과의 라포(상호신뢰관계) 형성에서 앞선다는 수업 후기와 내부 판단이 나왔다”며 “전담교관의 교육역량 향상을 위한 시청각자료 및 표준교안을 준비해 배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간부와 공무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문강사교육은 지난해보다 대상을 확대했다”며 “군 성인지교육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변화로 봐 달라”고 덧붙였다.

2022년 7월 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군인권보호관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7월 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군인권보호관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 성인지교육 수준 저하 우려…어렵더라도 민관협력 나아가야”

지난해 10월 국방부가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최근 3년간(2020~2023.06) 군 성범죄 징계 현황’에 따르면, 3년간 집계된 군 성범죄 사건은 4233건에 달했으며 2021년 1181건에서 2022년 1205건으로 성범죄가 늘었다. 

성범죄 가해자는 병사가 전체의 64%(2704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사관 20%(852명), 군무원이 6%(262명) 위관급이 5%(206명) 영관급이 4%(168명) 장성급이 1명 순이었다.

‘고 이예람 중사 사건’ 이후 국방부는 군 성범죄 사건을 민간법원에 넘기고 국가인권위원회에 군인권보호관 제도를 설치하는 등 민관협력을 통해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이와 달리 병사 대상 성인지교육에서 민간의 개입을 차단한 이번 결정에 군이 다시 폐쇄적인 구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전문강사로 병사들을 교육했던 A씨는 “국방부가 매년 전문강사를 대상으로 군 제도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져왔고, 나 또한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문제라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부대 내에서의 성폭력 경험을 외부인사 아닌 교관에게 말할 수 있겠나. 피해자를 위기로 더 내모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김엘리 성공회대학교 시민평화대학원 외래교수도 “군 성폭력 문제의 경우 수년 전부터 국방부가 민간과 협력해 문제 해결에 나서는 추세인데, 군에 대한 전문성을 강조하며 내부 인력으로만 교육하겠다는 것은 편한 방식을 택하겠다는 단순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담교관이 교육을 수료했다 하더라도 오랜 기간 전문적으로 성교육을 수행해온 전문강사와 같은 역량을 가졌다고는 볼 수 없다”며 “군 성인지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퇴행적 변화다. 어렵더라도  민간과 협력하며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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