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양당 여성 영입인재
전체의 30% 채 되지 않아
66명 중 여성은 17명 불과
여성 정치 대표성 안갯속
“남성 중심 정치 풍토 바꿔야”
과학계 5명·법조인 3명 최다

사진 = 연합뉴스·국민의힘·여성신문 / 그래픽 = 이은정 디자이너
사진 = 연합뉴스·국민의힘·여성신문 / 그래픽 = 이은정 디자이너

제22대 총선이 한 달 남짓 남은 가운데 여야의 총선 인재 영입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여성 정치 대표성은 보이지 않는다. 주요 양당의 여성 영입인재 비율은 전체의 30%도 채 되지 않아 쓴소리가 나온다.

주요 양당의 여성 총선 인재의 직업군을 살펴보면 과학계 인사(5명)와 법조인(3명)이 가장 많았다. 이 밖에 언론인(2명), 환경기후전문가(2명), 교사(2명), 국방안보 인사(1명),  경찰(1명) 등이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발표한 국민인재는 총 39명이다. 여성은 11명으로 28.20%에 그쳤다.

국민의힘은 국민인재 3탄으로 ‘가족·여성·다문화’ 부문에 △이수정 경기대학교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안전·여성) △공지연 변호사(다문화·여성·법조), 국민인재 4탄 ‘창업·벤처’ 부문에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여성·경제·IT), 5탄 ‘이공계’ 부문에 △최수진 한국공학대학교 교수(과학·바이오) △정혜림 SK 경영경제연구소 리서치펠로우(에너지·환경·과학·여성), 8탄 ‘로봇과학기술경영·의공학’ 부문에 △이레나 이화여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의공학교실 주임교(의‧공학), 10탄 ‘국방·안보·외교’ 부문에 △강선영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사령관(국방‧안보), 14탄 ‘기후변화대응·교육’ 부문에 △김소희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환경) △김효은 전 EBSi 영어강사(교육), 15탄 ‘문화예술·해양수산’ 부문에 △양종아 부산·광주 MBC 아나운서(언론), △진양혜 전 KBS 아나운서(언론)를 영입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 29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인재 영입 환영식에서 영입인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 위원장, 진양혜 전 아나운서, 신동욱 TV조선 전 앵커, 이레나 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원 의공학교실 교수, 하정훈 대한소아청소년 개원의사회 부회장, 윤재옥 원내대표.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 29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인재 영입 환영식에서 영입인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 위원장, 진양혜 전 아나운서, 신동욱 TV조선 전 앵커, 이레나 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원 의공학교실 교수, 하정훈 대한소아청소년 개원의사회 부회장, 윤재옥 원내대표. ⓒ연합뉴스

여성 인재 영입 인사 중 험지 출마의 대표 사례는 이수정 경기대 교수다. 이 교수는 박광온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3선을 한 경기 수원정에 출마한다. 수원정은 지난 20년간 보수 정당이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 곳이다. 김효은 전 EBSi 영어강사는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5선을 지낸 경기도 오산에 전략공천됐다. 안 의원이 컷오프(공천 배제)되면서 김 전 영어강사는 민주당의 영입 인재 차지호 카이스트 교수와 맞대결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영입인재를 발표한 더불어민주당은 27호 발표를 끝으로 인재영입을 마무리했다. 이중 여성은 6명으로 30% 채 되지 않는 22.22%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1호 영입인재를 여성으로 발탁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호 박지혜 기후 환경 전문 변호사 △6호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7호 전은수 변호사 △11호 이지은 전 총경 △12호 백승아 전 교사 △24호 김남희 변호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11·12차 인재영입식에서 이지은 전 총경(왼쪽), 백승아 초등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11·12차 인재영입식에서 이지은 전 총경(왼쪽), 백승아 초등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략공천을 받은 여성 영입인재는 2명이다.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전 유성을, 이지은 전 총경은 서울 마포갑에 각각 전략공천을 받았다.

영입인재가 먼저 출사표를 던진 지역구도 있다. 박지혜 변호사는 자당 오영환 의원이 불출마한 경기 의정부갑 출마를 선언했다.

비례대표로는 교사 출신 백승아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 교육 분야로 내정됐다.

지난 제21대 총선에 비해 여성 정치 대표성이 줄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현 정부가 들어오고 여성·젠더 이슈가 실종됐다”며 “현재 각 당에서 인재로 영입하는 인사를 보면 남성 중심”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젠더 갈라치기가 된 상황에서 여성 정치 대표성이 확대되면 남성 표가 사라진다는 잘못된 생각에 (여성 정치 대표성을 확대할) 시도조차 안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은 주요 양당에서 영입 인재를 발표할 때 ‘여성’이라는 점을 부각하지 않고 전문성을 강조하는 기조가 있다고 짚었다. 김 전 총장은 “여성 아젠다가 힘을 잃고 있는 상황인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말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 대표성을 내세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주저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여성 정치 대표성이 늘어나기 위해선 여성 정치인이 국회에 진입해 남성 중심의 정치 풍토를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그동안 여성 정치인의 행보를 살펴보면 기존 정치 문법을 바꾸려 하지 않고 그 문법에 따라 계파에 휩쓸리거나 진영 논리에 매몰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22대 총선에서 당선되는 여성 정치인은 기득권 남성 중심의 정치 풍토를 바꿀 마중물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쪽에선 대통령의 입을 자처하고 다른 쪽에선 당 대표의 전사로 앞장서고 있다”며 “지금은 여성 정치가 표방하는 상생·협력·배려·돌봄·관용의 가치를 내세워야 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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