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성희롱 피해 상담 18%p 증가

지난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중 절반이 사내 신고 절차를 밟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지난해 진행한 3037건의 여성 상담 사례 중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을 분석한 ‘2023 평등의 전화 직장 내 성희롱 상담 분석 결과’를 7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에 대한 사내신고 절차를 진행하거나 사업주를 신고한 사례는 49.7%다. 여성노동자회는 “노동자로서의 권리의식이 높아져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회사에 처리를 요구하는 비중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300인 이상 규모의 경우 직장 내 고충신고 한 내담자가 75%를 차지했으며 신고 후 조사위원회와 징계위원회가 소집되는 경향이 높았다.

그러나 사내고충처리절차가 있더라도 처리 내용이 미비하거나 해고 등 불리한 처우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 ‘성희롱에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55.3%로 제일 높았다.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의 연령별 비율은 30대가 32.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20대(30.2%), 40대(21.7%), 50대(11.4%), 60대 이상(3.5%), 20대 미만(0.8%) 순이었다.

20대 여성노동자의 63.0%가 ‘직장 내 성희롱’을 이유로 상담을 신청했다. 이는 2022년 20대 내담자의 직장 내 성희롱 상담 비율 보다 18.0%p 높아진 수치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회원들이 지난해 5월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날부터 시행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직장 내 성희롱과 차별 행위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회원들이 지난해 5월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날부터 시행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직장 내 성희롱과 차별 행위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

성희롱 피해자 해고 전년보다 7%p 증가

성희롱 피해자가 불리한 처우를 받은 비율은 34.8%로, 특히 해임, 해고 등의 상담 비율이 24.3%로 예년(17.3%)에 비해 7%p 증가했다.

성과평가 또는 동료평가 등에서 차별이나 그에 따른 임금 또는 상여금 등의 차별 지급을 경험한 비율은 2.7%로 예전(0.9%)에 비해 세배나 증가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규정이 없거나 내용이 빈약하면 피해자가 보호 되지 않는다”며 “성희롱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성희롱 예방교육은 직장 내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필수적이며 이를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시행강제가 제도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

청년내일채움공제 때문에 성희롱에도 퇴사하지 못하는 여성노동자들

“서른 넘게 나이 차이가 나는 대표가 나에게 고백을 했다. 그 뒤로도 호감을 표시하는 데 너무 힘들다. 내일채움공제 만기가 몇 개월 남지 않았는데 중도 포기하자니 너무 억울하다.” (20대 여성노동자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상담 사례)

눈에 띄는 상담 내용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어 회사를 그만두고자 하나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으로 퇴사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들이었다.

청년내일채움공제 지원 대상은 5인 이상 50인 미만 제조·건설업종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으로, 청년 노동자가 2년간 400만원을 적립하면 정부가 400만원, 기업이 400만원을 공동적립하며 만기 시 1200만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노동자가 문제제기를 하거나 퇴사를 결심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개인 사유에 따른 자발적 퇴사로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중도 해지하는 경우 재가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기업의 귀책사유로 인한 퇴사일 경우 청년내일채움공제 지원이 유지된다는 것을 안내해야 한다”며 “직장 내 성희롱 판단에 대한 책임은 행위자와 회사, 노동부가 입증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여성노동자회 산하 전국 11개 평등의 전화에서는 근로조건, 직장 내 성차별, 성희롱 등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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