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여성파업 대회
“여성이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

8일 낮 12시 30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여성 파업이 열렸다. ⓒ신다인 기자
8일 낮 12시 30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여성 파업이 열렸다. ⓒ신다인 기자

여성 노동자들이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성별임금격차 해소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한국에서 여성들이 대규모로 파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4년 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이하 여성파업조직위)는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역행하는 시대, 돌파하는 우리의 투쟁'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파업을 조직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밝혔다.

이날 파업의 참여자는 700여명(주최 측 추산)으로 이번 파업에는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장애인 노동자, 남성 노동자도 참여했다.

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가사 노동을 멈추거나, 연차, 조퇴하는 방식 등으로 이날 하루 파업에 참여했다.

이들은 △성별 임금격차 해소 △돌봄 공공성 강화 △일하는 모두의 노동권 보장 △임신중지 건강보험 적용 및 유산유도제 보장 △최저임금 인상 등 5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성별 임금 차별과 진급 차별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김진아 금속노조 KEC장은 “KEC에 같은 날 입사하더라도 남성은 여성보다 높은 직급으로 시작한다”고 말했다. 제조기업 KEC의 생산직 등급은 J1-J2-J3에서부터 그 상위등급인 S4-S5-M-L1-L2으로 구성돼 있지만, 여성은 입사하면 J1, 남성은 J2 등급으로 시작한다.

김금영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는 “건강보험고객센터는 현재 1600여명의 여성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하지만 20년을 다녀도 임금은 오르지 않는다. 경력인정도 가정의 안정도 그 어느 것도 바랄 수 없는 저임금 여성노동자들이다”라고 호소했다.

8일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열린 여성파업 참가자가 '노동해방! 여성해방!' 피켓을 들고 있다. ⓒ신다인 기자
8일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열린 여성파업 참가자가 '노동해방! 여성해방!' 피켓을 들고 있다. ⓒ신다인 기자

지난해 OECD가 발표한 ‘2023년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성별임금격차는 31.2%다. 남성이 200만 원을 월급으로 받을 때 여성은 137만 원을 받는다.

임금뿐 아니라 노동형태도 성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남성 노동자 중 비정규직은 30.6%지만,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는 46%다. 여성 노동자 절반 가까이가 비정규직인 상황이다.

돌봄 노동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신혜정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가사노동을 한 어머니가 이력서에 무엇을 이력으로 쓸지 고민하는 것을 봤다”며 “한국 사회는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 사회의 필수 노동을 하는 무급 여성노동자의 가치가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오대희 서울사회서비시원 지부장은 서울시의 서울사회서비스원 예산을 삭감하고 외국인 가사도우미 정책 추진을 “돌봄 시장화는 반여성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8일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열린 여성파업 참가자가 '가자, 여성해방' 피켓을 들고 있다.  ⓒ신다인 기자
8일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열린 여성파업 참가자가 '가자, 여성해방' 피켓을 들고 있다.  ⓒ신다인 기자

이수미 권리중심해고노동자는 “중증장애인이자 여성 노동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이어 “그동안 서울시의 권리중심 맞춤형 일자리로 어렵지만 보람차게 일했다. 그런데 갑자기 400여명이 해고되는 상상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서울시가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하며, 4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 씨는 “모든 차별은 연결돼 있다. 여성과 장애인을 차별하는 이 사회를 바꾸자. 앞으로 나가자”고 밝혔다.

이번 시위에는 트랜스 여성도 참여했다. 이연수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인권팀 활동가는 “일터에도 트랜스젠더가 있다. 트랜스젠더도 노동을 한다”며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있는 우리를 인지하는 것이 가부장제에 균열을 내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참여자들은 “성별 이분법에서 벗어나자”고 구호를 외쳤다.

마지막으로 조직위는 “여성의 노동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며 “우리는 다른 세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이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폭력과 가난 속에 죽거나 사라지는 여성들이 없도록 우리의 노동이 지워지거나 우리의 투쟁의 역사가 삭제되지 않도록 이 차별과 착취의 세상을 바꾸자”고 선언했다.

이후 파업 참가자들은 5가지 요구안을 내걸고 보신각에서 혜화역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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