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의 날 기념전...여성의 용기·아름다움 조명
문선미·서승은·윤예진 작가 참여
5월2일까지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관

롯데갤러리 ‘여성: 초월적인 용기, 아름다움’전에 참여한 문선미, 서승은, 윤예진 작가. ⓒ이세아 기자
롯데갤러리 ‘여성: 초월적인 용기, 아름다움’전에 참여한 문선미, 서승은, 윤예진 작가. ⓒ이세아 기자

50대부터 20대까지, 여성을 그려 온 한국 여성 작가 3인이 모였다. 문선미, 서승은, 윤예진 작가가 명동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관 곳곳을 작품으로 꾸몄다. 주제는 ‘여성: 초월적인 용기, 아름다움’. 세대를 초월한 여성들의 강인함과 아름다움에 주목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도록 응원하는 마음을 담은 전시다.

서울 바깥이 주무대인 작가들이다. 문 작가는 충남 홍성, 서 작가는 대구, 윤 작가는 충남 공주에서 작품활동 중이다. 전시를 기획한 류정원 갤러리 컬러비트 대표의 제안을 받고 지난해 12월부터 준비했다.

자기 발보다 큰 빨간 하이힐을 신고 빨간 립스틱을 바른다. 소녀는 엄마 몰래 어른 흉내를 내는 중이다. 정면을 바라보는 눈빛이 당당하다. ‘I am beautiful’. 문선미 작가가 붙인 제목이 재치 있다. ⓒ갤러리 컬러비트 제공
자기 발보다 큰 빨간 하이힐을 신고 빨간 립스틱을 바른다. 소녀는 엄마 몰래 어른 흉내를 내는 중이다. 정면을 바라보는 눈빛이 당당하다. ‘I am beautiful’. 문선미 작가가 붙인 제목이 재치 있다. ⓒ갤러리 컬러비트 제공
문선미, 그녀의 정원-새, 116.8x91cm, 캔버스에 유채, 2023. ⓒ롯데갤러리 제공
문선미, 그녀의 정원-새, 116.8x91cm, 캔버스에 유채, 2023. ⓒ롯데갤러리 제공
롯데갤러리 ‘여성: 초월적인 용기, 아름다움’전에 참여한 문선미, 서승은, 윤예진 작가를 지난 6일 서울 중구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관에서 만났다. ⓒ이세아 기자
롯데갤러리 ‘여성: 초월적인 용기, 아름다움’전에 참여한 문선미, 서승은, 윤예진 작가를 지난 6일 서울 중구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관에서 만났다. ⓒ이세아 기자

문 작가는 인형 같은 미인을 그리지 않는다. 평범한 우리를 닮은 여성상이다. 그런데 ‘못생기고 뚱뚱한 인물 그림’으로만 풀이되는 경향이 있다며 유감스러워했다. “너무 단편적인 해석이죠. 남성들은 그림 속 인물이 ‘예쁜가, 섹시한가’를 기준으로 감상하는 경향이 있어요. 제 그림이 그 기준에 맞지 않다고 본 거죠. 반면 여성 관람객들은 ‘나 같다’는 평을 들려줬죠.

‘누가 뭐래도 당당한, 알고 보면 너무나 아름다운 여자’를 표현하려 했어요. 외모보다 살아온 과정이 더 중요하죠. 제 안에도 깊이 뿌리내린 외모 편견을 깨려고 그리는 그림이기도 해요. 갈수록 제 그림 속 여성들이 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성신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2009년 첫 개인전을 열었다. 출산·육아를 거치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다. “‘여성으로서의 경험’이 제 그림에 녹아들었죠. 결혼해 딸을 낳고 키운 경험부터 딸이 더 나은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려면 제가 뭘 할 수 있을지, 여성으로서 어떤 독립성을 갖고 살아야 하나 고민해 온 것도요.”

백화점에서 열리는 전시인 만큼 화려하고 세련된 색감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골랐다. 묽게 푼 유화 물감을 캔버스에 겹겹이 칠해 은은하고 깊은 빛깔과 입체감을 살리는 게 그의 장기다. 비교적 두껍고 거친 마띠에르가 돋보이는 신작도 선보였다.

서승은, Mikrokosmos, 91x72cm, 한지에 동양화 물감과 아크릴로 채색, 2023. ⓒ갤러리 컬러비트 제공
서승은, Mikrokosmos, 91x72cm, 한지에 동양화 물감과 아크릴로 채색, 2023. ⓒ갤러리 컬러비트 제공
서승은, 내면의 히어로, 53×73cm, 한지에 동양화 물감과 아크릴, 유화 채색, 2024. ⓒ이세아 기자
서승은, 내면의 히어로, 53×73cm, 한지에 동양화 물감과 아크릴, 유화 채색, 2024. ⓒ이세아 기자
롯데갤러리 ‘여성: 초월적인 용기, 아름다움’전에 참여한 문선미, 서승은, 윤예진 작가를 지난 6일 서울 중구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관에서 만났다.
롯데갤러리 ‘여성: 초월적인 용기, 아름다움’전에 참여한 문선미, 서승은, 윤예진 작가를 지난 6일 서울 중구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관에서 만났다.

한국화를 전공한 서승은 작가는 신비로운 ‘다육식물 소녀’를 통해 “우리 내면의 히어로”를 이야기한다. 섬세하고 탐미적인 화풍이 현실과 비현실,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상력과 만났다. 다육식물의 생명력, 환상적인 소녀의 모습을 통해 여성들 모두가 지닌 꿈과 소망, 내면의 강인함을 조명한다.

물을 뿌려 팽팽해진 전통 한지 위에 물감을 겹겹이 덧발라 아련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더했다. “한지 특유의 아련함, 독특한 매력에 푹 빠졌어요. 계속 연구하며 저만의 화풍을 개발하고 있어요. 아크릴 물감, 유화 물감도 써 보고 평면에 입체감을 주려고도 하고요. 색칠을 거듭할수록 제 마음이 같이 스며드는 느낌이 좋아요. 보는 이들이 내면의 힘을 키우고 희망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죠.”

서양화와 동양화의 매력을 모두 품은 서 작가의 작품은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서 연 첫 개인전 때 작품의 절반 이상을 판매했다. 2019년 중국에서 작품 에세이집을 펴냈다. 다음 달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릴 그룹전에 참여한다. 앞으로도 해외 활동을 늘릴 계획이다.

윤예진, Up Lift Eternal Summer 5, 116.8x80.3cm, 캔버스에 유채, 2021. ⓒ롯데갤러리 제공
윤예진, Up Lift Eternal Summer 5, 116.8x80.3cm, 캔버스에 유채, 2021. ⓒ롯데갤러리 제공
윤예진 작가는 롯데백화점 에비뉴엘관 1층 에스컬레이터 앞에 걸린 대형 신작 회화를 포함해 신작 3점, 기존 작품 3점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였다. ⓒ갤러리 컬러비트 제공
윤예진 작가는 롯데백화점 에비뉴엘관 1층 에스컬레이터 앞에 걸린 대형 신작 회화를 포함해 신작 3점, 기존 작품 3점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였다. ⓒ갤러리 컬러비트 제공
롯데갤러리 ‘여성: 초월적인 용기, 아름다움’전에 참여한 문선미, 서승은, 윤예진 작가를 지난 6일 서울 중구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관에서 만났다.
롯데갤러리 ‘여성: 초월적인 용기, 아름다움’전에 참여한 문선미, 서승은, 윤예진 작가를 지난 6일 서울 중구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관에서 만났다.

윤예진 작가의 그림에는 날개를 단 존재들이 빠지지 않는다. 그리스 로마 시대의 여신들 같은, 장미를 든 우아한 여성들과 파랑새들을 그린 대형 신작 회화가 눈에 띈다. 파란 하늘, 색색의 꽃들이 피어난 초원을 배경으로 그려 밝고 싱그러운 느낌을 더했다. 유화를 그리지만 “셀로판지를 겹친 수채화처럼 표현”하려 한다. 물감이 겹겹이 쌓이는 모습이 작가 자신의 감정이 캔버스에 첩첩이 쌓이는 것 같아서다.

작품마다 등장하는 파랑새 ‘아루’는 윤 작가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삶의 곡절을 버티고, 또 나아가는 용기와 희망의 상징이다. “어릴 적 겪은 고통을 사회적인 분노로 표출하는 데 집중하며 작업을 시작했어요. 과거를 받아들이고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게 해 주는 힘을 묘사했고, 이제는 날개를 달고 미래로 나아가려는 모습을 그려요.”

최근 유튜브 채널을 열고 대중과 직접 소통하기 시작했다. “(범죄 피해를 고백하자) ‘불쌍하다’는 반응도 나왔는데요. 저는 불쌍하지 않고 제가 겪은 일을 숨길 이유도 없어요. 이젠 희망을 찾아가는 데 더 초점을 두려고요.”

롯데갤러리 ‘여성: 초월적인 용기, 아름다움’전에 참여한 문선미, 서승은, 윤예진 작가를 지난 6일 서울 중구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관에서 만났다. ⓒ이세아 기자
롯데갤러리 ‘여성: 초월적인 용기, 아름다움’전에 참여한 문선미, 서승은, 윤예진 작가를 지난 6일 서울 중구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관에서 만났다. ⓒ이세아 기자

세 작가들은 ‘여성 작가’라 겪은 차별과 편견의 경험도 들려줬다. “여성 작가는 성적으로 아주 자유로울 거란 편견이 있고요. 작가가 아니라 ‘여자’로 보고 접근하는 이들도 많이 봤죠.”(문 작가) “어느 컬렉터가 ‘여성 작가는 결혼하면 사라진다. 여성 작가의 작품을 볼 때는 그런 점까지 유념해서 지켜봐야 한다’고 했어요.”(서 작가) “제 그림에 대해 ‘여자 작가가 여자 작가 그림을 그렸다’라는 평을 들었어요.”

이들의 여정은 계속된다. 올해 각자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서 작가는 최근 기존 갤러리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프리랜서 활동을 시작했다. 문 작가는 “전시도 중요한데 이탈리아에서 미대 유학 중인 딸(김한비 작가)을 올해는 꼭 보러 가고 싶다”며 웃었다.

ⓒ롯데갤러리 제공
ⓒ롯데갤러리 제공

한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전국 롯데백화점에서 관객을 만난다.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REJOICE(리조이스) 기획전’이 전국 롯데갤러리 5개 지점에서 열린다. 여성들의 꿈과 행복을 응원하는 롯데백화점 ‘리조이스 캠페인’의 하나로, 올해로 3년째다. 더 자세한 정보는 롯데갤러리(https://www.lotteshopping.com/gallery/galleryMain), 문선미·서승은·윤예진 작가 작품 구매나 기타 문의는 갤러리 컬러비트(010-5334-6658)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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