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도들이 10일(현지시각) 예루살렘 구시가지에 있는 알아크샤 사원 옆에서 걷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슬람교도들이 10일(현지시각) 예루살렘 구시가지에 있는 알아크샤 사원 옆에서 걷고 있다. ⓒAP 연합뉴스

10일(현지시각)로 156일째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휴전 합의 없이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슬람권의 '신성한 달'인 라마단이 자칫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확전을 부를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달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 등 중재국들과 협의를 통해 마련한 휴전안을 놓고 이견을 줄이기 위한 협상을 벌였으나 이스라엘이 불참했다.

이슬람권의 '신성한 달'인 라마단이 자칫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확전을 부르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측이 가자지구로 끌고 간 인질 중 생존자와 석방 대상자, 인질 석방의 대가로 풀어줄 팔레스타인 보안 사범 등의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협상단을 보내지 않았다.

하마스 측은 오랜 전쟁으로 인질들을 억류하고 있는 일선 부대와 접촉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스라엘 측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핵심 조건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전쟁 상태로 올해 라마단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천사 가브리엘이 선지자 무함마드에게 코란을 계시한 이슬람력 9번째 달 라마단의 시작은 각국의 이슬람 중앙성원에서 초승달을 육안으로 관측한 뒤 결정한다. 나라별로 금식을 시작하는 날짜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팔레스타인의 올해 라마단은 10일 저녁 초승달이 관측됨에 따라 11일 일출과 함께 시작된다.

9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레바논 국경 근처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 연합뉴스
9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레바논 국경 근처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전쟁 중 맞이하는 라마단을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점령한 동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 3대 성지 알아크사 사원 때문이다.

동예루살렘에 있는 35에이커(약 14만㎡) 크기의 성지는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가 공통으로 성스럽게 여기는 곳이다.

이슬람교도는 '고귀한 안식처'로 부르는 성지에 있는 알아크사 사원을 예언자 무함마드가 천사 가브리엘과 함께 메카에서 날아와(이스라) 승천한 뒤 천국을 경험한(미라즈) 곳으로 믿는다.

유대교도는 이곳을 '성전산'이라고 부른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 했던 곳이자 고대 왕국의 솔로몬과 헤롯왕이 바빌로니아와 로마 군대에 의해 파괴된 성전을 지었던 곳으로 믿는 것이다.

기독교도 역시 예수의 생애와 많은 관련이 있는 이곳을 성지로 여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이날 이슬람교도 수천 명이 라마단 첫날 밤 기도를 하러 알아크사 사원으로 들어갔으며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경찰이 예배자들을 공격하는 유대인들을 제지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다.

이스라엘 경찰은 "지도부의 지시에 따라 안전을 보장하고 성전산에서의 예배의 자유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 와중에 맞는 올해 라마단에 유대인과 이슬람 신도들과의 충돌이 일어나면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른바 '저항의 축'에 한정됐던 아랍권의 반이스라엘 움직임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 하마스에 휴전안 수용을 촉구하면서 "만약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라마단까지 휴전에 합의하지 못하면 아주, 아주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5개월 넘는 전쟁으로 생존의 위기에 직면한 하마스도 라마단을 대이스라엘 저항의 계기로 삼고, 팔레스타인 주민과 이스라엘내 아랍계의 결집과 아랍권 국가의 대이스라엘 저항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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