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강북을 전략 경선 참여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강북을 전략 경선 참여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서울 강북을 경선 결선에서 박용진 의원을 이긴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이 취소됐다. 2017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DMZ(비무장지대)에서 발목지뢰를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을 경품으로 주자’는 취지의 발언을 해 비판을 받은 일이 알려졌다. 2015년 8월 경기 파주시 DMZ에서 우리 군 부사관 2명이 목함지뢰로 크게 다치는 사건이 있었음에도 이를 희화화하여 농담거리로 삼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정 전 의원은 “당사자께 직접 유선상으로 사과드리고 관련영상 등을 즉시 삭제했다”며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피해 당사자들이 정 후보로부터 사과를 받은 일이 없다고 밝히면서 거짓 사과임이 드러났다. 이밖에도 과거 안철수 의원을 향해 ‘노원병신’이라고 비난한 일, 금태섭 전 의원에게 “죽여버린다”며 욕설을 한 일, 조계종을 북한 김정은 집단에 비유하며 종무원들과 몸싸움을 벌인 전력, 가정폭력 혐의로 벌금 50만원형을 선고받았던 사실까지 연이어 드러나면서 결국 공천 취소 처분이 내려진 것이다.  

결선에서 패했던 박용진 의원은 ‘하위 10%’ 판정에 따라 경선에서 50% 이상의 득표를 하고도 감산에 따라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뛰어난 의정활동의 성과를 인정받아온 박 의원이 ‘하위 10%’ 판정을 받은 것은 이재명 대표에게 쓴 소리를 자주하던 비명계였기 때문이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래서 박 의원은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의 상징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기왕에 이렇게 되었으면 민주당의 ‘비명횡사’ 공천에 대한 시선도 개선시킬겸 차점자인 박용진 의원에게 공천을 승계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강북을 지역구에 전략 경선 방식으로 새 후보를 선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어떤 경기에서도 승부가 났는데 1등이 문제가 됐다고 차점자가 우승자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대표의 말과는 다르게 순천에서는 차점자가 공천을 승계했다. 이에 박 의원은 “같은 사안이 순천과 강북을에서 왜 달라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강북을을 전략경선지역으로 결정한 건 형평성에 맞지 않고 원칙 없는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김부겸 상임 공동선대위원장도 “정 전 의원의 공천 철회 결정은 잘한 일이나, 박 의원을 사실상 배제하는 경선 결정이 과연 잘된 결정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비판한다. 

이런데도 박 의원은 탈당하지 않고 경선에 다시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절차와 원칙을 지키는 정치야말로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첩경”이라며 “바보스러울지라도 그런 내 원칙에 따라 경선에 참여하고자 한다”는 것이 박 의원의 얘기이다. 박 의원은 다시 전략 경선에 참여하더라도 ‘경선 득표의 30% 감산’을 그대로 적용받는다. 어지간한 인물들과 경쟁해도 이번에도 힘든 승부가 된다. 게다가 민주당 전략공관위원회는 당초 16일 오후 6시에 공모를 마감할 예정이었지만 다른 지원자들 요청에 따라 마감 시간을 자정으로 연장까지 해주었다. 이 또한 박 전 의원에게 불리한 조치이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4선 김상희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 단톡방에서 “이재명 대표는 박용진 의원이 그렇게 두렵냐, 민주당을 기어이 완벽한 ‘이재명 당’으로 만드는 것이 이번 총선 목표냐. 최고위원들은 대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김 의원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민주당의 강북을 후보 경선은 어떻게 하면 박용진에게 공천을 주지 않을까에 골몰했던 광경으로 비쳐진다. 이재명 대표는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을 취소하면서 “살점을 뜯어내는 심정으로 공천 결정을 취소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박용진 의원에 대해서는 ‘혹을 떼어내는 심정으로’ 저토록 모질게 하고 있는 것인지 묻게 된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사진=여성신문
유창선 시사평론가 사진=여성신문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