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시민단체들 “성평등 가치 인정” 대환영

재판관 6명 “헌법불합치”…가족법 개정 운동 50년 만의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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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좋을 순 없다”한국가정법률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37개 단체로 구성된 호주제폐지를위한시민연대 회원들이 3일 오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지자 대심판정 밖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박수를 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eephoto@womennews.co.kr

헌법재판소(헌재) 전원재판부(주심 김영일 재판관)가 2월 3일 호주제를 규정한 민법 778조와 781조 1항 일부분, 826조 3항 일부분에 대해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림으로써 4년 넘게 끌어온 호주제 법적 논란에 마침표가 찍혔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률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법적 공백을 막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해당 조항의 효력을 유지하거나 중지시키는 결정이다.

이에 따라 2월 1일 개원한 임시국회에 계류 중인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의 처리와 보완 입법 마련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판결문에서 “호주제가 혼인과 가정생활에서 개인의 존엄과 양성 평등을 규정한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며 “단순위헌결정을 하게 되면 호주를 기준으로 신분관계를 공시, 증명하는 공적 기록에 중대한 공백이 발생하게 되므로 호주제를 전제하지 않은 새로운 호적체계로 호적법을 개정할 때까지 잠정적으로 계속 적용케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호주제는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 호주승계 순위, 혼인, 자녀 등의 신분관계 형성에 있어 정당한 이유 없이 남녀를 차별함으로써 많은 가족들이 불편과 고통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김영일, 권성, 김효종 재판관은 “가에 호주를 두고 있는 호주제는 전통 문화에 터잡은 것인 만큼 호주를 정의한 조항인 민법 778조가 합헌”이라고 소수 의견을 밝혔다.

호주제 위헌 심판은 2001년 3월 서울지법 서부지원이 이혼 여성 양모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제청한 뒤 처음 위헌 심판대에 올랐고 지난해까지 모두 8건의 위헌제청 사건이 헌재에 접수됐다.

이날 판결이 끝난 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등 137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호주제폐지를 위한 시민연대'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판결은 성별 등에 의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헌법 제11조)와 혼인과 가족생활에서의 양성평등(헌법 제36조)에서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성평등 가치가 그 어떤 관습과 전통, 이념 등에 의해서도 침해받을 수 없는 천부의 가치임을 다시 한번 인정한 것”이라며 “양성 간의 진정한 공존이 가능해질 수 있는 시대로 나아가는 중요한 열쇠를 얻었다”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은 민법 조항들

제778조(호주의 정의)

일가의 계통을 계승한 자, 분가한 자 또는 기타사유로 인하여 일가를 창립하거나 부흥한 자는 호주가 된다.

제781조(자의 입적, 성과 본)1항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르고 부가에 입적한다. 단, 부가 외국인인 때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고 모가에 입적한다.

제826조(부부간의 의무) 3항

처는 부의 가에 입적한다. 그러나 처가 친가의 호주 또는 호주승계인인 때에는 부가 처의 가에 입적할 수 있다.

위헌 기준

헌법 36조 1항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

임현선 기자 sun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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