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대학병원 시험관 아기 유전자 불일치 논란 
전문가 “무분별한 생식의료 확산에 난임 조장 우려”
피해자 보호 위해 손해배상·의무기록 기한 늘려야”

대학병원 시험관아기 유전자 불일치 사건 당사자 A씨와 그의 가족 ⓒ박상혁 기자
대학병원 시험관아기 유전자 불일치 사건 당사자 A씨와 그의 가족 ⓒ박상혁 기자

시험관시술을 통해 얻은 자녀의 유전자가 아버지와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 시술을 진행한 의사와 병원이 책임을 회피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저출생 대책으로 생식의료서비스 지원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의료사고 등에 대한 법적 제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서울 소재 모 대학병원에서 시험관시술로 자녀를 얻은 A씨 부부는 유전자 검사 결과 남편과 자녀의 유전자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부부는 "시술 과정에서 제3자의 정자가 사용됐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병원은 아내가 자연임신했을 수 있고, 사건이 발생한 지 시간이 오래 지나 손해배상을 해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험관 아기 시술 등 생식의료서비스 사고의 경우, A씨 부부 사례처럼 이용자가 초기에 문제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아 출산하더라도 즉각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는 이용자는 드물다.

만약 병원 기록이 소실되면 책임소재 가리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은 진료기록부와 수술기록은 10년, 환자명부와 간호기록부 등은 5년 동안만 의무적으로 보존하면 된다. 

민법은 불법행위가 발생한 지 10년, 피해자가 불법행위를 인지한 지 3년이 지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뒤늦게 피해사실을 알아차린 이용자들이 법적으로 권리를 구제받기 어려운 구조다.

의학적 논란도 있다. 난자동결 시술과 시험관 아기 시술 모두 과배란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여성이 복수·혈액 손실·장기 손상 같은 부작용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저출생 대책을 명분으로 가임력 보존술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인공수정·체외수정(시험관 아기) 등 '보조생식술' 즉 생식의료에는 2017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난자동결 등 가임력보존술은 지난해 1월 모자보건법이 개정되며 국가와 지자체가 불임이 예상돼 생식세포의 동결·보존(난자동결)이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이미 서울시는 지난해 9월부터 전국 최초로 난자동결 시술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생식의료기술을 둘러싼 윤리기준과 법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홍순철 고려대 안암 산부인과 교수는 “과배란을 이용한 임신 시도는 여성 몸에 심각한 부작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윤리 기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생식의료에 대한 의무기록기한 및 손해배상 청구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호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변호사는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할 수 있도록 이번 사건을 비롯한 의료사고들에 소멸시효를 두지 않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생식의료(Reproductive Medicine)란, 미국 국립 암센터에 따르면 생식력 보존, 불임 진단 및 치료 및 기타 생식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의학 분야다. 생식의료는 사춘기, 폐경, 피임(산아 조절) 및 특정 성 문제와 관련된 문제를 다룬다.

이 가운데 인공수정, 체외수정(시험관 아기) 등 임신을 목적으로 자연적인 생식과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의료행위는 '보조생식술'이라 불린다. 정부는 2017년부터 보조생식술을 건강보험에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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