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 소변을 보는 소년/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Pixabay
벨기에 브뤼셀 소변을 보는 소년/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Pixabay

잊을만하면 불붙는 논쟁이 있다. 바로 남성이 소변을 보는 방법, 서서 보는 것과 앉아서 보는 것 사이의 시비를 가리는 것이다.

사소한 언쟁처럼 보이지만, 의학지식과 문화, 남성성, 가족 내 지위까지 교차하는 첨예한 주제다. 의학적으로 볼 때, 서서 보는 것이 맞다는 입장은 남성 요도의 길이와 모양을 근거로 삼는다. 남성은 요도가 길고, S자 형태라 서서 일을 봐야 소변이 잘 배출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앉아서 보는 것이 맞다는 입장은 골반과 척추의 이완, 복부에 압력이 가해지는 영향으로 소변이 더 잘 빠져나간다는 논리로 맞선다. 실제로 비뇨기과에서는 환자가 전립선 비대증으로 방광의 수축 능력이 떨어진 경우 앉아서 소변보는 것을 권하기도 한다.

문화적으로 볼 때, 서서 보는 것이 낫다는 입장은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교육받았으므로 서서 일을 보는 것이 익숙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중 일부는 서서 일을 보는 것은 여성이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과 구별되는, 자연스러운 성차이자 남자다움의 요소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앉아서 보는 것이 낫다는 입장은 자신이 받았던 교육은 그렇지 않았으며, 위생과 청결을 강력한 논거로 꺼낸다. 서서 일을 보면 소변이 사방으로 튀어 화장실을 오염시킬 수 있으므로, 앉아서 볼일을 보는 게 더 위생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생활 화학제품 전문기업 라이온의 실험 결과, 하루 동안 서서 소변을 보면 변기 밖으로 약 2300방울의 소변이 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때 튀는 소변의 범위가 바닥 반경 40cm, 벽 30cm라는 조사도 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소변을 보든 ‘상관없다’는 것이 비뇨의학 전문의들의 중론이다. 어떤 방법이든 자신이 편한 것을 선택하면 된다. 문화적인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최근 동향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조사에 따르면, 앉아서 소변을 보는 남성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 이유로 위생과 청결을 선택한 응답이 가장 많았다.

흥미로운 것은 ‘아내·가족의 요구’ 항목에 29%가 복수 응답한 대목이다. 여태 자신은 서서 소변을 봤는데, 같이 사는 사람의 요청(또는 강력 요구)에 따라 자세를 바꿨다는 것이다.

수치로 보는 여성건강 2023 ⓒ질병관리청
수치로 보는 여성건강 2023 ⓒ질병관리청

화장실 청소를 그동안 누가 해왔는지를 따져 물어야 현상이 제대로 보인다. 남성들은 여전히 가사 노동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 여성의 약 70%, 남성의 약 60%가 가사노동을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답한다. 하지만 현실은 요원하다. 남성 기혼자들은 2012년에 비해 2020년에 설거지와 집안 청소만 조금 더 하는 데 그쳤을 뿐, 여전히 가사노동의 부담은 여성이 떠안고 있다.

통계청의 무급 가사노동에 대한 2019년 자료를 살펴보면, 여성의 가사노동 참여시간은 205분으로 남성의 64분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여성은 약 356조원, 남성은 약 135조원이 된다.

현실이 이러한데, 서서 일 보기가 습관이라 어쩔 수 없다거나 ‘남자다움’을 운운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무엇보다 같이 사는 집이지 않은가.

‘나는 서서 일을 본 다음 물을 뿌려둔다’는 호소도 있다. 물을 뿌리는 것으로 상황을 덮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화장실 청소를 제대로 해보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그 정도로는 화장실 냄새와 균의 번식을 막을 수 없다.

물을 뿌리려는 심리는 서서 싸는 내 행동의 결과(소변이 튐)를 이미 알고 있지만, 내 행동을 바꿀 의사는 없고(그대로 할 것임), 화장실 청소도 나의 일은 아니므로 상황만 어느 정도 무마하려는 동기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른다.

앉아서 일을 보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임에도, 공공 화장실에서는 여전히 서서 일을 보는 사람이 다수라는 점은 ‘볼일’과 ‘책임’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한다. 

ⓒStockup
ⓒStockup

소변보는 방법을 바꾸냐 마느냐를 논할 때가 아니다. 가사노동의 무게 추가 어디로 쏠려 있는지를 명확히 인지하고 변화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여성에게 편중된 무급 가사노동의 무게를 직면할수록, 내 볼일이 가져올 책임의 무게를 고민할수록 이 ‘소변 논쟁’은 무의미하다.

상황이 이럴진대 어떤 교육자는 ‘남자 청소년을 양육할 때 반드시 서서 소변을 보도록 가르치라’ 말하고, 온라인에서는 ‘남자의 자존심’을 이야기하며 성별 고정관념에 근거한 소모적인 논쟁 일어난다.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존심이 아니라, 함께 사는 이와 삶을 공동으로 구성해 나갈 줄 안다는 자긍심 아닐까?

서서 일을 보고 싶으면, 그로 인한 결과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반찬을 평가하려면 적어도 상차림은 도맡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정민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 활동가 ⓒ본인 제공
한정민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 활동가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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