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가배상 청구소송 발표
“형사절차에서 피해자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2023년 6월 12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을 마치고 피해자가 인터뷰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6월 12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을 마치고 피해자가 인터뷰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돌려차기 방식으로 머리를 가격당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당사자 김진주(필명)씨가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한다. 피해자 보호제도 미비와 그로 인한 2차 가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고 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로 구성된 김씨 대리인단은 21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사절차에서 정보로부터 소외되고 참여기회도 보장받지 못하는 현 제도가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취지를 밝혔다.

김씨는 영상을 통해 “경찰은 사건 현장 사진을 제대로 찍지 않고, 목격자의 진술을 묵인했다”며 “가격으로 기억을 잃으니 가해자의 말이 모두 진실이 되고 저는 어딜 가나 소외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폭력 재판이 아니었기에 비공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없었고 방청객으로서 가해자의 얼굴을 바로 앞에서 봐야 했다”며 “수많은 (국가의) 과실들이 저를 더욱 고통스럽게 했고 국가가 가해를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재판부에 진행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기록 열람을 신청했으나 수차례 거절당했다. 결국 사선변호사를 선임, 민사소송으로 기록을 확인했으나 이 과정에서 김씨의 주소가 가해자에게 노출되는 2차 피해가 발생했다.

그는 “재판부는 가해자가 범행을 인정한다는 이유로 8년을 감형했지만 가해자는 여전히 구치소에서 보복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범죄피해자들이 국가로부터 보호받는다는 느낌이 조금이라도 들도록 피해자 권리가 보장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대리인단의 오지원 단장은 “김씨 뒤에는 유사한 경험을 한 수많은 범죄피해자들이 있다”며 “가해자의 보복 협박에도 증거수집을 위해 직접 뛰어다녀야 하는 현실에서 피해자의 참여권과 진술권이 보장되고 있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번만큼은 용기낸 피해자의 목소리가 사장되지 않도록, 국가의 수사부실에 대해 명확히 책임을 묻겠다”며 “나아가 범죄피해자 권리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활동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국가배상 대리인단이 21일 제출한 국가배상 청구소송 소장 ⓒ박상혁 기자
부산 돌려차기 사건 국가배상 대리인단이 21일 제출한 국가배상 청구소송 소장 ⓒ박상혁 기자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2022년 5월 22일 부산 진구 서면에서 전과 18범 30대 남성이 새벽에 홀로 귀가하던 김씨를 성폭행할 목적으로 쫓아간 뒤 오피스텔 공동 현관에서 발로 차며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다.

가해자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강간살인 미수가 적용돼 징역 20년으로 형이 무거워졌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뒤에도 가해자는 반성하지 않고 보복범죄를 계획하다 구치소에서 30일 독방 처분을 받았다.

피해자 김씨는 범죄피해자 지원과 사법체계 개선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의 투쟁과정을 담은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를 발간하기도 했다.

*성폭력·성희롱 피해 신고는 경찰청(☎112), 상담은 여성긴급전화(☎지역번호 + 1366)를 통해 365일 24시간 지원 받을 수 있습니다. 뉴스 댓글란을 통해 성폭력·성희롱 피해자 대한 모욕·비하 및 부정확한 정보를 유포하는 것은 여성폭력방지법의 2차 피해 유발에 해당합니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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