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평범해서 눈에 띄지도 않는 인물이 만들어내고 행동하는 일상의 경이로운 이야기에 대해 더 쓰겠다”

조경란 작가.
조경란 작가.

조경란 작가가 단편 소설 ‘일러두기’로 제47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이상문학상 주관사 문학사상은 25일 수상작을 발표했다. 대상작 ‘일러두기’는 이혼 후 대도시 변두리 동네에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복삿집을 운영하는 ‘재서’와 길 건너편에서 반찬가게를 하는 ‘미용’의 이야기다. 

심사위원회(권영민·구효서·김종욱·윤대녕·전경린)는 “도시 변두리 동네의 이웃들이 서로를 끌어안고 부딪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배경처럼 펼쳐내면서 각박한 현실의 이면에 숨겨진 주인공의 내면 의식의 변화를 꼼꼼하게 챙겨 보는 작가의 시선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또 “정교하게 다듬어진 간결한 문장과 세밀한 내면 묘사가 이 소설의 서사적 완결성에 문체의 힘까지 덧붙이고 있다”고 봤다. 

조 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지난해 ‘일러두기’를 구상할 때의 노트를 찾아보니 준비가 안 된 부모에게서 태어나 평생을 움츠리고 산 아이, 남의 눈에 멸시의 대상이기만 했던 아이는 어떤 어른으로 성장했을까? 하는 질문이 단편의 시작”이었다고 밝혔다. 또 “너무나 평범해서 눈에 띄지도 않는 인물이 만들어내고 행동하는 일상의 경이로운 이야기에 대해 더 쓰겠다”며 “꾸준히 게으르고 굼뜨고 느리게 살고 있다. 소설도 그렇게 쓰고 있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작가는 1996년 단편 소설 ‘불란서 안경원’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나의 자줏빛 소파’, ‘코끼리를 찾아서’, ‘국자 이야기’, ‘풍선을 샀어’, 장편소설 ‘식빵 굽는 시간’, ‘가족의 기원’, ‘복어’ 등을 펴냈다. 문학동네작가상, 현대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동인문학상 등을 받았다

올해 이상문학상 우수작에는 김기태의 ‘팍스 아토미카’, 박민정의 ‘전교생의 사랑’, 박솔뫼의 ‘투 오브 어스’, 성혜령의 ‘간병인’, 최미래의 ‘항아리를 머리에 쓴 여인’ 등 5편이 뽑혔다. 대상 상금은 5000만원, 우수작 재수록료는 각 500만원이다. 작품집은 오는 4월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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