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저출생’ 공약 뜯어보니]
10대 공약 중 1‧2순위 배치
양당, 소득 상한선 없애고
아이 낳을수록 현금 지원↑
재원 마련‧실행력이 관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주요 저출생 공약.  ⓒ여성신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주요 저출생 공약. ⓒ여성신문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을 앞둔 거대 여야가 ‘저출생(저출산)’에 주력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 중 각각 1순위, 2순위에 ‘저출생’을 배치했다. 양당은 ‘아이만 낳으면 지원하겠다’며 대규모 현물·현금 지원도 공약으로 내놨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월 25일 서울 성동구에서 연 선대위 회의에서 “세 자녀 이상 가구에 대한 모든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면제하고, 두 자녀 가구에 대해서도 단계적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등록금 면제 대상은 34만명으로, 투입 예산은 총 1조4500억원으로 추산했다. 신혼부부 주거와 난임 지원, 아이돌봄 서비스 등에 적용되는 소득기준도 폐지해 맞벌이라서 지원 기준을 초과해 지원을 못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은 △인구부 신설 △아빠 유급 출산휴가 1개월 의무화 △육아휴직 급여 상한 인상(월210만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 상한 인상 등을 제안했다.

민주당의 저출생 대책도 못지않게 파격적이다. 모든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로 1억원을 빌려준 뒤 첫 자녀를 낳으면 무이자 전환, 둘째를 낳으면 원금 50% 감면, 셋째 자녀를 낳으면 원금 전액을 감면해주겠다고 제시했다. 자녀가 2명인 가구에게는 24평형 분양 전환 공공임대 주택을 제공하고, 3자녀 가구에게는 33평형 주택 지원 정책도 발표했다. 자녀 1인당 월 20만원 지급하는 키움카드, 이월 10만원을 정부가 자녀 계좌에 입금하는 자립펀드도 공약에 담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모든 신혼부부의 기초자산 형성을 국가가 직접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아이돌봄서비스 소득기준 폐지 △여성경력단절 방지 및 남성육아휴직 강화 △인구대응부 신설 등을 공약했다.

이날 이재명 대표는 이례적으로 한 위원장의 저출산대책에 대해 "매우 훌륭한 제안이고 민주당이 제안했던 정책들과 일맥상통한다"고 했다.

양당의 공약은 차별점을 갖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부총리급 인구부를, 민주당은 인구위기대응부 신설을 약속했고, 여야 모두 정부 지원 소득기준을 폐지했다. 자동육아휴직제를 도입하겠다는 약속도 똑같다. 공약 대상이 여성에서 청년으로 바뀌었다는 점도 같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지만 재원 조달 방안이 명확치 않다는 점도 비슷하다. 여당은 고용노동부 고용보험기금 재원을 활용하겠다고 밝혔고 야당은 재정 지출 구조조정분과 연간 총수입 증가분 등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으나 실효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막무가내 현금 지원식 ‘출산 장려’ 정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총선용 퍼주기 공약’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양당 모두 저출산이라는 표현 대신 저출생을 사용하고 있다. 저출산이라는 표현이 ‘낮은 출산율의 책임을 여성으로 돌린다’는 비판을 받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겠다는 정당의 의지로 보인다. 하지만 공약 어디서도 성평등 사회에 대한 구상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총선용 전략’으로도 읽힌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양당 모두 출산율 0.6의 공포에 빠져 허둥대는 모양새”라고 했다. 정 교수는 “대학 등록금 자체를 대폭 경감하거나 없애는 식으로 큰 틀을 보여주고 몇 년간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그림을 보여줘야하는데, 둘째를 낳으면 대출금을 줄여주고, 셋째를 낳으면 대학 등록금을 줄여주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며 “이번 총선을 기회로 한국사회가 어떤 사회로 변화하고 나아가야 하는지, ‘사치재’였던 교육이 ‘공공재’로 가는 식의 희망을 주는 ‘그림’을 보여줘야 하지만 양당 모두 ‘조각’만 하나둘씩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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