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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대 전성기를 맞아 ‘읽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출판문화

가 변해가고 있다. 우리나라 출판계에도 ‘북디자인’(Book Design)

이란 말이 더이상 낯설지 않고, 신문편집에 있어서도 미술부문을 담

당하는 전문 디자이너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재불 출판인이자 언론인인 이사빈씨. 그의 정확한 직업명은 ‘이코

노그라프’(Iconographe)다. 국내에는 이런 직업이 전무하기에 생소

한 용어지만 실제적으로는 출판에 있어 이미지를 예술적으로 활용하

여 주제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부각시키는 전문인을 뜻한다.

潔쓴잔62년 서울대 문리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63년 도불, 다양

한 학문세계를 전전하다가 루브르 예술학교에 수학함으로써 당시 프

랑스에서도 희귀 직업이었던 이코노그라프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자신을 스스로 ‘이코노그라프 제1세대’로 지칭하는 이씨는 졸업후

프랑스 굴지의 출판사 로벨 라퐁출판사에 67년 입사하여 87년까지 20

여년 동안 활동하며 이미지출판 전문인으로 자리를 굳히게 된다. 이

후로는 여러 언론사와 출판사에 프리랜서 계약을 맺어 글과 사진을

기고하면서 저술활동도 펴고 있다. 지난 83藪?섟?각지의 차문화

를 다룬 책을 펴내 호응을 얻은 바도 있다.

"제가 하는 일은 미술뿐만 아니라 철학, 역사에 도통해야 하는 것이

필수조건이죠. 또한 새로운 예술작품이나 역사적 사실을 발굴 고증해

야 하는 연구자로서의 자세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요즘처럼 저작권

이 문제가 되는 때는 법률문제에까지 손을 대야 하지만, 일 자체의

성격때문에 꼼꼼함과 섬세함이 절대적으로 요구돼 여성들에게 아주

적합한 직업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의 대표작으론 지난 89년 프랑스혁명 2백주년을 맞아 제작한 이미

지 작업. 각지의 도서관과 박물관을 샅샅이 뒤져 단두대 풍경, 베르

사이유 궁전 밖에서 굶주림에 지쳐 왕과 왕비를 나오라고 부르짖는

분노한 여성들, 마리 앙트와네트 왕비와 혁명의 주인공 중 하나인 마

라 등의 초상화, 당시의 여러 상징물-깃발, 단추, 돈- 등을 찾아내

이를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방식으로 다시 구성하여 20여개의 슬라이

드를 제작해 놓았다. 이를 굴지의 통신사에 팔았는데, 이 원본들은

그후 수백개의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돼 전세계로 퍼져나가면서 프랑

스혁명 2백주년 축제분위기에 편승해 상당한 인기를 모年募?것.

"이코노그라프야말로 21세기의 다양하고 개성적이며 주관성 강한 미

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직업입니다. 가령, 서울을 상징

하고자 할 때 덕수궁을 찍거나 시청건물을 찍거나 하는 것은 순전히

이코노그라프의 재량입니다. 이처럼 하나의 대상도 보는 시각에 따라

수많은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고, 이 원칙을 따라 이코노그라

프는 특정 주제를 설정, 최대한의 자율성을 가지고 목표에 적합한 작

품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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