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여성 과학계 정리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해 과학기술계가 어수선하지만 여성 과학기술계는 올 한 해 양적·질적으로 큰 성장을 거두며 ‘우먼 파워’를 과시했다. 나도선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 김혜원 기술표준원 원장, 정광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이 과학기술계 기관장에 취임했고, 미국 베일러 의대 이수경 교수 자매, 백성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등이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잇따라 발표했다. 제13차 세계여성과학기술인대회 등 대규모 국제 행사를 유치, 세계에 우리나라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역량을 과시했다.

잇단 여성 기관장 탄생…고위직 약진
나도선 이사장 ‘최초’…정광화·김혜원 원장 뒤이어

과학기술계 정부 출연 연구소 및 산하 기관장에 여성 과학기술인이 잇따라 취임하는 등 여성 과학기술인의 약진이 돋보였다.
3월 21일 과학기술부 첫 여성 기관장에 취임한 나도선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은 재단 역사상 첫 민간 과학자 출신으로서 과학문화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혁신 열풍을 이끌고 있으며, 지난 11월엔 삼성생명공익재단 주최, 여성가족부가 후원한 ‘제5회 비추미 여성대상’에서 교육·연구개발 부문의 ‘별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진공 표준을 확립하고 진공 측정 기술을 주도해온 정광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은 12월 9일 과학기술계 정부 출연 연구기관 사상 첫 여성으로서 기관장에 취임했다. 정 원장은 93년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설립, 3∼4대 회장 역임 등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권익 향상에 힘써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4월 20일 중앙부처 최초 기술직 여성 공무원으로서 1급 기관장에 오른 김혜원 기술표준원 원장은 기술직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촉진하는 도화선이 될 전망이다. 그는 또 기술표준원을 ‘표준의 유엔’이라 불리는 국제표준화기구(ISO)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의 이사국에 올려놓음으로써 그 위상을 높였다.

국제 규모 행사 유치·해외 교류도 풍성
세계여성과학기술인대회 아시아 두 번째 개최…과학 한국 면모

제13차 세계여성과학기술인대회(ICWES13), 성 평등과 정보통신기술 국제 포럼(Forum on ICTs & Gender for WSIS 2005) 등 국제행사를 잇따라 유치하면서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국제 교류가 어느 해보다 풍성했다.
지난 8월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회장 정명희)가 주최한 ICWES13은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등 8개 분과에서 49개국 743명이 참석, 680여 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ICWES는 3년마다 열리는 국제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세계 여성 과학기술인 대회이며, 우리나라는 11차 대회를 개최한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개최했다.
숙명여대 아태여성정보통신센터(원장 김교정)와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소장 조정아)는 지난 6월 ‘성 평등과 정보통신기술 국제 포럼’을 개최해 국제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에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국물리학회 여성위원회(위원장 박영아)의 주도로 지난달 개최된 ‘아시아 여성 물리에 관한 국제 워크숍’은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여성 물리학자 50여 명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자리였다.

여성 과학기술인 지원 정책 가시적 성과
NIS-WIST 개원·여성 채용 목표제 조기 달성 등

정책·경력개발, 재취업 지원 등 여성 과학기술인 지원을 위한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NIS-WIST, 원장 전길자)가 지난 2월 개원됐고, 채용목표제 20%가 조기에 목표 달성되는 등 2002년 12월 제정·시행된 여성 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과학기술부는 기관별 특성에 따라 ‘직급별 승진목표제’ 도입 타당성을 검토해 이르면 2007년 도입할 예정이다. 또 대형 국책 연구과제 선정 때 여성이 프로젝트 책임자인 경우 5%까지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공계 여대생 지원을 위한 ‘WISE 프로그램’ ‘국공립대 여성 교수 임용목표제’(20%) 등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기초연구활동을 지원하는 ‘우수 여성 과학자 도약연구 지원사업’을 도입, 75개 과제에 43억8000만 원의 지원금을 책정했다.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연구 성과를 격려하고 공적을 널리 알리기 위한 ‘아모레퍼시픽 여성과학자상’이 제정돼 첫 수상자로 모혜정 이화여대 물리학과 명예교수가 특별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세계적 논문·난치병 치료 연구 등 두각
사이언스·네이처 등에 잇단 발표…산업계 진출도 활발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잇따라 발표하고 산업계 진출도 활발해지는 등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활동 폭이 더욱 넓어졌다.
미국 베일러 의대 이수경 교수와 동생 이보라 박사 자매는 수정란에서 신경세포 발생을 조절하는 효소를 찾아내 관련 논문을 지난 1월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백성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팀은 암 전이 억제 효과 유전자를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하고, 구체적인 작동 메커니즘을 밝혀 지난 4월에, 안소현 미국 국립보건원 박사 역시 신경줄기세포가 다양한 뇌세포로 분화하는 과정을 밝혀내 지난 10월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민병주 한국원자력연구소 연수원장은 지난 9월 제30차 세계원자력협회(WNA) 연차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여성 원자력 전문인력 양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공로상을 수상했다.
산업계에서는 황우석 교수의 연구논문 파문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가 제대혈 보관 서비스와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 연구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배은희 리젠바이오텍 대표는 피부 이식제 개발로, 전세화 테고사이언스 대표는 화상 치료용 세포 치료제 개발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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