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휴대전화 성을 팔지 말고 미래를 팔아라

이동통신 가입자 수 3834만 명 한 해 판매량 1600만 대. 모바일 기기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한국은 휴대전화 보급과 무선인터넷 사용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 이에 사람들은 휴대전화 속에 들어온 유비쿼터스 시스템을 기대하며 달라질

미래 생활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지만 사실또 다른 한편에서는 ‘성 상품’ 보급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휴대전화의 모습을 보게 된다.

DMB시대 성상품 콘텐츠 홍수

첨단 기술 인프라를 바탕으로 성 상품화한 콘텐츠가 활용되고 재생되는 속도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원하든 원치 않든 사람들의 손 안에는 휴대전화를 통해 이미 음란·성인 콘텐츠가 쥐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 본격화되는 방송·통신 융합형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앞두고 이동통신사들의 콘텐츠 확보와 서비스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2005년 이동통신 3사가 벌어들인 매출액은 대략 24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수익 중 상당 부분이 바로 콘텐츠 서비스로 벌어들인 것이다. 이동통신사의 콘텐츠 서비스 중에는 성인용 동영상·만화·게임·야설·누드 등 다양한 종류의 성 상품화 콘텐츠가 자리잡고 있다.

현재 무선 모바일 콘텐츠산업 규모는 약 5000억 원. 정확한 규모조차 알 수 없는 각종 성인 콘텐츠 산업은 이동통신사의 다양한 서비스 명분을 등에 업고 성장하고 있다.

시민단체 쪽에서는 서비스 개시와 함께 DMB폰이 본격적으로 대중화하면 지금까지 수동적으로 보여주는 것에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한 성인 콘텐츠, 즉 영상을 보며 동시에 의사전달이 가능한 기능을 이용해 직접적으로 성 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우려하고 있다.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 이선영 활동가는 “모바일 서비스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 게임과 여성의 몸”이라며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의 몸 역시 상품으로 확대되며 인권이 무시되는 수준의 ‘상품’들이 개인 미디어인 휴대전화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모바일 성 상품화의 확산에는 방송, 언론매체도 한몫을 하고 있다. 지난해 공공방송과 언론은 여자 연예인들의 ‘모바일 누드’ 촬영 소식을 모든 연령층이 즐겨보는 ‘연예 프로그램’을 통해 쏟아냈다. 촬영 현장을 보도한답시고 슬쩍 ‘맛보기 영상’을 선보이고 서비스 일시까지 알려주는 등 친절함(?)을 잊지 않았다. 덕분에 전 국민이 휴대전화에서 여성의 누드를 보는 것을 유행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까지 조성되었다. 말 그대로 방송이 ‘휴대전화=첨단 성인 오락기기’로 홍보한 셈이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누드는 지난해 60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런가하면 젊은층의 문화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휴대전화와 이동통신사의 광고는 ‘섹시한 여자’의 몸으로 ‘휴대전화’ 이미지 만들기에 매년 수천 억 원을 쏟아 붓고 있다.

안주아 동신대 언론광고학과 교수는 “제품의 기능이 아닌 여성의 예쁜 얼굴, 섹시한 몸매, 선정적인 몸짓을 상품 수단으로 삼고 있다”며 “청순한 이미지의 문근영이 섹시한 여성으로 거듭난 것도 휴대전화 광고 속에서였다”고 말했다. 특히 휴대전화를 통한 성 상품화 콘텐츠 유통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 바로 청소년이다.

김민선 학부모정보감시단 사무국장은 “고등학생의 87.3%가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들은 모바일 콘텐츠의 최대 수요자”라고 말한다. 김 사무국장은 “청소년들은 휴대전화를 매우 친밀한 1인 미디어로 인식하고 있다”며 “친숙한 매체를 통해 근친상간, 성행위 엿보기 등 음란물을 접했을 때 그 영향력은 더 크다”고 우려했다.

청소년 무방비…이통사 나몰라라

지난해 청소년위원회와 학부모정보감시단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80%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응답자의 19%가 성인 콘텐츠 광고를 접했고, 이 중 17%의 학생이 접속한 경험이 있으며, 13%의 학생이 승인절차 없이 접속에 성공했다고 답했다.

청소년 보호라는 측면에서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는 ‘성인 콘텐츠제한 신청’을 실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청소년들은 부모의 주민번호를 사용하거나 비밀번호를 해독해 이용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이동통신사는 성인 콘텐츠 서비스 중지는 성인 고객을 배려하지 않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성인 콘텐츠 서비스가 큰 매출 수입원은 아니지만 타 통신사에서 서비스를 하는 한 고객 유지 차원에서 서비스를 중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경우 올해부터 청소년이 부모 없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는 강력한 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스페인도 18세 이상 사용 제한 성인 콘텐츠의 경우 매장 방문을 통해 ‘성인 인증’을 받도록 해 익명성을 제거함으로써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사무국장은 “성 상품화에 대해 무감각해진 사회적 분위기에서 윤리적인 논리로 대중의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운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사전 심의제 등 제도적 규제는 이미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만큼 최하한선의 기준을 제시해 생산 주체들이 자율적 검열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문명의 이기’ 순기능 키워야

최첨단 휴대전화의 등장으로 우리는 이미 유비쿼터스 시스템 안으로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비쿼터스 패러다임이 가사노동이나 돌봄노동의 부담을 줄이는 등 여성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모바일 모니터링’을 이용해 휴대전화로 아이를 돌볼 수 있고, 은행 및 각종 관공서 서류를 이동하는 차 안에서 해결할 수 있으며, DMB 서비스로 품격 높은 문화를 수시로 즐길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개인과 가정 그리고 직장이 손 안의 휴대전화로 연결되면서 여성의 사회활동 영역을 크게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첨단 기술이 여성에게 행복한 미래를 선물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첨단 시스템에 맞는 건강한 콘텐츠 개발에 앞서 기술이 ‘성 산업’만 키우는 꼴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산업적 가치만이 아닌 윤리적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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