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위 공청회…논란조항 의견 접근

97년 만들어진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법’의 입법 목적 규정이 ‘건전 가정 육성’에서 ‘피해자의 보호와 지원’으로 바뀌는 등 제정 9년 만에 큰 폭으로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위원장 김애실)는 10일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법’ 개정안 공청회를 열고 의안과에 접수돼 있는 정부안, 홍미영 의원안, 우윤근 의원안에 대한 전문가와 여성단체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어 13일 법안심사소위(위원장 이경숙)를 열어 논란을 빚었던 조항들에 대해 입장을 조율했다.

법안심사소위는 회의 결과, 법안의 입법 목적으로 명시된 ‘건전한 가정 육성’ 내용은 삭제하고 ‘피해자의 보호와 지원’으로 바꾸기로 합의했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치료비를 가해자로부터 지급 받도록 규정한 구상권 조항은 일부 수정해 피해자의 치료비를 국가, 지방자치단체가 선지급한 뒤에 폭력 가해자로부터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여성단체들이 요구한 ‘중앙가정폭력방지위원회 설치’는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이밖에 초·중·고등학교에서 의무적으로 가정폭력방지 예방 교육을 실시하도록 했으며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은 인가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시설 보호기간은 최대 2년으로 정했다.

이 같은 법안심사소위 결과는 큰 이견이 없는 한 20일 열리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될 것으로 보이며 3월 2일 본회의 통과 역시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우섭 한국여성의전화연합 공동대표는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법의 입법 목적이 그간 우리가 요구해온 방향(피해자 보호 명시)으로 바뀌게 된 점이 다행스럽다”면서도 “중앙가정폭력방지위원회 설치가 무산된 점, 가정폭력예방 교육이 학교에서만 실시되는 것으로 국한된 점이 아쉽다”고 평했다.

한 대표는 또 “구상권이 없어지길 바랐지만 국가, 지방자치단체가 한 발 물러서 피해자의 치료비를 선지급하기로 한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며 “(구상권 존치 결정을) 가해자의 책임 조항도 남겨두겠다는 의사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법안 개정의 의미

지난 13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합의된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법 개정안은 가정폭력 사건과 관련한 재판 판결에서의 오해 소지를 없앴고 피해자들을 괴롭혔던 치료비 문제를 원활히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국회에 계류된 3가지 개정안 가운데 홍미영 의원안이 가장 많이 채택됐다.

그동안 보호법은 입법 취지를 ‘건전한 가정 육성’으로 명시해 ‘피해자 보호’는 가정복귀를 전제로 한 일시보호에 그쳐 지속적인 가정폭력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가정폭력이 죽음으로 이어질 만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데 비해 보호법의 입법 취지는 가정보호에 초점을 둠으로써 피해자를 폭력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고 자립을 지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여성단체들은 “호주제도 폐지된 상황에서 가족 구성원의 존엄과 행복이 중요하다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이어 건강한 가정 육성을 목적에서 삭제해도 무방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동안 보호시설에서 구상권을 행사한 실적이 전혀 없는 현실을 반영해 구상권 조항을 일부 수정한 것도 상당히 진일보한 변화로 여겨지고 있다.

그동안 피해자가 치료비를 가해자에게 구상하려면 가해자의 수입에서 강제로 징수하는 행정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하는데 사실상 그런 조치를 할 수 없었으므로 사문화된 조항과 같았다.

여성단체들은 “구상권을 설정한 것은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의 책임을 가해자에게 설정한 것으로 피해자 보호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방기한 것이었다”며 “가해자에 대한 구상권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요구해왔으며 이에 대한 결실을 일부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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