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재기…‘아름다운 도전’

두 딸과 함께 집도 옮겼다. 인근 동네이긴 했지만 아는 사람들이 좀 적은 곳으로 이사해 사람들과 말할 기회를 피했다. 천하에 사람 만나기 좋아하는 내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오히려 훌쩍 놀라기까지 하고 새로 이사온 동네에서는 이웃 사귀기를 포기한 자신을 보면서 서글펐다. (예전 우리 집은 아침부터 밤까지 손님과 이웃의 사랑방이었다)

그러기를 1년 여. 서서히 이혼의 심적 고통을 지워나갔지만 다시 지역활동을 시작하기엔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 “이혼한 내가 다시 활동해도 되는가” 지역 후배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평소 내 활동에 호의적이고 이혼문제도 상담한 변호사이기도 하지만 다소 보수적인 남자이고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말하기를 서슴지 않는 후배이기에 이런 물음에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렵게 말하는 내게 그는 시원하게 대답했다. “아름다운 도전을 하시죠!” 여성이 장애를 딛고 도전에 승리한 내용의 책이 있는데 그 책 제목이 ‘아름다운 도전’이란다. 나도 이혼의 장애를 딛고 사회, 특히 정치에 다시 도전해보라고 권한다. 그 말은 마치 맑은 종소리처럼 내 머릿속을 울렸다.

지역활동, 정치에의 재도전 과제는 당시 17대 총선이었다.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 도전 중에 큰 조력자를 만났다. 다름아닌 지금의 남편이다. 그와는 시의원 활동도 같이 했고 노무현 대통령선거를 위해 전심전력 같이 활동하던 동지(나는 중앙당 후보비서실 팀장으로, 그는 부평지역선거대책위원장으로)였는데 분당되는 바람에 몇 개월간 만남조차 소원했던 차였다.

더구나 그는 당시 민주당 총선 후보로 강한 권유를 받고 있었고 나는 열린우리당 총선 후보로 뛰고 있었으니 행사장에서 만나도 어색한 웃음만 나누는 정도였다.

어느 날 그가 총선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해서 만나보니 아예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말을 한다. 분당된 정치상황 등 더 이상 활동할 의미도 못 느껴 30년간의 정치활동을 접겠다며 나나 잘하라고 한다. 염치없이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드러내놓고 지원할 수 없지만(또 내 선거팀에 합류할 수도 없지만) 할 수 있는 한 돕겠다고 하더니 정말 큰 힘이 되어주었다.

척박한 정치판을 신물나게 겪은 만큼 헛짚지 않고 냉정하게 판단하며 선거자문을 하고 기탁금 같은 물질적 어려움도 지원했다. 비례선거 최종일, 선거연설장으로 떠나기 전 연설을 듣고 수정해주는 것은 물론 무슨 옷을 입고 나갈지도 챙겨주었다. 세심한 동지이자 보호자 역할을 맡아주었다.

드디어 대회에서 좋은 성적으로 비례순번을 받고 전화를 할 무렵에는 그는 기다리다 지쳐 있었다. 드러나지 않은 만큼 아무도 미리 연락해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담담히 말했다. 이제 국회의원이 된 만큼 처신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며 이젠 자신과의 만남을 종료해야 한다고. 쓸데없이 말된다고. 많이 고맙고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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