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근현대사

광복 이후 지속됐던 호주제가 폐지되고, 헌정사상 첫 여성 국무총리가 등장하는 등 21세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여성’이 서있다. 이들 여성이 지난 100년간 걸어온 길을 되짚은 ‘한국여성근현대사’(숙명여대 아시아여성연구소)가 최근 완간돼 주목받고 있다.

전경옥 숙명여대 사회과학대학장을 비롯해 유숙란, 신희선, 김은실 등 9명의 연구자가 참여했고, 정치사회사·문화사·인물사 각 3권씩, 총 9권으로 완성됐다. 이번에 출간된 3부는 80년대 군부독재 시절부터 현재까지를다뤘다.

‘정치사회사’는 민주화 운동을 통한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주목했다. 특히 여성 불모지였던 정치판에 2004년 17대 총선에서 39명이라는 최다 여성 의원이 진출하기까지의 과정, 여성인권을 위한 호주제 철폐 노력, 사이버 여성운동까지 진지한 고민의 흔적을 기술했다.

‘문화사’에서는 문학, 음악, 연극 등과 같은 문화예술에 초점을 두고, 1906년 창간된 ‘가뎡잡지’에서 시작된 여성언론이 여성문화 전반으로 어떻게 확산됐는지 보여준다. 이 맥락에서 여성해방운동을 펼친 시인 고정희씨가 88년 창간된 한국 최초 페미니스트 언론인 ‘여성신문’의 초대 주간을 맡아 여성주의적 대안 언론의 초석을 마련한 과정도 소개된다.

여성들의 삶을 구술로 그려낸 ‘인물사’에서는 성폭력 생존자 조윤숙, 한부모 여성 박선남, 손자녀를 대리 양육한 김정자씨 등 평범한 여성부터 노동가 출신의 국회의원인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변도윤 (재)서울여성 대표 등 다양한 여성의 목소리를 담았다. 여성잡지, 신문기사, 영화·연극 포스터, 대중매체 등에서 가져온 다양한 이미지도 볼거리다. 전경옥 외 지음/숙명여자대학교 아시아여성연구소/각 권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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