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효간의 피아노콘서트 ‘피아노와 이빨’

귀에 익은 노래 ‘마법의 성’ 연주를 시작하며 연주자가 관객에게 손짓을 한다. 기다렸다는 듯 관객석 여기저기서 조용히 흘러나오는 노랫소리. 이에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따라 부르던 관객들의 목소리가 어느새 하나가 되어 공연장 전체로 울려 퍼진다.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장기 공연을 기록하면서 공연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피아니스트 윤효간(융가 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콘서트 ‘피아노와 이빨’의 현장이다. 5월 압구정동 발렌타인극장 4관에서 시작된 공연은 세 번의 연장공연을 거듭하며 벌써 100회를 훌쩍 넘어섰고 연말까지 계속된다.

그의 연주는 귀에 익숙한 동요와 가요, 팝송을 다른 각도에서 표현한다. 악보에 작게 치라고 표시된 부분에서 일부러 크게 치거나 크게 쳐야 할 부분에서 작게 치기도 하고 페달을 밟는 것도 제각각이다. 모든 곡은 그만의 감성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또한 음악이 울려 퍼지는 동안 무대에선 화가의 페인팅 퍼포먼스가 함께 진행되고 무대 위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공연 실황과 드라마 장면이 펼쳐지는가 하면 노래 중간 연주자와 초대 손님의 진솔한 이야기까지 곁들여진다.

‘이빨 게스트’라 불리는 초대 손님과의 이야기 시간은 일종의 ‘문화 멘토링 사업’이라 할 수 있다. 홀트아동복지회 말리 홀트 이사장, 하일성 KBO 사무총장, 새 박사 윤무부 교수, 원희룡 국회의원, 조경철 박사, 김동건 아나운서, 방송인 김미화씨 등 유명인사에서 기업체 최고경영자(CEO)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출연해 자신들의 일과 삶,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피아니스트 윤효간(왼쪽)씨와 발렌타인극장 정연홍 대표. © 여성신문 정대웅 기자
▲ 피아니스트 윤효간(왼쪽)씨와 발렌타인극장 정연홍 대표. © 여성신문 정대웅 기자
그는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적도, 해외 유학을 다녀온 적도 없는 고졸 출신 피아니스트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7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 고등학교 졸업 후 단돈 3만800원을 들고 무작정 상경했다. 클럽 키보드 연주자부터 시작해 이미자, 조영남, 심수봉에서 시나위, 김현식, 김광석, 이승철까지 유명한 가수들의 레코딩과 콘서트에 참여한 베테랑 세션맨으로 활동했다. 콘서트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그가 하고 싶은 말은 “꿈꾸고 있는 일을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는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라”는 것이다.

이 공연의 성공은 윤효간 대표와 발렌타인극장 정연홍 대표의 합작품이다. 동요의 감성을 지닌 윤 대표와 “벗기는 연극, 코미디 연극을 지양하고 순수 창작물만을 공연하겠다”는 정 대표. 지난 3월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뜻에 공감해 의기투합, 하루 만에 공연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무대와 관객 사이의 벽을 허물고 가까이서 교감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겠다는 소신을 함께 추구하고 있다.

정 대표는 벤처기업 CEO 출신으로 2년 전 대학로에 발렌타인극장 1관을 개관하며 공연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평생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극장을 오픈했다는 정 대표는 앞으로 주부들을 위한 오후 1시 공연과 아버지들을 위한 밤 10시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곧 시작할 예정이라는 밤 10시 연극 ‘아이 러브 대디’에는 두 사람 모두 배우로 직접 출연도 한다고. 윤 대표는 내년 해외에 진출해 교민 대상의 공연을 가지며 공연 때 무료 의료봉사나 집짓기 봉사 등을 병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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