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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없이 비가 내린다. 어제부터 보슬보슬 얌전하게 내려주는 비는 배추 모종하라고 딱 제 때에 맞추어 보내준 하늘의 선물이었다. 세차게 내리꽂히는 빗줄기도 아니고 머리카락에 작은 빗방울 구슬 맺힐 정도의 실비인지라 농부의 땀도 식혀주고 땅은 적당한 수분을 머금고 있어 모종 옮겨 심는 데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는 날이다.

들녘은 이른 아침부터 모종 내심느라 분주하다. 나도 아침나절 등짝에 따끔따끔 깔따구의 공격을 받기는 했으나 촉촉하게 적셔주는 비를 맞으며 올 김장 배추를 심었다. 나란히 나란히 줄지어 선 파릇파릇 배추를 보니 내가 했지만 이건 아름다운 예술품이다.

“농사꾼은 예술가야. 암… 예술가고 말고….”

흡족한 마음 가득, 배추밭만 보면 절로 나오는 웃음, 바짓가랑이 흙 털어내고 장화 벗어 씻어 엎어놓으니 그제야 빗줄기가 점차 굵어진다.

“하느님은 참 자상하기도 하시지. 배추들이 단비 먹고 좋아하겠네.”

모종을 옮겨 심으면 으레 한 차례 몸살을 하게 마련인데 적당히 내려주는 비로 애기배추들은 몸살 없이 싱싱하게 위로 솟구치고 있다.

“에고, 예쁘기도 하지.”

김장 준비 1단계도 성공적으로 해 놓았겠다, 비는 주룩주룩 내리겠다. 오늘 오후는 홀가분하게 놀기로 했다.

“뭐하고 놀까? 저거다!”

참 예쁘게도 영글어가고 있는 꽈리가 눈에 들어온다. 지난 4월 뜨락에 꽈리 새 순 올라오던 날부터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하얀 꽃 피고 연초록 애기 꽈리 태어나고….

“빨랑빨랑 익어라. 풀각시가 꽈리 만들어 불고 싶대요.”

꽈리는 빨갛게 빨갛게 물들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준비물 갖추고 본격적으로 꽈리 만들기에 들어갔다. 꽈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잘 영근 꽈리와 속을 파낼 굵은 바늘, 옛날에는 머리에 꽂고 있던 실핀을 뽑아 했었다. 그리고 꼭 필요한 것이 있으니 아주 섬세한 손놀림과 손 감각, 그리고 인내심이다.

꽈리 만들기는 고난도의 손기술이 필요하다. 성질 급한 사람이나 산만한 사람은 자칫 서두르다가 백발백중 실패다. 손끝에 기를 모아 조심 또 조심, 우선 손가락으로 꽈리 열매를 부드럽게 마사지 한다. 내용물이 말랑말랑해질 때까지 천천히… 꽈리와 겉잎을 조심스럽게 분리시킨다. 서두르면 영락없이 찢어진다. 여기까지 성공하면 반은 성공한 셈. 준비해둔 바늘이나 핀으로 아주 조심조심 속의 내용물을 긁어낸다. 옛날엔 내용물을 입으로 쪽쪽 빨아먹으며 만들었는데 시큼하면서도 달착지근한 꽈리 속은 간식이기도 했다. 드디어 성공! 내용물이 꽈리 안에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소리가 잘 나지 않는다. 입안에서 요리 조리 굴려가며 뽀드득 뽀드득. 제대로다. 50년 전 꽈리 불던 솜씨가 녹슬지 않았다. 불다 불다 싫증나면 물에 담가놓았다가 다시 불고… 마르면 부서지기 때문이다.

작년 꽈리 만드는 것을 블로그에 올렸을 때 의외로 꽈리를 본 적도 불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지금 30대만 하더라도 문방구에서 팔던 고무꽈리를 불어보았다는 사람들은 가끔 있었는데 고무꽈리마저 이제는 구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입안에 꽈리를 넣고 뽀드득 뽀드득 소리 내는 것을 본 서울 손님은 꽈리를 분다고 해서 자기는 피리처럼 부는 것인 줄 알았단다.

“꽃꽂이 재료로 쓰이는 줄만 알았지 이것이 놀이 재료가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사실은 요즘 시골에서도 꽈리 보기는 쉽지 않다. 이 녀석은 뿌리줄기로 번식을 하는데 그 번식력이 어찌나 강한지 꽈리 났던 자리는 그 주변이 온통 꽈리밭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농부는 꽈리라면 절레절레, 제초제로 몰살을 시키는 집도 있다. 그러나 농부라고 왜 추억이 없겠는가? 내가 꽈리 만들어 부는 것을 ‘별일이야’ 하며 바라보던 현이 어머니.

“올해 씨 받으면 나 좀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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