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충격을 감당하느라 정신없이 보냈던 1998년도 다

가고 있다. 암담하였던 1998년의 연초와 현 시점을 비교

해 보면 우리 경제에 참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400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눈앞에 둘 정도로 국제수지가

개선되기도 하였지만, 자산디플레현상이 심화되어 소비

가 위축되고 생산이 급감하였으며 이로인해 실업이 확대

되는 악순환을 겪었다. 이를 반전시키기 위해 어느 정도

의 소비촉진이 절실하다는 판단 하에 정부는 통화공급을

확대하는 등 강력한 금리하향안정화 정책을 추진하였다.

이에 따라 실세금리가 건국이래 최저로 낮은 수준에 와

있으며 이로 인해 고금리를 경험하였던 자금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신3저로 지

칭되는 금리 유가 환율이 유리하게 작용하여 마치 우리

경제가 IMF체제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

오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경기회복의 호기로 활용하기 위해 정

부는 경기활성화를 최대목표로 하는 강력한 경기부양책

을 내 놓았다.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을 올해로 마무리

짓고 내년에는 바닥에서 헤매고 있는 경기를 본격적으로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경기부양책의 핵을

이루는 것이 그린벨트해제에 따른 토지거래 허가제 폐

지, 양도소득세 비과세 대상기간 축소, 미분양아파트 해

소를 위한 중도금대출 확대 등이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다.

내수부양의 돌파구를 고용효과가 큰 건설 및 부동산 경

기 진작에서 모색키로 한 정부 방침은 불가피했다는 생

각마저 든다. 그러나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태우

대통령 재직 당시 주택 200만호 건설로 경제에 거품이

일면서 흑자기조가 100억달러 무역수지 적자로 반전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신경제100일 이라는 경기부양책을 시행하였는데 때마침

엔고라는 삼저로 우리경제가 호전되는 것을 우리상품의

국제경쟁력이 호전되는 것으로 착각하였다. 게다가 국민

소득 일만달러시대를 외치며 규모에 걸맞은 위상을 가지

기 위해 외화소비한도 등을 늘리다보니 1995년과 1996년

에 걸친 310억달러가 넘는 경상수지 적자가 IMF 위기를

불러왔다. 그리고 이로 인한 모든 짐은 결국 국민들이

지게 되었다. 최근 정부가 경기를 부추기기 위해 하고

있는 부동산경기 부양책을 보고 있으면 자꾸 과거의 망

령이 되살아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외국인들에게 부동산시장을 개방하고 투자를 전면 자유

화하였지만 이들은 아직도 임금이나 지가, 금융비용 등

이 높다는 생각에서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또한 구조개

혁은 안정된 경제성장을 위해선데 이를 위해서는 낮은

지가와 임금, 금리비용이 필수적이다. 더욱이 우리는 지

금 한정된 재원을 가지고 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 있다.

모처럼 얻은 금리안정과 지가안정을 국제 경쟁력을 높이

는데 잘 활용해야 한다. 따라서 경기진작의 추진도 부동

산에 집중되어 자금왜곡과 투기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서로 상치되는 구조조정과 경

기진작이라는 두 가지 정책목표를 어떻게 양립해 나갈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실행방안을 구체화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정부는 구조조정이 연내 마무리된다는 것을 전제하고

내년도 경제운용방향을 설정하였지만 사실 진정한 의미

의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이다. 이 와중에 지적하고 싶은

것은 내년 연초부터 줄줄이 이어질 공공요금 인상이다.

서민가정은 IMF한파로 시달리고 있는데 내년에는 철도,

지하철, 우편요금이 10%, 수돗물값은 30∼40%, 전기료

가 2∼5%, 담배값 10% 인상이 예정되어 있다. 철도요금

이 오르면 버스와 택시요금도 뒤따라 오르게 된다. 뿐만

아니다. 내년도 직장근로자가 월급에서 내야 할 국민연

금부담액이 내년부터는 50%가량 늘어나고 의료보험료와

고용보험료도 오르게 된다. 이것만 합쳐도 도시근로자

가계에 월 평균 최소 4만 7,000원, 연간으로는 56만

4,000원의 공공요금 부담이 느는 셈이다.

이러한 공공요금의 인상이 최근 우리 사회에 급격히 퍼

지고 있는 IMF졸업분위기와 정부의 행정편의주의에 기

인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정부의 공기업개혁은 연

초부터 소리만 요란했지 이해당사자들의 강력한 반발로

실질적인 개혁은 매우 지지부진하다. 공기업들이 적자경

영에 시달리면서도 종업원 복지후생은 최고수준이고 거

액의 명퇴금을 지급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해 우리 국민

들을 경악하게 하였던 기억이 새롭다. 임금인상 논의는

더욱 강력한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으로 불필요한 경비를

줄이려는 노력을 충분히 보인 후에 해야 한다.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으로 돈이 많이 풀려있는 상태에서 물가

마저 오르면 다가오는 1999년이 너무도 암담하지 않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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