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우면서도 애수 어린 집시음악의 정수를 선보이겠다
연주자 스스로의 이미지네이션과 즉흥연주로 자유로운 정신 표현
헝가리 태생의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렌드바이(37·사진). 티보 바르가 콩쿠르 우승에 빛나는 정통 클래식의 대가이면서, 헝가리 최고의 집시 음악가의 아들답게 집시음악의 감수성과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이 집시음악의 영웅은 화려한 기교와 폭넓은 음악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아름답고 애수 어린 집시 바이올린의 정수’를 직접 확인시켜주고 있다.
1997년 티보 바르가 콩쿠르 우승과 2005년 에코 클래시크 수상에 빛나는 연주자 렌드바이가 다시 한 번 한국을 찾았다. 여성신문사가 주최하고 ㈔여성문화네트워크가 주관하는 가을집시 바이올린 축제 ‘렌드바이와 친구들’ 무대를 비롯해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유리 시미노프가 이끄는 모스크바 필하모닉과의 협연 등 크고 작은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리허설과 공연으로 바쁜 내한 일정 속에도 짬을 내 여성신문과의 인터뷰 시간을 마련한 그는 “지난 밤 늦게 한국에 도착해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았다. 잠결에 인터뷰를 하게 돼 미안하다”며 호탕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집시와 집시음악은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음악을 통해 간간이 접해서인지 우리에게도 낯설지는 않다. 집시음악의 특유의 애잔함이 우리의 전통 정서인 한(恨)과 맞닿아서인지 가깝게 느껴지기까지 하다. 그러나 막상 집시음악 앨범을 구하거나 연주회를 접하기는 쉽지 않다. 집시음악을 상식 수준에서 접할 뿐 깊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증거다. 이런 상황에서 렌드바이는 2006년부터 꾸준히 국내에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집시 앨범으로는 드물게 우리나라 음반 차트에도 이름을 올리며 한국에서 집시음악 전도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렌드바이에 따르면 헝가리는 600~7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집시들이 가장 오래 머문 곳이며 따라서 헝가리의 전통음악은 곧 집시음악이라고 한다. 헝가리 사람으로서 자신들의 뿌리라고 할 집시음악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벨러 버르토크 음악원과 리스트 음악원을 나왔고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을 사사하는 등 정통 클래식을 전공한 그는 집시음악과 클래식의 조화를 가장 잘 표현하는 연주가로 꼽힌다. 그는 “클래식 음악이 더 고차원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집시음악은 연주자 스스로의 이미지네이션과 인프로비제이션(즉흥연주)이 필요해 아주 어렵다”며 “집시음악을 연주할 때는 즉흥음악의 자유로운 정신을 가지려 하고, 거꾸로 클래식을 연주할 때는 클래식 음악의 정통성과 깊이를 가지려 한다”고 전했다.
“3살 무렵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을 들었을 때, 바이올린 선율이 하나의 언어로 다가오면서 음악과 사랑에 빠졌다.”
렌드바이는 집시다. 단순히 집시음악을 한다는 말이 아니다. 음악 도시이며 집시음악의 본거지인 헝가리 부다페스트 태생으로, 7대째 집시바이올린의 대를 이어오고 있는 렌드바이 가문인 것이다.
“언제 시작했는지도 뚜렷하지 않을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했다”는 그에게도 분명 고된 연습과 지난한 훈련의 시간들이 힘겹기는 했을 것이란 생각에 ‘음악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는지’ 물었다. 그는 “6~7살 무렵 연습이 너무 힘들어 ‘그만두자’ 생각한 적이 있다. 그래봐야 고작 2~3시간이었다”면서 연주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힘든 순간을 넘겨야 최고가 된다. 포기하지 마라”고 당부했다.
이런 바이올린에 대한 사랑은 렌드바이에게서 그의 아들로도 이어진다. 2006년 첫 내한 공연 때 서울 인사동 낙원상가에서 당시 네 살배기였던 아들을 위한 작은 바이올린을 샀다는 그는 “아이가 그 바이올린을 가지고 열심히 연습한다. 클래식과 집시음악은 물론이고 팝, 록, 재즈까지 다양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 기쁘다”며 “아빠니까 아이 실력이 좋다 아니다 말하기는 어렵지만, 나중에 아이가 음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며 웃었다.
이번에 공연을 선보일 ‘친구들’(렌드바이 밴드)은 렌드바이를 포함해 바이올린, 비올라, 침발롬, 더블베이스 연주자 등 모두 네 명의 앙상블이다. 최고의 기량을 갖춘 음악가들이 모여 표현될 이 독특한 앙상블은 클래식 명곡과 정통적인 집시음악이 섞인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연주곡은 지고이네르바이젠을 비롯해 라벤의 치간느, 러시아 민요 모스크바의 밤,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 등이다.
렌드바이는 “우리의 팀워크는 최고”라고 자부하며 “침발롱을 연주하는 사보치 찰라이는 한국을 처음 찾았는데, 음악교육기관이 아닌 가정에서 아버지에 의해 ‘음악을 귀로 배운’ 진짜 집시 연주자”라고 소개했다.
가을의 감성지수를 200% 올려줄 공연 ‘렌드바이와 친구들’은 21일 월요일 저녁 8시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티켓은 인터파크(www.interprk.com)에서 예매 가능하다. 5만~15만원. 문의 여성신문사 사업부 02-2036-9210, www.wome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