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남편 외도로 술에 빠진 여성 많아…우울증 동반도

 

경기 의왕시 다사랑중앙병원에서 한 여성 환자가 단주 일기를 쓰고 있다.cialis coupon cialis coupon cialis couponcialis coupon cialis coupon cialis coupon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경기 의왕시 다사랑중앙병원에서 한 여성 환자가 단주 일기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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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첫 잔이 나를 파멸로 이끈다.” “감사합니다∼.”

“다리 잘린 불구자가 새 다리가 나오지 않는 것같이 한 번 알코올 의존자가 되면 죽을 때까지 알코올 의존자다. 모임에는 졸업장이 없다.” “감사합니다∼.”

“술을 끊으려면 술을 마시지 마라.” “감사합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입춘(4일)날 오전 11시, 경기 의왕시의 알코올중독 전문병원 다사랑중앙병원에서 여성 단주회 ‘단영초’ 정기모임이 열렸다. 단영초는 ‘단주를 영원히 초심의 마음으로’의 줄임말. 2006년 시작돼 매주 토요일 열린다. 국내 처음으로 여성 알코올 치료센터가 개설된 이 병원에서 퇴원했거나 현재 입원 중인 20∼60대 여성 14명이 1시간 동안 단주 의지를 불태웠다.

한 명씩 돌아가며 단주 지침서를 한 항목씩 외친 후 경험담을 나눴다. “헤어진 남자친구를 잊었다고 믿었는데 그와의 추억에 매달려 술도, 밥도 안 먹다가 저혈당이 와서 2∼3주일 못 나올 것 같아요….” 딸을 데리고 참석한 A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맺자 옆자리의 여성이 “빨리 회복해”라고 조용히 격려했다.

입원 환자인 B씨는 “이틀 전 남편을 면회했는데 내가 다시 술 마실까 두려워 불면증을 겪고 있더라”며 “알코올중독 가정은 단주 생활 1년이 넘어가야 가족이 다시 화목해진다고 한다”며 담담히 말했다. 다소 분위기가 가라앉았으나 최고령자인 60대 여성 C씨가 “위궤양으로 병원 갔더니 의사가 스트레스가 있냐고 묻더라. 술 못 마시는 게 스트레스인데 차마 알코올중독자란 말이 입 밖에 안 나오더라”며 “대보름날 다들 귀밝이술 조심하세요”라며 진한 경상도 사투리로 말하자 와르르 웃음이 터졌다.

사회자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셔 급성췌장염에 3번 걸렸다. ‘옆집 남편보다 우리 신랑은 왜 돈을 못 벌까’ ‘아이들이 왜 다른 집 애보다 못났을까’ 하는 마음을 술로 풀었다. 알코올중독이 세 번째 재발한 후 당뇨가 왔다”며 “둘 다 완치되지 않는 질병이다. 처음엔 받아들이기 싫었지만 알코올중독을 치료하면서 내가 바뀌었다. 지금의 삶에 감사한다”고 했다.

여성신문과의 인터뷰를 위해 이날 상담실에 모인 여성들은 “알코올중독자는 술 한 방울만 다시 입에 대면 제자리로 돌아간다”며 “석유에 성냥불 한 개를 갖다 대는 것과 같다. 바로 불이 붙어버린다”고 했다. 첫 잔이 이들에겐 마지막 잔이다. 한 잔 마시면 쓰러질 때까지 마시기 때문이다. 알코올중독이란 질병이 갖는 속성이다.

중장년 여성 중에는 남편의 외도로 술에 빠진 경우가 많다. 한 60대 이혼 여성은 7년 전 처음 알코올중독 전문병원에 입원했다. “남편이 이 여자, 저 여자와 바람을 피우더군요. 남편에게 얼마나 많이 맞았는지 몰라요. 가슴의 한을 다스리지 못해 술을 입에 댔지요….”

수도권에 사는 한 전업주부는 7남매 중 막내인 남편과 결혼한 후 시어머니, 사촌시동생, 조카 등 시집식구들과 10년간 살았다. 그는 “형님이 어느 날 ‘동서, 복 받을 거야’라고 말하는데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때 머그에 소주를 가득 따라 안방에서 혼자 마셨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술을 입에 댔다”고 했다. “반찬 만들면서 한 잔, 밥 하면서 한 잔씩 먹다 알코올중독에 빠졌죠. 아픈 남편을 집에 두고 등산 간다고 나와선 소주 댓 병을 혼자 몰래 마시다 병원에 실려왔어요.” 그는 알코올중독 전문병원에 4차례 입·퇴원을 반복했고 4년째 단주 중이다.

7년째 단주 중이라는 50대 여성은 우울증이 원인이었다. 남편은 늘 똑같았는데 자존감이 낮아 속으로만 삭였다. 외동딸이 돌연사한 후 급성 알코올중독에 걸렸다. “우울증이 심해서 한 달 만에 알코올(중독)이 왔어요. 남편이 보니 소주 댓 병을 옆에 놓고 방에 널브러져 자고 있더래요. 독약을 몸에 부어넣은 셈이죠.” 그는 “하지만 자식 잃은 엄마라고 다 알코올(중독)이 되는 건 아님을 깨달았다. 죽은 딸이 면죄부가 되진 않으니까…”라고 했다. 병원에서 두 차례 입·퇴원한 후 7년째 자조모임에 나오면서 단주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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